'밀실행정 KBL' 오누아쿠 부상공시에 잡음 왜?…사전협의 없이 규정 예외 적용, 제도개선 계기될듯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5-02-28 06:01


'밀실행정 KBL' 오누아쿠 부상공시에 잡음 왜?…사전협의 없이 규정 예…

'밀실행정 KBL' 오누아쿠 부상공시에 잡음 왜?…사전협의 없이 규정 예…

[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프로농구 원주 DB 외국인 선수 치나누 오누아쿠의 부상공시를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이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KBL은 최근 오누아쿠에 대한 부상공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논란을 초래, 일부 구단의 불만을 사고 있다.

오누아쿠는 지난 13일 부산 KCC전 도중 부정맥 증상을 보여 경기에서 제외됐다. 2016년 부정맥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오누아쿠는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정밀진단을 받은 뒤 18일 관절경 시술을 받았다. 시술 이후 2주일 정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후 KBL은 지난 24일 DB 구단의 신청에 따라 오누아쿠에 대한 부상공시를 했고, DB는 25일 일시 대체 선수 로버트 카터 영입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KBL은 사전에 타 구단들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규정의 예외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KBL 규약 제62조에 따르면 외국인 선수 부상공시는 KBL 자문의로부터 2주 이상(국내선수 4주 이상) 선수 활동 불가 진단을 받아야 내려진다.


'밀실행정 KBL' 오누아쿠 부상공시에 잡음 왜?…사전협의 없이 규정 예…
여기서 KBL은 그동안 진단 확정 절차로 '자문의-선수 직접 대면' 원칙을 추상같이 고수해왔다. 대면 원칙은 규약에 명문화된 것은 아니지만 판정의 공정성을 위해 '구단 관계자를 배제한 가운데 KBL 지정병원에서 선수와 자문의 면담 시 KBL 관계자 입회'를 일종의 시행규칙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오누아쿠의 경우 자문의와 대면하지 않고, 미국 현지로부터 진단자료를 통신망으로 전달받아 판정을 내렸다. KBL은 '다른 부상도 아닌 심장 질환이고, 절대 안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곧바로 비행기를 탈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타 구단들은 KBL이 그동안 관련 규정 개선 요구에 '원칙'만 고수하더니 최초의 예외 사례를 남기면서 아무런 사전 협의나 공지도 하지 않았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공교롭게도 DB가 KBL 총재사 구단이어서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밀실행정 KBL' 오누아쿠 부상공시에 잡음 왜?…사전협의 없이 규정 예…
2023년 KBL 컵대회 출전 당시 한국가스공사 소속 힉스. 사진제공=KBL
주변의 반발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2017년 지역 연고지 정착제도가 의결됐을 때부터 창원 LG 등 일부 구단이 자문의 대면 원칙 개선을 KBL에 건의해왔다. 지방에서 아픈 선수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가 대면 진단을 받는 게 비효율적이니 화상회의 등 신기술을 활용해 원격진단도 허용하자는 것이었다. A구단 관계자는 "사무국장단 회의에서 이런 개선 요청은 거의 매년 나왔지만 KBL은 불공정 방지를 이유로 대면 원칙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인 2023년 10월 대구 한국가스공사 소속이던 아이제아 힉스(현 SK)가 컵대회에서 아킬레스건 파열 중부상을 했을 때도 걷지도 못하는 선수를 서울로 데려가는 건 무리여서 원격진단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결국 자문의 대면 진단 후 부상공시를 받았다.

이처럼 '전가의 보도'처럼 고수해왔던 원칙을 KBL 스스로 거스르면서 타 구단들 모르게 업무 처리를 하자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B구단 관계자는 "오누아쿠의 부상 특성상 KBL이 사전에 양해를 구했다면 반대할 구단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면서 "KBL이 일종의 밀실행정을 한 셈인데, 하필 대상이 DB여서 괜한 오해를 사게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C구단 관계자는 "오히려 잘 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진단 기술도 발달한 데다, KBL이 먼저 원칙의 예외를 만들었으니 관련 규정 개선을 본격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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