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지도자 20년차 맞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가장 힘들면서도 보람찬 시즌이라 한 이유는?

남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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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13 11:32


여자농구 지도자 20년차 맞은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 가장 힘들면서도 보…



"하늘이 보이지만, 땅만 보고 가겠다."

우리은행의 역대 14번째 정규리그 우승이 눈 앞에 다가왔다. 우리은행은 12일 신한은행을 꺾으며 우승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시즌 막판까지 3위 한 자리만 결정된 역대급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 가운데 9부 능선을 넘기 직전인 우리은행의 우승 가능성이 가장 '역대급'이라 할 정도로 최고의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챔프전 우승을 이끈 멤버 중 김단비와 이명관을 제외한 박혜진 박지현 최이샘 나윤정이 모두 다른 팀으로 이적한 후 비슷한 수준은 커녕 대부분 식스맨급이나 전성기를 지난 선수들로 자리를 메우게 되면서 우리은행 전성시대의 '종언'을 예고케 했다.

물론 박지수 박지현 등 두 특급 선수가 해외로 진출한 점, 역대 최고 수준의 FA와 트레이드 이적으로 대부분의 팀들의 팀워크가 완전치 않다는 점 등 전반적인 리그 경기력 하락의 여파에다 김단비라는 절대적인 에이스의 존재감 때문이기는 하지만 농구가 팀 스포츠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우리은행의 선두 질주는 분명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결국 위성우 감독의 독보적인 선수 육성과 능력치를 최대한 끌어내는 팀빌딩 능력이 위기에서 또 다시 진가를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전주원 임영희 코치의 헌신적인 지도 역시 위 감독 최고의 든든한 '빽'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역대로도 상대를 압박하는 짠물 수비로 정평이 나 있었는데, 올 시즌 경기당 평균 60득점으로 공격력에서 김단비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계에 봉착하자 실점을 최소화 하는 수비 전략으로 승리를 쌓아나갔다고 할 수 있다. '공격은 관중을 부르지만, 수비는 승리를 부른다'는 스포츠의 격언처럼 말이다. 여기에 선수가 부족한 조급한 상황임에도 시즌 초부터 탄탄하게 성장시켜 5라운드 이후 본격 가동시킨 신예 이민지가 김단비의 공격 부담을 함께 떠안기 시작한 것도 분명 희망적이다.

12일 신한은행전에서 무려 21개의 턴오버가 나왔지만 결국 승리를 챙긴 위 감독은 "우리팀에서 이만큼 실수를 한 적은 처음인 것 같다. 하지만 리그 막판 체력적인 한계에 다다른데다, 현재 우리 형편에선 아쉽긴 하지만 경기력을 따질 상황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절대적인 전력 하락으로 한계에 봉착했지만, 결국은 이를 뛰어넘어야 승리를 할 수 있고 그래야 팀과 선수가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정규리그 1위 등극이 눈 앞이지만,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와 챔프전은 또 다른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이틀에 한번씩 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우리은행으로선 체력적인 한계를 또 극복해야 한다. 위 감독은 "(1위 달성이란) 하늘이 보이지만, 일단 결정될 때까지 땅만 보고 가겠다"며 "어느 누가 우리 성적이 이 정도가 될 것이라 상상했겠는가, 포스트시즌은 또 다른 한계에 맞닥뜨리겠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고 심플하게 부딪혀 보도록 하겠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지난 2005년 신한은행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해 어느덧 20년째를 맞고 있는 위 감독의 어쩌면 가장 힘들지만, 가장 보람찬 한 시즌이 마무리되고 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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