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는 기본적으로 많은 시도를 하고 있다. 침체된 여자농구 부활을 위해 유소년농구에 집중 투자한다. 왕년의 스타들이 모여, 다채로운 이벤트를 펼친다.
그러나 모든 변수를 따져봤을 때 결국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여자농구가 가장 비판을 많이 받는 부분이다. 여자 아마농구의 저변이 넓지 않은 문제, 선수 개개인의 노력 부족, 일부 사령탑의 지도력 부족 등 '복합적 원인'이 깔려 있다. 1~2년 안에 고쳐질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최소 3년 이상의 중기적 플랜이 필요하다.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플레이오프 시스템 문제다. 현 시스템은 정규리그 3위까지 PO에 진출한다. 2, 3위가 3전 2선승제를 치른 뒤, 승자가 정규리그 1위와 5전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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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위 승자, 2-3위 승자가 챔프전을 치르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은 2012~2013시즌 부터다. 당시 4위팀이 3위팀과, 3, 4위팀 승자가 2위 팀과, 2, 3위팀 승자가 1위팀과 경기를 펼치는 시스템. 2013~2014시즌부터는 정규리그 3위까지로 플레이오프 진출팀을 제한했다. 2, 3위팀 승자가 정규리그 1위와 챔프전을 펼치는 현행 시스템으로 굳어졌다.
가장 큰 문제는 챔프전 흥미도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2000년부터 17차례(여름리그,겨울리그 포함) 플레이오프가 있었다. 전승 우승팀은 6차례가 있었다. 5차전 혈투가 4차례, 4차전이 8차례가 있었다.
반면, 현행 제도로 바뀐 뒤 챔프 5차전까지 간 사례가 없다. 정규리그 1위가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대부분 3전 전승(7차례 챔프전 중 5차례). 3승1패, 4차전이 두 차례 있었다.
챔프전 흥미도를 뚝 떨어뜨리는 가장 핵심적 이유 중 하나가 현 PO 시스템이라는 점은 명확하게 수치로 나타난다.
최근 2년간을 살펴보자. 2017~2018 챔프전은 주목도가 상당히 컸다. 박혜진 김정은 임영희의 삼각편대가 버틴 우리은행. KB는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슈퍼루키 박지수와 단타스의 더블 포스트가 강력했다. 객관적 전력은 KB가 더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우리은행이 3전 전승을 거뒀다. 경기 내용 자체는 박빙이었지만, 결국 우리은행이 모두 잡아냈다. 2, 3위간의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KB의 전체적 체력부담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였다. 삼성생명은 우리은행을 누르고 챔프전에 파죽지세로 올라왔다. 하지만, KB에 3전 전패. 객관적 전력 자체가 KB가 뛰어났지만, 삼성의 체력적 여파도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일방적 게임이 진행됐고, 챔프전의 긴장감은 많이 떨어졌다. 지난 시즌 KB나, 올 시즌 삼성생명이 정규리그 1위팀과 동등한 조건에서 챔프전을 치렀다면, 우승컵의 향방 여부를 떠나 최소 챔프전의 긴장감은 더욱 끌어올렸을 것이다.
가뜩이나, 농구 팬을 주목시킬 방법에 대해 고심하는 여자농구다. 그나마 챔프전은 주목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빅 이벤트. 하지만, 일방적 경기가 되면서 '찻잔 속의 태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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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는 선수층 자체가 상당히 얇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있다. 주전 의존도가 심하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체력적 부담감은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비친다.
물론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이는 문제는 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현 PO 시스템을 가져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
KBL의 경우 정규리그 1, 2위 팀에게 4강 직행의 혜택을 준다. 10개팀 중 6개 팀이 PO에 진출한다. 동등한 조건 속에서 PO를 치르면 경기 흥미도는 올라간다. 하지만, 플레이오프 게임 수가 줄어드는 부작용이 생긴다. 때문에 현행 제도가 마련됐다. 단, 4강부터는 동등한 조건에서 시행된다.
NBA는 동, 서부 컨퍼런스 상위 8개 팀이 서바이벌 게임을 펼친다. 홈 코트 어드밴티지 외에는 어떤 혜택도 없다. 때문에, '업셋의 묘미'와 '반전의 기대감'으로 PO의 흥미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때문에 여자프로농구도 정규리그 1위팀부터 4위팀까지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를 펼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여자프로농구의 특수성까지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여자농구는 선수층 자체가 상당히 얇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있다. 주전 의존도가 심하다. 때문에 플레이오프에서 체력적 부담감은 경기력에 상당한 영향을 비친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이는 문제는 현장에서 개선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챔프전 흥미도를 뚝 떨어뜨리는 현 PO 시스템을 가져갈 이유가 하나도 없다.
물론, '현행 6개팀에서 4위까지 올라가면, PO 진출 확률이 너무 늘어나 변별력이 없어진다', '정규리그 1위의 혜택이 너무 없는 게 아닌가'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다.
정규리그 1위 혜택은 '홈 어드밴티지' 정도면 충분하다. NBA에서 입증된 문제다. 'PO 진출의 변별력'같은 경우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단, 정규리그에서도 4위팀까지 진출할 경우, 시즌 막판 PO를 포기하지 않는 팀들이 늘어나면서 좀 더 흥미로운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즉, 현행 3위까지에서 4위까지 PO 진출팀을 늘리면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
WKBL은 아직까지 PO 제도에 대해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다. 7월15일 사무국장 회의가 열리고, 여기에서 안건이 채택되면, 이사회로 올라가 논의를 거쳐 제도를 변경할 수 있다. 혹은 8월에 열리는 총회에서 결정될 수 있다.
프로스포츠의 '백미'는 챔프전이다. 현행 PO 시스템은 챔프전의 흥미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한다. 유지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이다. 아니, 꼭 바꿔야 할 제도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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