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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생. 한국나이로 41세다.
그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혼신을 다했던 농구 코트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주희정은 일단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네 아이의 아빠. 아들 주지우군과 함께 입장했다.
주희정은 "농구에 미쳐서 살아온 저에게 어떠한 것도 대체할 만한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동안 살아왔던 농구 인생을 짧게 얘기하기도 했다.
"아무 생각없이 농구공 가지고 노는 것이 즐거웠던 초등학교 시절, 강동희 선수를 존경하면 따라했던 중학교 시절, 하나뿐인 할머니를 호강시켜 드려야겠다는 일념에 이를 악물고 죽도록 했던 고등학교 시절, 어려운 가정형편과 아픈 할머니를 위해 뛰었던 대학교 시절, 일찍 입문해 20년 동안 뛰었던 프로 시절들이 생각난다"며 "열심히 살아온 덕분인지 훌륭하고 좋은 분들이 많이 있었다. 믿고 프로에 입문시켜주신 최명룡 감독님, 가드 역할에 대해 많이 가르쳐주셨던 김동광 감독님, 자상하고 배울 점이 많았던 김 진 감독님, 손편지까지 써주시며 보살펴주셨던 유도훈 감독님, 언제나 믿고 맡겨 주셨던 이상범 감독님, 때로는 형님처럼 대해주셨던 문경은 이상민 감독님 등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그는 무려 20시즌을 뛰었다. 그 중 가장 강렬한 기억은 삼성의 통합 우승이었다. 2000~2001시즌 주희정은 문경은, 아티머스 맥클레리와 함께 삼성의 우승을 이끌었다.
주희정은 "사실 20년 동안 생각나는 경기가 많이 없다. 그만큼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삼성 통합 우승했을 때 가장 잊을 수 없는 시절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많은 기록을 세웠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에 대해서는 "1000경기 출전이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2016년 12월23일 KGC전에서 10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정말 깨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은퇴를 결정하기 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다. 주희정은 "당장이라도 휴가 끝난 다음 훈련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조금씩 지우려고 준비를 하고 있고, 비워야지만 미래가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주희정은 "첫째(서희)와 둘째(서정) 애들이 '1년만 더 뛰면 안되냐'고 해서 약속을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서 마음이 아프다"며 "아내에게 은퇴를 하면 농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한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눈을 감는 순간까지 농구의 열정을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왜 은퇴를 하는거냐? 주희정도 내치는데, 물러나는 마당에 후배들이나 구단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후배들은 프로기 때문에 실력으로 일단 보여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서 결과는 물론 기다려야 되는 입장이지만 프로선수이기 때문에 후배들은 나이가 들수록 눈치를 보고 있었던 거라 생각이 들고 그런 눈치를 보지 말고 프로답게 실력으로 보여주고, 구단의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그는 후배들에게 "나이가 들면 눈치를 자꾸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후배들은 프로답게 실력으로 보여주고 구단에게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주요 수상 내역
신인왕(1997~1998) 수비 5걸 3회(1997~98, 1998~99, 1999~2000) 어시스트 1위 4회(2006~07, 2007~08, 2008~09, 2009~2010) 스틸 1위(2009~2010) 베스트 5 4회(2000~01, 2006~07, 2007~08, 2008~09) 식스맨상 1회(2013~14) 정규리그 MVP(2008~09) 챔프전 MVP(2000~01) 1000경기 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