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악 악동외인] '트러블메이커' 외인선수,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1-25 17:48


[필요악 악동외인] '트러블메이커' 외인선수,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LG 세이커스의 외국인 선수 트로이 길렌워터는 '트러블메이커'다. 경기 도중 벌이는 여러가지 기행은 이미 횟수와 정도에서 도를 지나쳤다. 한국농구연맹(KBL)과 구단은 그간 지속적으로 길렌워터의 이같은 행태에 관해 지적을 해왔다. 그 결과 길렌워터는 2015~2016시즌에 벌써 5번이나 공식 제재를 받았다. 총 누적 제재금이 1300만원에 달했고, 2차례의 견책에 이어 최근에는 2경기 출장 정지까지 당했다.

이런 식의 좌충우돌은 KBL 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더 우려되는 것은 길렌워터가 향후 또 이러한 사고를 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 구단은 이미 오래 전부터 그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출장 정지 징계 후에도 딱히 그를 통제할 방법은 없을 듯 하다.

대체 어디서부터 벌어진 문제일까. 단순히 길렌워터 한 명의 문제로 국한할 것이 아니다. 외국인 선수의 문제적 돌출 행위는 이미 오래 전부터 리그 전체 차원에서 논의돼 왔다. 특히 팀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 최근들어 더욱 과격하고 빈번하게 돌출 행동을 벌이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현재 두 가지 방향으로 접근이 이뤄진다. 우선은 '선천적 트러블메이커론'이다. 짧은 기간에 실력 위주로 외국인 선수를 뽑다보니 개별 인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고, 결국 그로 인해 '사고뭉치 캐릭터'가 리그에 유입된다는 지적. 원래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과거의 경력도 살핀다. 범죄나 일탈 행위에 연루됐거나 경기 중 돌발 행위로 제재를 받았던 선수들은 최대한 배제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단계에서 선수들의 본질적인 인격을 완전히 알 수는 없다. 또 이런 식으로 외국인 선수들의 문제에 대해 접근하는 건 너무나 단편적이다. 선수 개인에게만 문제의 본질을 국한하는 것이다. 인성에 문제가 있는 선수가 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 대해서는 해석이 쉽지 않다.

그래서 '후천적 트러블메이커론'이 제기되기도 한다. 자국리그 또는 다른 해외리그에서는 얌전했던 선수가 KBL리그에서 거칠게 돌변하는 경우. 일부 지도자들은 "한국 농구를 우습게 봐서 그렇다"고 지적한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논평이다. 그러나 사실 이 말 자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정말 중요한 건 "왜"다.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왜 얌전하던 선수가 KBL에 와서 변하게 됐는 지를 물어야 한다. 이 관점에서는 조금 더 다각적인 분석이 가능하다. 문제를 일으킨 외국인 선수의 심리 상태나 구단 프런트 및 동료, 그리고 감독과의 관계 등을 조망할 수 있다. 또 중요한 변수로 KBL리그 심판의 판정에 대해 외국인 선수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도 주요 변수로 조사해볼 수 있다. KBL리그 심판의 판정에 관해서는 국내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큰 부분이다. 당연히 외국인 선수들도 이 문제에 관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이를테면 낯선 해외리그에서 판정으로 자신이 피해를 받는다는 생각에 빠지는 순간, 순한 양이 광포한 사자로 변신할 수도 있는 문제다. 이걸 단순히 "리그 판정에 무조건 순응하라"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외국인 선수들의 일탈 행위는 분명 리그 전체에 심각한 문제로 커질 소지가 있다. 이 문제의 본질에 대해 확실히 분석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문제아 길렌워터'를 징계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 길렌워터도 문제지만, 길렌워터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도 옳지 않다. 그러면 반드시 제2의 길렌워터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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