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분석] 제스퍼 앞세운 오리온, 미스매치 대전 승리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6-01-06 21:05


오리온 제스퍼 존슨이 SK 데이비드 사이먼의 마크를 받은 채 터프 3점포를 터뜨리고 있다. 미스매치 대결에서 제스퍼 존슨의 승리였다. 오리온의 승리로 이어졌다. 사진제공=KBL

오리온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오리온은 6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SK를 85대80으로 눌렀다. 2연승을 거둔 오리온은 25승13패로 2위를 굳게 지켰다.

SK는 3연승에 실패하면서 14승24패를 기록했다.

흥미로운 요소가 많은 경기였다. 조 잭슨과 김선형의 포인트가드 대결, 그리고 확연한 미스매치에 의한 전술적 변화도 있었다.

●전반전 - 미스매치 대전

확실한 포인트가 있는 경기.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의 대체 외국인 선수 제스퍼 존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승현 김동욱 허일영 등을 100% 활용하면서 팀의 유기적 움직임을 이끌고 있다.

조 잭슨의 각성도 있다.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경기 전 "조 잭슨이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제스퍼 존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오리온은 여전히 정통센터가 없다. SK는 데이비드 사이먼이라는 리그 최상급 외국인 센터가 존재한다. 추 감독은 "사이먼을 많이 괴롭힐 것"이라고 했다.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SK 문경은 감독의 전술도 유효적절했다. 그는 "잭슨을 떨어져서 수비할 것이다. 외곽은 주되 패스에 의한 외곽슛이나 돌파는 막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선수들에게 2m 뒤에서 막으라 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붙지 말라는 강조였다.

확실히 일리있는 지적이었다. 오리온은 헤인즈가 빠졌지만, 상승세다. 내외곽이 매우 유기적으로 돌아간다. 존슨의 적절한 패스도 있지만, 잭슨의 돌파와 패스가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진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정상적인 1대1로 막기 힘든 잭슨의 미세한 약점은 역시 외곽슛이다. 패스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상태에서 포인트가드인 잭슨이 슛을 쏘면, 오리온 나머지 포워드진의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이런 밸런스의 불균형을 유도한 전술이었다.

1쿼터 SK는 앞서 나갔다. 사이먼이 순조롭게 골밑을 점령했다. 10득점을 올렸고, 야투율은 100%였다. 24-19, 5점 차 리드.

하지만 오리온의 유기적인 움직임이 2쿼터부터 시작됐다. 조 잭슨은 SK의 극단적 새깅 디펜스에 혼란을 느끼는 듯 했다. 2쿼터 4개의 2점슛 야투가 모두 빗나갔다. 3점슛 1개를 포함, 6득점을 올렸지만 '단절'된 느낌이 강했다. 2쿼터 중반에는 골밑 돌파를 하던 잭슨이 김선형에게 블록당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하지만, 밀리는 분위기 속에서 제스퍼 존슨이 '미스매치'를 확실히 이용했다. 사이먼을 외곽으로 끌어내며, 연속 4개의 3점포를 적중시켰다. 완벽한 분위기 전환이었다.

존슨의 분전에 SK 수비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매끄러운 패싱게임으로 김동욱과 잭슨마저 3점포를 터뜨렸다. 결국 오리온은 2쿼터에만 7개의 무더기 3점포를 적중시키며 완벽히 기선을 제압했다. SK는 사이먼이 골밑에서 분전했지만, 효율성이 떨어졌다. 김선형과 김민수가 가세하면서 전력을 업그레이드시킨 SK다. 하지만 아직도 강팀에게 필수적인 위기관리능력과 승부처에서 조직적인 응집력은 부족했다. 맞춰본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약점이기도 했다.

결국 49-43, 오리온이 6점 차 역전 리드를 잡았다. 사이먼의 골밑과 존슨 3점포의 미스매치 대전에서 존슨이 '괴력'을 발휘한 덕분이었다.

●후반전 - 사이먼의 배터리

오리온은 계속 분위기를 올렸다. 2쿼터 블록슛을 당했던 잭슨이 김선형 앞에서 작심한 듯 덩크슛을 터뜨렸다. 오리온은 상승세의 분위기를 계속 이어갔다. 유기적인 패싱게임은 여전했고, 이승현과 허일영 장재석의 득점이 나왔다.

그런데 SK 드와릭 스펜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비는 약하지만, 득점만큼은 일가견이 있는 선수. 내외곽을 휘저으며 적중률높은 슛을 잇따라 터뜨렸다. 오리온으로 기우는 듯 했던 게임은 다시 균형이 맞춰졌다. 68-65, 오리온이 3점차 리드를 잡은 채 3쿼터가 끝났다.

4쿼터 중반 경기는 다시 요동쳤다. 오리온 김동욱이 귀중한 3점포를 터뜨렸다. 이때 SK는 앞선에서 잇단 실책이 나왔다. 잭슨과 문태종의 연속 속공으로 이어졌다.

다시 분위기를 확실히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오리온은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4차례의 속공 찬스에서 성공률은 50%. 잭슨의 덩크가 림을 맞고 튀어나갔고, 문태종 역시 캐치 미스로 공격권을 넘겨줬다.

경기종료 5분 37초를 남기고 전광판에 찍힌 스코어는 77-69, 오리온의 8점 차 리드. 잇단 실책으로 SK는 조금씩 무너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두 차례의 속공 실패로 완벽히 SK의 추격 빌미를 제공했다.

SK는 사이먼에게 볼을 투입한 뒤 기회를 노렸다. 오용준이 외곽에서 틈을 노렸고, 사이먼의 패스를 3점포로 연결했다. 정석적인 플레이였지만, 가장 확률높은 공격 패턴이었다.

다시 접전, 81-77, 4점 차 오리온의 리드. 남은 시간은 2분58초.

이때 SK의 새깅 디펜스가 또 다시 위력을 발휘했다. 김선형은 잭슨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수비했다. 잭슨은 미드 레인지에서 계속 슛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SK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오리온은 사이먼을 골밑에서 육탄 방어했다. 계속 자유투를 헌납했다. 하지만 사이먼은 자유투 4개 중 단 1개만을 성공시켰다. 오리온의 활발한 외곽 공격에 내외곽을 오가며 수비하던 사이먼의 '배터리'가 방전됐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유투는 슈팅폼도 중요하지만, 호흡을 고르게 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이 부분은 체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다.

1분13초를 남기고 문태종이 돌파 후 패스를 건넸다. 사이먼이 손으로 쳤지만, 다시 문태종에게 돌아오는 행운이 있었다. 문태종은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사실상 SK가 백기를 든 순간이었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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