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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 이미선은 '전설의 단계'에 있는 선수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 속에서도 그녀는 항상 안정적인 게임 운영과 팀 동료를 살리는 효율적인 패스로 팀을 이끌었다. 화려함과 실속을 동시에 갖춘 득점원이자 패서였다.
올 시즌 그는 출전시간이 많이 줄었다.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한 시즌을 제외하면, 2000년 겨울 시즌 이후 경기당 평균 30분 이상을 뛰었다.
올해 그는 한국 나이로 38세다. 하지만 여전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출전 시간이 많이 줄었다. 평균 18분7초를 뛰면서 3.35득점, 2.12어시스트, 2.53리바운드, 0.88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생명 임근배 감독은 올 시즌 부임하면서 "이미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다"고 했다.
여기에는 많은 의미가 있다.
삼성생명은 리빌딩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 자원은 그렇게 많지 않다. 박하나 고아라가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 지난 시즌까지 이미선이 많은 시간을 소화했다. 문제는, 그녀가 코트에 나설 때 젊은 선수들이 너무나 심한 의존현상을 보였다. 기본적으로 기량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올 시즌에도 그녀의 패스를 보면 클래스가 다르다. 속공 상황에서 정확한 타이밍에 날카로운 패스를 뿌린다. 세트 오펜스에서도 게임 조율 능력은 독보적이다.
이미선 역시 "팀 후배들이 내가 뭔가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팀 입장에서 그런 부분은 나도 답답하다"고 말한다.
이런 사슬을 끊기 위해 임 감독은 올 시즌 직전 "이미선의 출전 시간을 조절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5~20분 정도를 출전시키면서 베테랑으로서 중요한 순간 승부사 역할을 원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선 스스로도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게 힘겨울 수밖에 없다. 이미선은 "바뀐 역할 때문에 힘든 부분이 확실히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리듬을 타야 어느 정도 감각이 돌아오는데, 이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그는 "팀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임 감독님도 팀과의 조화를 고려하다 보니 출전시간에 제한을 두신 것이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이미선은 앞으로 2~3년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아직까지도 그녀의 패싱과 해결사 능력은 매우 날카롭다. 그녀의 패스게임을 보면 대부분 관계자들은 "역시 패스의 질이 다르다"는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팀 입장에서 이미선에 대한 의존도가 심해질 수록 삼성생명의 미래는 밝지 않은 '딜레마'가 존재한다. 체력적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강력한 프레스와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공수의 움직임을 30분 이상 지속하기 쉽지 않은 부분도 있다.
이미선은 최근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기록에서 나타나지 않은 의미있는 역할을 한다. 바뀐 역할에 제대로 적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팀의 정신적 지주로서 출전시간보다는 팀의 미래와 의미있는 역할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레전드'다운 행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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