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이 형 연봉을 저에게 조금…" 자칭 백업인데 결승타 1위 대반전[인천 인터뷰]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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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06 17:18 | 최종수정 2025-04-06 17:30


"(최)정이 형 연봉을 저에게 조금…" 자칭 백업인데 결승타 1위 대반전…
6일 KT전 끝내기 안타를 기록한 오태곤. 사진=나유리 기자

[인천=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그러니까요. 이게 무슨 일인지 저도 잘 모르겠네요."

얼떨떨해하면서도 기분 좋은 웃음. SSG 랜더스 오태곤이 '끝내기의 사나이'로 거듭났다.

오태곤은 지난 4일과 6일 인천 KT 위즈전에서 2경기 연속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다. 5일 경기는 시작전 우천 순연되면서, 연속 경기 기록이 생성됐다.

4일 경기에서는 2-2 동점이던 연장 11회말 2사 1,2루 찬스에서 최동환을 상대로 좌전 끝내기 안타를 기록했던 그는 6일 경기에서 0-0이던 9회말 1사 만루에서 박영현을 무너뜨리는 끝내기 안타를 터뜨렸다. 2경기 연속 끝내기는 KBO리그 역사상 4번째다.

올해만 결승타가 벌써 3개째인 끝내주는 남자. 3월 22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 8회 결승타에 이어 KT와의 시리즈 끝내기 안타 2개를 더하면, 현재까지 리그 결승타 1위를 달리고 있다.

6일 KT전이 끝나고 취재진과 만난 오태곤은 "이게 무슨 일인지 저도 잘 모르겠다"면서도 "지금 어린 친구들이 경기에 많이 나가기 때문에, 야수 베테랑이 저랑 (김)성현이 형 밖에 없어서 책임감은 저희가 안고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어린 친구들은 직진만 했으면 좋겠고, 책임감은 우리가 가져가야 한다.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다"며 웃었다.


"(최)정이 형 연봉을 저에게 조금…" 자칭 백업인데 결승타 1위 대반전…
사진=SSG 랜더스
끝내기 상황에 대해서는 "(박영현의)초구를 지켜봤는데, 몸쪽에 잘 들어왔다. 근데 ABS가 반응을 안하더라. 그래서 무조건 몸쪽 승부가 오겠다는 확신을 했는데, 그 공을 안 놓치려고 했다. 체인지업은 나가다 걸린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외야로만 타구를 보내자. 1사 만루니까 외야 플라이만 치면 에레디아 발이 빠르니 괜찮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쳤다"고 설명했다.

'가벼운 외야 플라이'를 원했는데, 타구는 예상보다 강하게 멀리 날아갔다. 거의 홈런이 될 뻔한 타구였다. "홈런이 됐었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며 웃은 오태곤은 "외야로 타구가 가는 순간 일단 경기는 끝났다는 생각이 들어서 팔을 번쩍 들었다"며 안도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더그아웃을 방문한 김재섭 대표이사와 기쁨의 악수를 한 오태곤은 "(최)정이 형 연봉을 저에게 조금 떼어주시면..."이라고 농담을 해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최정과 거의 매일 브런치 데이트를 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 오태곤이라 할 수 있는 농담이다. 최정은 현재 햄스트링 부상으로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4월 중순 복귀가 예상된다.


"(최)정이 형 연봉을 저에게 조금…" 자칭 백업인데 결승타 1위 대반전…
사진=SSG 랜더스
오태곤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 성적을 말하기 그렇지만, 우리팀은 DNA가 있는 팀이다. 정이형이랑 화이트까지 오면. 그러니까 정이형이 책임감을 가지고 빨리 왔으면 좋겠다"면서 "정이형도 마음 속으로 너무 미안해한다. 그래서 거의 매일 점심, 저녁을 다 사주신다. 아까 운동하고 있는 정이형을 보고 '형 인터뷰 봤는데, 4월 중순에 온다고요? 더 빨리 안돼요?'라고 재촉했다. 그러니까 형이 웃으면서 '네가 있잖아. 너가 잘하고 있잖아'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형 먹여 살리는 거에요'라고 받아쳤다"고 이야기 해 웃음을 자아냈다.


"(최)정이 형 연봉을 저에게 조금…" 자칭 백업인데 결승타 1위 대반전…
사진=SSG 랜더스
오태곤은 '자칭' 백업 선수다. 이숭용 감독과는 "너 자꾸 이러면 안 내보낸다. 마지막 기회야", "감독님 저 좀 주전으로 써주십시오"라고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사이지만, 사실 이 감독은 오태곤을 두고 "돈 주고도 못 사올 선수"라며 실력 그 이상으로 팀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태곤은 "제가 자꾸 주전 욕심을 내야 어린 후배들도 경각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감독님도 이런 부분을 알고 계신다. 경각심용으로라도 많이 내보내주셨으면 좋겠다"며 씩 웃었다.


인천=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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