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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데뷔 첫 포스트시즌이 이 정도일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선발이 아닌 낯선 중간 계투 보직을 맡았지만 더할나위 없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좋은 피칭을 했다.
지난 8일 준PO 3차전서 3회말 선발 최원태에 이어 두번째 투수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2안타 무4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던 손주영은 이틀 휴식 후 다시 중간으로 나와 승리의 징검다리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3-0으로 앞선 7회초 무사 1,2루의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황재균과의 승부에서 제구가 잡히지 않았다. 3B1S에 몰리더니 결국 볼넷 허용. 무사 만루의 가장 큰 위기에 몰리고 말았다.
이번엔 확실히 잡았다. 오로지 직구 승부를 펼친 손주영은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바깥쪽 높은 148㎞의 빠른 직구로 헛스윙 삼진을 잡았다. 배정대에게도 2B2S에서 148㎞의 직구를 뿌렸는데 배정대가 이것을 쳤고 크게 바운드된 타구가 점프한 1루수 오스틴의 미트에 들어갔다. 오스틴이 홈은 포기하고 2루로 던져 포스아웃. 3-1이 됐고 2사 1,3루의 위기가 이어졌다. 손주영은 그러나 오윤석에게 123㎞의 뚝 떨어지는 커브로 헛스윙 삼진을 뽑아내며 위기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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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PO 2경기에 모두 구원 등판해 7⅓이닝 2안타 1볼넷 11탈삼진 무실점의 압도적 피칭으로 1승1홀드의 만점 활약을 펼쳤다.
손주영은 첫 타자 황재균에게 볼넷을 내준게 아쉬웠다. 3차전 때도 첫 상대인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았고, 이번에도 첫 타자 승부가 쉽지 않았다. 손주영은 "힘이 너무 들어갔다. 머리가 좀 빨리 나간다고 느꼈고 잡으려고 했는데 마지막 공이 좀 높았다"면서 "볼넷주고 코치님이 올라왔다가 내려가시는데 불펜에서 에르난데스가 몸을 풀고 있는 걸 봤다. 내가 '안된다. 무조건 내가 2이닝을 던져야 된다'라고 생각하고 엄청 세게 던졌다"라고 했다.
간절했기 때문일까. 7회말 오윤석을 삼진 잡은 뒤 잘 하지 않던 세리머니까지 했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 "엄청 짜릿했다. 살면서 가장 짜릿했던 순간이다"라며 7회를 마쳤을 때를 말한 손주영은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다. 돌아보는데 찬규형이 하고 있어서 나도 했다"며 웃었다.
항상 선발로만 던지다가 불펜 투수가 된 손주영은 1,2차전만 해도 불페 투수들이 어떻게 준비하는 지를 몰라 옆에서 불펜 투수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지켜봐야 했었다. "오늘은 1회부터 계속 땀을 내면서 등판 준비를 했다"는 손주영은 "이틀 쉬어서 걱정을 했었다. 팔도 좀 뭉쳐 있었다. 그래도 트레이닝 파트에서 많이 도와주고 제가 다니는 한의원 원장님도 많이 도와주셨다. 9회까지 끝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던져라고 했으면 던졌을 것이다. 힘이 남아 이었다"라고 했다.
이제 남아있는 힘을 플레이오프에서 선발 등판해 쏟아부어야할 차례. 손주영은 조심스럽게 3차전 선발을 예상했지만 염경엽 감독은 2차전을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님 앞에서 포스트시즌에서 던지는 아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여드리게 됐다. 손주영은 "부모님께서 울산에 계셔서 내가 선발 등판할 때 KTX를 타고 다니셨다"며 "준PO 때는 선발 아니라서 오시지 못했는데 플레이오프에선 오실 수 있을 것 같다"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경기전 발표된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손주영은 "최종 엔트리인줄 알았는데 훈련을 한 뒤 빠지는 선수가 있다고 들었다. 몸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대표팀은 고등학교때 이후 처음이다"라며 설레는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