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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대만)=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하루에 수십통의 전화가 온다. 쉬지 않고 메시지도 확인해야 한다. 계속해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놓치는 것은 없는지 바로 다음 업무를 생각해야 한다. 선수들의 훈련 스케줄표를 다시 보고, 이를 또 전체에 공유한다. 공지를 하고 또 한다. 감독과 코치들, 선수들의 불편한 점과 특이 사항을 체크한다. 틈틈이 다음날 선수단 간식 메뉴도 생각해야 하고, 언제 어떻게 예약할지도 고민한다. 2군 선수단 매니저의 캠프 일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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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은퇴를 결심했다. 프로야구 선수가 아닌 프런트 직원으로의 새출발. 서른두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SSG 랜더스 스카우트 박진우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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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의 스카우트 업무를 한 후,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R&D팀(구 육성팀) 소속 2군 선수단 매니저로 보직을 옮겼다. 2군 선수단의 모든 것을 하나하나 챙겨야 하는 역할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워낙 꼼꼼하고 또 세심한 편이라서 이미 매니저 업무에도 적응을 끝냈다"며 칭찬일색이다.
박진우 파트너는 "사실 정신은 좀 없다. 그래도 제가 선수 생활을 했으니 돌아가는 흐름이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안다. 그래서 괜찮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이 전부 다 착하다. 또 야구 후배들이리도 해서 다들 말을 정말 잘듣고 저를 잘 도와준다. 불평 불만 같은 것도 없다. 그래도 잘 따라줘서 너무 고맙다"며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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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자신처럼 은퇴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을까. 박진우 파트너는 "안그래도 선수들이 많이 물어본다. 1군에서 2군에 내려오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선수들이 많다. 늘 똑같이 이야기 한다. 나도 경험을 해봤지만, 그래도 야구선수는 유니폼 입고 있으면서 야구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한거다. 유니폼을 벗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어쨌든 지금은 그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서 끝까지 해보라고 이야기 해주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도 안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내가 그만둬보니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수 출신 프런트로서의 새 출발에는 만족하고 있다. 박진우 파트너는 "해볼만큼 해보고, 나 이제 진짜 너무 지치고 질린다 싶으면 프런트로서의 새 출발도 추천한다. 물론 성향이 조금 맞아야 하겠지만, 할 수 있고 관심이 있으면 괜찮은 것 같다"고 당부했다.
선수 시절에는 매해 매해 1년치의 목표가 있었는데, 프런트 직원이 되고 나서는 그런 개인적인 목표는 사라졌다. 직장인의 삶에 적응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보람찬 순간은 직접 보고 뽑은 신인들이 활약할 때다. "(박)지환이가 요즘 잘하고 있고, (최)현석이도 그렇고. (정)준재나 (정)현승이 등. 선수들이 잘하니까 스카우트 출신 매니저로서 기분도 좋고 보람도 느낀다. 우리 선수들이 잘 커서 정말 잘했으면 좋겠다."
자이(대만)=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