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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일본)=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처음 팀을 옮길 때만 해도 막막했다. 하지만 새출발은 축복이 됐다.
여전히 수비에 아쉬움이 있지만, 그만큼 타격에서는 좋은 컨택 능력에 한방 장타력까지 지녔다. 주전 한자리를 확고하게 차지하진 못했지만, 한편으론 매년 내야 한자리를 경합하는 존재감을 지녔다. 올해도 '캡틴' 박경수, 이호연 등과 함께 주전 2루수를 두고 경쟁한다.
KT는 쿠에바스-벤자민-고영표-엄상백으로 이어지는 빈틈없는 선발진에 박영현-손동현-이상동 등 젊고 압도적인 구위를 가진 불펜진이 더해진 팀이다,.
팀 전체적인 수비력도 좋다. 반면 타격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다. 그 부분을 채우는게 오윤석의 역할이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고 노력을 거듭하는 선수다. 오윤석은 "내가 잘해야 기회가 온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도록 항상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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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발전해야한다는 건 분명하다. 올해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연습은 넘치도록 했다. 다만 조급함을 조금씩 내려놓기 위해 노력했다. 실전에서의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오윤석은 "아무래도 롯데 시절보단 신뢰를 받는다는 느낌이 크다. 전에는 마음이 더 급했는데, KT에선 감사하게도 기회를 더 많이 주셨다. 1군 경기를 많이 뛰다보니 기량 면에서 확실히 성장했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올시즌 목표는 작년(82경기)보다 더 많이 뛰는 것, 가능하다면 주전 2루수를 꿰차는 것, 그리고 시즌 80안타다. 서두르지 않고 작은 것 하나하나부터 팀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속내다. 오윤석은 "아직 한 시즌에 안타 80개 이상을 쳐본 적이 없다. 우선 80안타를 치고 나면 세자릿수 안타도 도전해보고 싶다. 다치지도 않고, 풀타임 1군 주전으로 뛴다는 뜻이니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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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많은 팬분들이 내가 뛰는 경기를 와주신 것 아닌가. 감사하다는 마음이 컸고, 야구를 더 오래 하고 싶어졌고, 이런 경기를 더 많이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큰 경기 경험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도 느꼈다. 올해는 내가 출전도 하고, 팀도 우승하면 좋겠다."
오윤석의 프로 초창기 이력은 불운의 연속이었다. 2010년 롯데의 지명을 받고도 대학 진학을 택했지만, 4년 뒤엔 아예 드래프트 미지명의 입지에 처했다. 다행히 롯데에 신고선수로 입성했다.
양상문 전 감독이 롯데를 지휘하던 2019년 두각을 드러냈다. 2020년에는 장타력마저 일취월장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10월 4일 한화전에서 만루홈런 포함 데뷔 첫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해 화제가 됐다. 만루홈런이 포함된 사이클링 히트는 KBO 역대 최초, 5회 이전에 완성된 사이클링 히트 또한 정진호(현 두산 코치)에 이은 역대 2호였다. 5타수 5안타 7타점을 기록한 이날 하루만큼은 'KBO리그의 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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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21년에는 KT로 트레이드됐다. 후반기 2루와 1루를 오가며 KT 내야진의 아쉬운 타격을 메웠다. 정규시즌 우승을 이끈 기폭제였다. 정작 한국시리즈 때는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단 1타석도 출전하지 못한 채 4전전승으로 시리즈가 끝나버렸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는 1~2차전 대타에 이어 3~4차전에는 선발출전하는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8타수1안타1볼넷으로 부진했던 데다 팀마저 준우승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올해 32세가 된 오윤석의 '신화'가 올해 한층 더 뜨겁게 달아오를 수 있을까.
오키나와(일본)=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