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특정 팀이 승승장구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화려하지 않은 라인업의 KT위즈. 외형적으로만 보면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약화된 것 처럼 보인다.
MVP 멜 로하스 주니어의 일본 진출. 팀 내 핵심 타자의 이탈은 단지 -1이 아니다. 대체 외인 조일로 알몬테는 부진 끝에 결국 짐을 쌌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KT의 내실은 더욱 단단해졌다.
이강철 감독 부임 후 꾸준히 오르고 있는 팀 성적. 상위권 맛을 보면서 팀원들의 DNA가 달라지고 있다.
패배의식만 탈피한 게 아니다. 절묘한 퍼즐을 맞추듯 적재적소에 선수를 쓰는 이 감독의 리더십 속에 난공불락의 강팀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4일 키움과의 홈경기 전까지 7연승 중이던 KT 이강철 감독은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데 정말 모든 선수들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플레이어에 의존하는 대신 팀 퍼스트 속에 하나가 되고 있는 신흥 강자.
KT는 역전승이 가장 많고, 역전패가 가장 적은 팀이다. 1위를 할 수 밖에 없는 지표.
화려한 라인업도 아닌데 역전의 명수로 변신한 비결은 무엇일까. 포수 장성우도 "사실 우리가 이 정도까지 독주할 멤버는 아닌 것 같긴 하다. 멤버가 좋은 팀도 많고…"라며 고개를 갸웃한다. 선수조차 의아한 KT 매직.
장성우는 "편하게 해서 그런 것 같다. 더 잘해야지 하는 생갭다 지금처럼만 편하게 하자는 마음으로 매 경기를 치르다보니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팀 분위기가 좋다는 이야기. 코칭스태프와 고참들이 합심해 만든 편하게 야구하기 최적의 환경 조건이다.
|
KT는 0-0이던 5회초 1사 1,3루에서 선발 데스파이네가 박동원에게 선제 3점 홈런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에이스의 조기강판. 자칫 끌려갈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KT는 리드를 오래 허용하지 않았다.
'약속의 6회말'을 빅이닝으로 만들며 단숨에 4-3 역전에 성공했다.
조직적인 '역할 분담'이 있었다. 하위타선인 9번 심우준과 조용호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황재균이 내야안타성 실책을 유도하며 1점을 따라붙었다.
이어진 무사 1,2루. 강백호의 우익수 플라이에 2루주자 조용호가 3루로 리터치에 성공했다. '포구 전 미리 출발했다'는 키움 측 요청으로 비디오판독까지 갔지만 세이프. 새로운 4번타자 배정대가 3B1S에서 김성민의 바깥쪽 낮게 떨어지는 투심을 기술적인 타격으로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만들어냈다. 상황에 따른 카멜레온 같은 대처 능력이 돋보였던 배정대의 천금 같은 추격의 타점. 이날 경기 전 "배정대가 상황에 적절한 타격을 통해 본인이 해결하고 있다. 4번타자 역할을 즐기면서 잘해주고 있다"는 말 그대로였다.
2-3으로 추격한 2사 1루에서 장성우는 2볼의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김성민의 가운데 높은 투심을 그대로 당겨 왼쪽 담장을 넘겼다. 역전 투런 홈런.
장성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투볼인데다 김성민 투수가 고개를 끄덕이길래 변화구 보다는 직구를 노리고 쳤다"며 게스 히팅이었음을 암시했다.
경기의 흐름과 상황 속에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 지를 정확하게 아는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 모여진 결과는 짜릿한 역전이었다. 한점 차로 앞서던 KT는 7회말 2사 3루에서 황재균과 강백호의 연속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 6득점 빅이닝 속에 12대3 대승을 거뒀다.
결국 이날도 KT는 역전승으로 파죽의 8연승을 달렸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팀, KT 매직쇼가 또 한번 빛났던 약속의 6회말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재테크 잘하려면? 무료로 보는 금전 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