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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차라리 윌슨 켈리랑 붙으면 좋을 거 같아요."
지난달 15일 수원 KT전에 고졸 신인 소형준(19)과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다음 등판이었던 21일 대구 LG에서도 고졸 신인 이민호(19)와 붙었다.
원태인은 2일 잠실 LG전에 선발 출격한다. 상대 투수는 또 한번 이민호다. 올 시즌 다섯 차례의 선발 등판 중 무려 3차례나 고졸 신인과 맞붙게 된 셈.
소형준과 맞대결 당시는 밸런스 불안 속에 4-2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소형준은 6⅓이닝 9피안타 5실점(2자책) 했지만 타선 지원 속에 첫 승을 거뒀다.
이민호와 맞대결 당시 원태인은 7이닝 6피안타 2볼넷 6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하고도 패전투수가 됐다. 삼성 타선이 극심한 슬럼프를 겪던 시기. 이민호 김윤식 정우영 이상규로 이어진 신인급 투수들을 상대로 단 한점도 뽑지 못하며 0대2로 영봉패 했다. 그 덕에 이민호는 5⅓이닝 1피안타 4볼넷 무실점으로 감격의 데뷔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이날 LG전은 원태인에게 올시즌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됐다. 겨우내 스피드업 이후 이전 두차례 선발 등판에서 결과가 썩 좋지 못했던 터.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강하고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간 끝에 비로소 '유레카'를 외쳤다.
"사실 고민이 있었어요. 준비만큼 결과가 안나오니 (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하나)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갔던 게 결국 저에게는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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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중점을 둔 스피드 업과 공격적 피칭의 변화가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최근 등판이었던 지난달 27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데뷔 최다인 8이닝 동안 4피안타 6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그때 당시에 비해 삼성 타선의 사이클도 어느 정도 회복됐다. '홈런왕' 라모스가 버티는 LG 타선을 상대로 피홈런 걱정을 덜해도 되는 잠실 경기이기도 하다.
"제가 좀 (신인 투수들의) 승리 제조기인거 같아요. 1승씩 챙겨준 것 같아요"라고 싱긋 웃으면서 농담을 던진 원태인.
자신감이 없는 건 아니다. 다만, 도전을 받아줘야 하는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노릇.
"차라리 윌슨이나 켈리랑 맞붙고 싶다"는 말은 이런 맥락에서 하는 이야기다.
과연 원태인은 이민호와의 이번 리턴매치에서 후배 투수에게 진 빚을 깨끗하게 갚아줄 수 있을까. 12일이 지난 현재, 확률은 훨씬 높아졌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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