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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가 경기사용구(공인구)를 단일제품으로 지정한 2016년 이후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된 것은 사실이다.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야구규칙이 아닌 야구규약에 명시돼 있는 사항이다. KBO리그 공인구의 반발계수는 0.4134~0.4374으로 규정돼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0.3860~0.4005), 일본 프로야구(0.4034~0.4234)와 비교해 다소 높은 수준이다. 그만큼 공의 반발력이 크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타 리그에 비해 장타 빈도가 높은 게 현실이다.
이에 KBO는 반발계수의 범위 즉, 하한선과 상한선을 각각 0.01정도 줄여 0.4034~0.4234로 조정하기로 했다. 이는 일본 프로야구 공인구와 같은 수준이다. 보통 반발계수 0.001을 줄이면 비거리가 20㎝ 줄어드는데, KBO의 계획대로 0.01만큼 줄이면 비거리는 2m 정도 감소하게 된다.
KBO는 내년 시범경기부터 조정된 공인구를 사용하겠다고 했다. 앞서 각 팀의 전지훈련에서도 새 공인구를 최대한 공급해 선수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주기로 했다. 박 팀장은 "캠프에서 쓰는 공인구는 100%가 다 안될 수도 있다. 제조사가 실밥과 크기를 측정하고 반발계수를 테스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대한 빨리 공급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시범경기부터 완벽하게 새 공인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반발계수 조정이 타고투저 완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까. KBO에 의뢰해 장타력의 지표인 홈런수를 놓고 대략적인 감소 효과를 분석해 봤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홈런구장인 인천 문학구장을 예로 들어보자. 올시즌 문학구장에서는 총 236개의 홈런이 나왔다. 문학구장의 펜스거리는 좌우 95m, 좌우중간 110m, 중앙 120m이다. 각각의 방향에서 펜스 너머 5m 안쪽으로 떨어진 홈런, 즉 살짝 넘어간 홈런은 49개였다. KBO가 측정하는 비거리가 100m, 105m, 110m 등 5m 단위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발계수 0.01 감소를 반영해 2m가 덜 날아갔을 경우 홈런이 안됐을 타구는 49개 중 대략 40% 정도는 될 것으로 KBO는 추정했다. 즉 올시즌 문학구장서 나온 236홈런 가운데 20개 정도는 홈런이 안됐을 수 있다. 8.5%에 해당한다.
국내 최대 잠실구장의 경우를 또 보자. 올시즌 잠실구장 홈런수는 263개이고, 펜스 기준 5m 안쪽으로 떨어진 홈런은 61개였다. 마찬가지로 40%를 적용하면 24개 정도는 펜스를 넘어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비중은 9.1% 정도다. 두 구장의 이같은 비율을 올시즌 전체 홈런수 1756개에 대입하면 149~160개를 감소 효과로 추정할 수 있다. 물론 단순 추정일 뿐 실제 타구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KBO는 공인구 반발계수를 낮춤으로써 타고투저 완화와 함께 국제대회 적응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