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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 팩트체크]'알쏭달쏭'야구슈퍼라운드 순위 산정방식의 실체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8-08-27 16:04


2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한국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6/

"도대체 어떻게 결승을 간다는 거야?"

모든 문제의 발단은 지난 2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GBK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이 대만에 1대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깔끔하지 못한 대회 운영본부의 설명이 더해지며 '슈퍼라운드 순위결정' 방식에 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모든 해답은 대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미 4차례 수정을 거쳐 지난 6월8일에 확정된 야구 테크니컬 핸드북(대회 규칙·규정집)에 순위 결정 방식이 영문으로 설명돼 있다. 이 팩트를 토대로 혼동을 유발했던 포인트를 정리했다.


26일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야구장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가 열렸다. 2대1로 패배한 한국 박해민 등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한 후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8.26/
예선 라운드 모든 결과가 슈퍼라운드에 적용되나

정답은 '일부만 그렇다'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는 4개팀이 2개 조로 나누어 조별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1차 예선이 진행된다. 풀 리그제라고 보면된다. 각 팀은 총 3번 경기를 치러 순위를 가린다. 이어 각 조 상위 2개팀이 슈퍼라운드를 역시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치른다. 단, 이미 1차 조별리그에서 맞붙은 팀은 서로 대결하지 않는다. 즉, 각 팀은 상대 조 상위 2개 팀과 '2번' 경기하는 식이다.

여기서 1차 혼동 포인트가 있다. 1차 라운드의 결과가 2차 슈퍼라운드에도 적용된다는 것. 테크니컬 핸드북에는 이렇게 표현돼 있다. "Game results of First Round games between two qualified teams will carry over to Super round" 해석하면 "슈퍼라운드에 오른 두 팀간의 1차 라운드 전적은 슈퍼라운드로 이어진다" 가 된다.

이를 현실에 적용하면 결국 한국과 대만이 남은 1차 라운드 2경기에 모두 이겨 2승1패가 될 경우, 한국은 대만에 당한 '1패', 대만은 반대로 '1승'인 상태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하게 된다는 뜻이다. 반대편 조도 마찬가지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홈페이지 야구 테크니컬 핸드북 캡처.
한국이 슈퍼라운드 전승해도 결승에 못갈 수 있나


안타깝게도 '그럴수도 있다'가 정답. 대만에 당한 1패가 매우 아프다. 한국이 슈퍼라운드에 오르면 대만과는 경기를 하지 않고, 반대 조 상위 2개 팀과만 싸운다. 상대는 일본과 중국이 유력하다. 일본이 3승으로 조 1위, 중국이 2승1패 정도로 조 2위가 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슈퍼라운드는 1승팀 2개(대만 일본)와 1패팀 2개(한국 중국)인 상태로 시작되는 셈이다.

자 그럼, 한국이 일본과 중국을 모두 이긴다고 가정하자. 2승1패다. 여기서 고민하지 않으려면 아이러니컬하게도 대만의 선전을 응원해야 할 처지가 된다. 대만도 일본과 중국을 연파한다면 대만 1위(3승) 한국 2위(2승1패) 일본 3위(1승2패) 중국 4위(3패)로 슈퍼라운드 순위가 정해진다.

하지만 한국이 2승을 했는데, 대만이 만약 일본에 진다면 계산이 복잡하다. 바로 이 경우에 한국이 '다 이겨도 결승에 못가는' 일이 벌어진다. 일단 전적은 세 팀이 모두 2승1패로 같아진다. 이럴 경우 순위는 ①승자승 ②팀성적지표(TQB) ③자책점-TQB ④팀간 대결시 타율 ⑤동전던지기로 결정된다.

이는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가 세계야구소프트볼연뱅(WBSC)과 아시아야구연맹(BFA), 아시아올림픽위원회(OCA)의 규정에 따라 운영된다는 원칙(사진 캡쳐 참조) 때문이다. 특히 여기에는 '기술적 규칙 이슈에 대해서는 BFA의 룰과 규정이 적용된다(Technical issues: Resolved in accordance with the BFA Rules and Regulations.)'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BFA 주관 대회에서는 승자승과 TQB 등으로 동률시 순위를 적용한다.


그럼 한국이 결승에 가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일단 전제는 무조건 일본-중국을 큰 점수차로 이겨놔야 한다. 이후에 첫 번째 방법은 대만의 전승을 기도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대만이 일본에 가능한 적은 점수차(0대1이나 1대2 정도)로 지길 기원하는 것이다. 어쨌든 당분간은 대만의 응원단에 묻어가는 게 좋다.

왜냐하면 2승1패로 한국과 대만 일본이 같아지만 서로 물고 물린 상황(한국→일본→대만→한국)이라 ①승자승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②TBQ를 봐야 하는데, 이는 총득점/공격이닝-총실점/수비이닝으로 계산된다. 결국 득점은 많이, 실점은 적게하면 TBQ가 높아진다. 현재 한국의 TBQ는 -0.111(1득점/9이닝-2실점/9이닝)이다.

하지만 한국이 전승을 거뒀는데도, 일본이 대만에 한국전보다 더 월등히 큰 점수차로 이긴다면 한국은 3-4위전으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슈퍼라운드 한일전(8월30일)보다 대만-일본전(31일)이 하루 뒤에 열린다. 한국 야구는 다른 팀의 결과에 운명을 맡겨야 하는 서글픈 처지가 된 것이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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