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곰이 맞붙어 '단군시리즈'로 불렸던 한국시리즈. 1위 팀이지만 한국시리즈 경험이 적었던 KIA 타이거즈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인 두산 베어스의 치열한 접전을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KIA의 4승1패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KIA 김기태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 때에 이어 또한번 뜨거운 눈물로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감격했죠. KIA와 두산의 뜨거웠던 한국시리즈보다 더 뜨거웠던 뒷얘기를 취재 현장을 바쁘게 누빈 스포츠조선 야구 전문기자들이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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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시리즈 전적 4대1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KIA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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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팬들사이에선 시리즈 전부터 인터넷에 올라온 역술인의 예상이 화제였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 커플이 천안의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서 둘의 궁합도 보는 등 궁금한 것을 물어봤는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야구 얘기가 나왔다고 합니다. 커플이 야구팬인데 여성분은 KIA, 남성분은 LG팬이었고, 여성분이 KIA의 한국시리즈 결과가 궁금해서 감독 사진을 보여줬다고 합니다. 처음엔 김기태 감독이 아닌 다른 감독 사진 2명을 보여줬는데 역술인이 "이 팀과 관계없는 사람"이라고 정확히 맞혔다고 합니다. 세번째로 김기태 감독의 사진을 보여주자 그의 한마디 "다음주에 펑펑 울어. 모두가 고맙다고 하고 펑펑 울어"라고 했답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이 끝나고 김 감독은 눈물을 쏟았고, 선수단, 프런트, 팬들에게 모두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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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KIA 선발 양현종이 1대 0 완봉승을 거뒀다. 경기를 마무리하며 환호하고 있는 양현종. 광주=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7.1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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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종이 한국시리즈 최초로 1대0 완봉승을 한 2차전이 KIA에겐 터닝포인트였는데요. 2차전에서 11번째 우승의 기운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당시 시구를 맡았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KIA의 V11을 위해 시구 연습 때 딱 11번만 던졌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양현종이 9회초 마지막 타자 양의지와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삼진을 잡으면서 11번째 탈삼진을 잡으며 승리했습니다. 이를 보고 KIA 관계자들과 선수단이 예사롭지 않다고 기세를 올렸고, 이는 결국 4연승으로 이어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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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KIA가 7-6으로 승리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자 김민식이 양현종에게 뛰어올라 안기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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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딨는지 모르겠는데요." KIA 포수 김민식이 우승을 확정지은 뒤 마지막 승리 공을 잃어버렸습니다. 김민식은 9회말 2사 만루서 두산의 마지막 타자 김재호의 파울 타구를 잡아내며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당연히 그가 공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행사가 끝나고 공이 어딨냐고 묻자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온거죠. 김민식은 우승을 확정짓고 마운드 위의 양현종에게 뛰어갈 때 공을 가진 미트를 벗어 던져버렸습니다. 당연히 공도 사라졌죠. 팀 전체의 역사에 남는 공인데 너무 기쁜 나머지 챙기는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다행히 그 공은 KIA의 품에 남을 것 같습니다. 경기 중계 영상에 더그아웃에서 뛰어 나오던 한 선수가 굴러가던 우승공을 잡는 게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KIA측은 "뛰어 나오던 불펜포수가 공을 챙겨 양현종에게 줬다"고 밝혔습니다.
○…'닭띠 만세' KIA 타이거즈 박한우 대표이사는 한국시리즈 우승후 서울 리베라호텔에서 가진 축승회에서 자신은 시즌 전에 우승을 예상을 했다고 해 화제입니다. 박 대표는 이미 지난 3월 출정식 때 우승할 것 같다고 했다는 데요. 이유는 올해가 닭의 해이기 때문이었답니다. 박 대표가 57년생이고, 김기태 감독이 69년생, 주장 김주찬이 81년생으로 모두 닭띠여서 닭의 해인 올해 우승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다고 합니다. 정말 KIA에겐 우주의 기운이 다 모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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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도중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왼쪽)과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잠실=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7.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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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한국시리즈 우승 현장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내 그라운드로 나오지 않았는데요. 정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우승 당시엔 기아차 부회장으로 재직하고 있어 선수들로부터 우승 헹가래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구단주 역할을 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올해는 우승 헹가래를 사양했다고 합니다. 정 부회장은 더그아웃에서 김기태 감독과 포옹을 하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김선빈 아내가 꾼 예지몽?' KIA 우승이 확정된 후 더그아웃은 축제 분위기였습니다. 기쁨을 만끽하던 김선빈은 "오늘 좋은 꿈을 꾸고 나왔냐"는 질문에 "나는 꾸지 않았는데, 아내가 꿨다고 한다. 손가락에 반지 3개를 끼고 있었다고 한다"고 답했습니다. 김선빈은 2009년에 첫 우승을 경험한 바 있는데요, 이번이 두 번째 우승. 김선빈은 "한 번 더 남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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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두산을 누르고 KIA가 우승을 확정지었다. KIA 버나디나가 나지완에게 샴페인을 뿌리며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7.10.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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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에서 양현종이 MVP로 호명되자 잠실구장 3루측 KIA 응원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는데요. 헥터 노에시가 트로피를 들고 양현종 주위를 맴돌며 축하를 했고, 잠시 뒤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트로피를 잠시 움켜쥐기도 했습니다. 버나디나로선 아쉬운 MVP 트로피였을 겁니다.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에서 19타수 10안타(0.526)에 1홈런 7타점을 기록했죠. 양현종이 2차전 완봉승에 5차전 극적인 세이브로 전세를 역전시켰습니다. KIA팬들은 버나디나가 잠시 트로피를 잡아본 뒤 뒤로 물러나자 다시 "버나디나"를 연호했습니다. 버나디나도 그제서야 활짝 웃으며 팬들에게 답례를 했죠. 기자들 사이에서도 양현종의 5차전 등판이 없었다면 버나디나가 MVP가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2번이나 차지했던 김태형 감독도 5차전에서 패한 후에는 정신이 없었나봅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에 관계자들에게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만큼은 꼭 하겠다"고 했는데요. 인터뷰가 시작되고는 머리가 하얗게 됐는지 딱 그 말만 빼먹고 안하더군요. 결국 인터뷰가 끝난 후 두산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찾아와 "감독님이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꼭 전해달라고 하시더라"고 대신 전했습니다.
○…한용덕 두산 수석코치가 한화 이글스 감독으로 내정된 됐다는 것은 두산 관계자들이나 기자들 사이에서 많이 알려졌었는데요. 그래서인지 항상 경기 전 훈련에도 자주 나타나 기자들과 환담을 나누던 한 코치가 이번 한국시리즈 때는 유난히 모습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주치기가 불편했나봅니다. 두산 프런트들도 한 코치의 한화행을 축하하긴 했는데요. 그런데 한 코치가 어떤 코치들과 함께 한화로 갈지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누군지 안다면 미리 대처라도 할텐데 전혀 준비할 수가 없다는 거죠. 두산 관계자는 "우리 팀에 독수리들이 너무 많아"라고 한탄 아닌 한탄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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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KBO리그 한국시리즈 4차전 KIA와 두산의 경기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다. 경기 전 KIA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잠실=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1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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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는 징크스라는게 엄연히 존재하는데요. 1차전에 패한 김기태 KIA 감독은 당시 착용했던 하얀 테 선글라스를 2차전부터 노란 테로 바꿨죠. 그때 승리하자 이후 5차전까지 노란 테를 썼는데요. 두산도 이런 노력을 안해본 것은 아닙니다. 공연했을 때 항상 승리했다는 '미8군 밴드'까지 초대해 4차전 클리닝 타임 때 공연까지 기획했죠. 하지만 KBO가 초청한 4차전 시구자를 보고 두산 관계자들이 '우리와 잘 안맞는데'라면서 살짝 걱정을 했다고 합니다. 이 유명 걸그룹 멤버는 이미 정규시즌에 2번 시구를 했었는데요. 모두 두산이 패했답니다.
정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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