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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프로가 산다]⑤이현승 "투수는 멘탈이 99%다"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5-16 14:11 | 최종수정 2016-05-17 07:37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두산 베어스 이현승 편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 9일 잠실야구장에서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만나 원포인트 레슨과 함께 야구를 배우고 함께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현승이 아마추어 야구인의 투구폼을 바로 잡아주는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5.09/


지난해 11월 22일, 프리미어12에서 우승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귀국하던 날이었다. 김포공항에서 만난 이현승(33·두산 베어스)은 여전히 상기된 표정이었다. 마중 나온 아내, 딸 효주와 활짝 웃으며 포옹했다.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일본전은 어땠냐고, 떨리지 않았냐고 질문을 던졌다. 대회 내내 마무리로 던진 그는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9회 등판, '홈런왕' 나카무라 다케야(세이부 라이온즈)를 3루 땅볼로 잡고 세이브를 기록했다. "일본전만큼은 무조건 나가고 싶었다. 상대 타자가 누구든 막을 자신이 있었다. 일본에는 나보다 잘 던지는 투수가 많겠지만, 일단 야구는 해봐야 아는 것 아닌가. 한 번 쳐보라고 던졌다. 자신 없으면 투수가 아니다."

스포츠조선이 한국프로스포츠협회와 손잡고 진행하는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프로젝트. 국가대표 마무리 이현승을 일일 강사로 초빙하면서 그 때 그 말이 떠올랐다. 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멘탈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티칭'이 궁금했다. 사회인 야구 6년 차인 필자도 잠시 본분을 잊고 이날 만큼은 귀동냥이라도 하자고 마음 먹었다. 더 이상 '유리 멘탈'이라는 소리는 듣기 싫었다. 따뜻한 햇살이 쬐던 9일 잠실구장. 사회인 야구 회원 10명이 모였다.

"안녕하십니까. 이현승입니다." 오후 2시. 기다리던 레슨이 시작됐다. 연세대 대학원생, 이현승 친형과 같은 팀에서 리그를 뛰고 있다는 회원 등이 박수를 보냈다. "일단 저와 외야에서 가볍게 몸을 푸시죠. 그 다음 러닝, 캐치볼 하시고요. 저기 불펜에서 제가 투구폼을 봐드리겠습니다." 잠실구장 잔디를 처음 밟아 보는 회원들은 들뜬 표정이었다. 외야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곳저곳 둘러봤다. "와, 크긴 정말 크네요.", "진짜 홈런 치기가 쉽지 않겠네요." 모든 게 신기한 눈치였다.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두산 베어스 이현승 편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 9일 잠실야구장에서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만나 원포인트 레슨과 함께 야구를 배우고 함께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현승이 아마추어 야구인에게 워밍업에 대해 설명을 하는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5.09/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두산 베어스 이현승 편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 9일 잠실야구장에서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만나 원포인트 레슨과 함께 야구를 배우고 함께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이현승이 아마추어 야구인의 투구폼을 바로 잡아주는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5.09/

스트레칭은 둥그렇게 모여 앉아 진행됐다. 이현승은 "두산 1군 투수들이 경기 전 하는 것"이라며 동작 하나하나를 자세히 설명했다. "투수의 생명은 유연성입니다. 몸이 딱딱하면 절대 좋은 공을 던질 수 없습니다. 저도 하루에 2~3시간 유연성 운동을 합니다. 제가 그래도 팀 내에서 유연한 편입니다." 스트레칭이 끝나자 다들 일렬로 섰다. 우익수 자리에서 중견수 자리까지. 짧은 거리를 수 차례 왕복해서 뛰며 땀을 쏟았다. "많이 달리셔야 합니다. 많이. 그래야 좋은 공을 던질 수 있어요. 또 던진 다음날 러닝을 해야 뭉친 근육이 빨리 풀립니다. 앞으로는 싫어도 무조건 뛰시는 겁니다. 저와 약속하시는 겁니다."

기다리던 투구 시간이 왔다. 하나 둘씩 어깨를 빙빙 돌리며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기본 중의 기본인 캐치볼. 회원들은 눈앞에서 공을 주고 받다가 점차 거리를 늘려갔다. 이현승도 이들과 함께 공을 주고 받았다. "혹시 몇 년 차세요? 진짜 잘 던지시네요. 우리 팀에 자리 있나 한 번 알아봐 드릴까요?" 이현승이 농담을 던지면서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후 몇 분이 흘렀을까. 이현승이 회원들을 한 데 모았다. 몇 가지 부족한 점을 포착하고 이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캐치볼이 정말, 아주 정말 중요합니다. 상대가 잡을 수 있게 타깃을 정해서 던져야 합니다. 벨트 위에서 얼굴 사이로 정확히 뿌려야 합니다. 그 다음 단계가 세게 던지는 겁니다. 다들 마운드에서 어떻게 잘 던질까를 생각하시는데, 그보다 캐치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세요. 그래야 좋은 투수가 됩니
'프로스포츠 대국민 스킨십 캠페인 '이웃집에 프로가 산다' 두산 베어스 이현승 편
두산 베어스의 마무리 투수 이현승이 9일 잠실야구장에서 사회인야구를 즐기는 아마추어 야구인들을 만나 원포인트 레슨과 함께 야구를 배우고 함께 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함께 포즈를 취한 이현승과 사회인야구 선수들의 모습.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5.09/

다. 자 이렇게요." 공이 바람 소리를 내며 날아갔다.

외야에서의 레슨은 끝났다. 마침내 불펜 투구 시간이 됐다. 본격적인 멘탈 수업도 이 때 시작됐다. 회원 한 명씩 불펜에서 공을 뿌리고 뒤에 있던 이현승이 맞춤형 레슨을 했다. 처음에는, 이번에도 농담이었다. "메이저리그 투수 같습니다. 공을 숨기고 나오시네요.", "이건 스탠딩 삼진. 알고도 못 치는 공입니다." 그러나 이내 부족한 점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10명의 회원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다들 너무 급하십니다. 그렇게 빨리 던지실 필요가 없어요. 공 한 개 던지기 전에 크게 심호흡 하시고. 숨을 참고. 편하게 마음 먹고 던지세요. 야구는 멘탈, 집중력에서 승부가 갈립니다. 조금이라도 호흡이 흐트러지면 타자를 이길 수가 없습니다." 이현승은 "나 또한 마운드에서 떨리고 급하기 마련이지만, 그럴 때마다 최대한 참는다"고 했다. 또 "나만의 루틴이 있다. 투구판을 밟고 두 발로 한 두 차례 리듬을 타면서 마음을 안정시킨다. 회원들도 그런 동작을 만들면 괜찮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현승은 그러면서 "공 한 개에 목숨을 걸고 던져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내 뒤의 동료들, 앞서 등판한 투수들, 코칭스태프, 팬들, 가족을 생각하면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늘 자신이 마무리라고 생각하면서 공을 던지라"면서 "무조건 타자를 이길 수 있다고 마음 먹어야 한다. 그것이 내가 버티는 힘이자, 여러분이 마운드에서 버틸 수 있는 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동영상=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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