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이드와 먹퇴]FA 먹튀 현상 피하기 힘든 이유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16-01-28 14:25 | 최종수정 2016-01-28 18:09


FA의 활약상이 기대치보다 낮은 이유는 심리적, 신체적 측면에서 설명된다. '먹퇴'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이해서는 협상시 구단들의 신중한 접근 못지 않게 선수들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년 84억원에 한화로 이적한 정우람이 2군 훈련장인 서산캠프에서 몸을 풀고 있다. 서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이 있다. '초심(初心)'을 유지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매년 겨울 프로야구는 FA 계약으로 몸살을 앓는다.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졌다. FA들의 몸값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구단들 스스로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어 놨으니 선수를 탓할 수는 없다. 시장 논리다.

이번 오프시즌 동안에는 선수들의 몸값이 한 단계 점프했다. NC 박석민이 4년간 최대 96억원을 받기로 했고, 한화로 옮긴 정우람은 4년간 84억원을 보장받았다. 50억원 이상의 대우를 받은 선수가 5명이나 된다. 2000년 FA 제도가 도입된 이후 총액 50억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구단 발표 기준으로 19명이다.

FA가 계약 첫 시즌 부진한 성적을 내면 많은 비판을 받기 마련이다. 몸값이 높을수록 쏟아지는 비판은 가혹하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쓴 맛을 본 모 구단 관계자는 "FA 가운데 구단에 만족감을 준 선수는 지금까지 30%가 채 되지 않을 것"이라며 "계약기간 4년을 전부 평가해야겠지만, 첫 시즌부터 잘 하지 못하면 프런트의 부담도 클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까지 역대 FA 계약을 한 150명(해외진출 제외) 가운데 구단 입장에서 만족스러운 활약을 펼친 선수의 비율이 30%가 안된다는 이야기다. FA '먹튀'라는 표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끊이질 않을까. 우선 '심리적 해이'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선수들은 FA 자격을 얻기 직전 시즌 무슨 수를 써서든 최선의 성적을 내려고 한다. 부상이 생기더라도 웬만하면 참으려고 하고, 한 경기라도 더 뛰기 위해 몸부림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고 나면 이전과 같이 매경기 전력을 다하기 힘들다. 스포츠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이다. FA 계약을 맺고 나면 조금이라도 아프면 쉬고 싶은 마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일부러 태업을 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렇다고 아픈 몸을 이끌고 '투혼'을 발휘하기도 힘든 심리다.

심리적 해이와 함께 부담감도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FA의 활약상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거리다. 팀에서 기대하는 성적이 있고, 본인이 목표로 잡은 수치가 있다. 잘해야 한다는 마음은 언제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FA 자격을 얻기 직전에 품었던 심리와는 조금 다르다. FA 계약 후 성적을 평가하는 주체는 구단과 팬들이기 때문이다. 팀과 주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다.

FA 계약을 경험한 모 선수는 "마음이 풀어진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FA 계약은 여태까지 해 온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다고 본다. FA 계약 후 정말 더 잘하는 선수가 있을까 싶다.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그것보다는 선수들은 보통 FA 계약으로 받는 연봉과 성적의 관계를 놓고 부담감을 더 크게 느낀다. 주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러 안뛴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신체능력의 하락세도 한 몫한다고 봐야 한다. 보통 FA 자격을 얻는 시점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다. 이번에 FA 계약을 한 박석민(31) 김태균(34) 정우람(31) 손승락(34) 유한준(35)의 나이는 각각 30대 초중반이다. 메이저리그에서는 20대 후반을 기량의 정점, 30대 초반부터 하락세가 시작된다고 본다. 나이 서른을 훌쩍 넘긴 선수와 5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꺼리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특히 30대 투수와의 장기계약은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여긴다. 이런 분석은 국내 선수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자주 아프고 부상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불가항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일수록 롱런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과 러닝 등 기초 훈련에 온 힘을 기울인다. '먹튀'라는 비난을 최소화하려면 이러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함은 당연한 이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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