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김성근의 미니강연, "나와 남을 같게 여겨라"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6-01-28 10:00


"자타동일(自他同一)이라는 생각을 하라."

진정한 강팀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 바로 팀워크다. 아무리 국가대표 주전급 선수들을 모아봤자 서로 호흡이 맞지 않는다면 힘을 쓸 수 없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이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팀 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불어 단단한 팀워크를 만들 수 있는 키워드까지 제시했다. 바로 '나'와 '남'이 다르지 않고 같다는 생각, '자타동일'의 정신이다.

김 감독은 과거 OB 베어스 감독 시절부터 스프링캠프 기간에 가끔씩 짬을 내 선수단을 대상으로 미니 강연을 진행하곤 했다. 벌써 수 십년이나 된 '김성근 캠프'의 특징이다. 전체 선수들을 모아놓고 20~30분정도 진행하는 강연의 주제는 프로 선수로서의 책임감과 미래의식, 그리고 자신과 팀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해야하는 가 등이다. 올해 한화 이글스 고치 캠프에서도 김 감독의 특별 강연이 열렸다. 캠프 시작 12일 째인 27일 밤에 선수단 숙소 2층이 강연장으로 바뀌었다.


◇한화 이글스 김성근 감독(가운데)이 27일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에서 저녁식사 후 선수단에게 미니 강연을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팀워크와 자기 발전을 위한 방법을 선수들에게 전했다. 고치=이원만 기자
나와 동료를 따로 생각하지 말라

김 감독은 이 자리에서 가장 먼저 '자타동일'이라는 화두를 제시했다. "나와 네가 따로 있는게 아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나만 잘되고, 남은 안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그러나 이런 이기심을 털어내야 한다. 좋은 팀이라고 하는 것은 자타동일, 즉 '우리가 모두 하나'라는 의식 속에 있어야 한다. 나만 잘되기를 바라지 말고 동료의 실수에 공감하고, 같이 나아지는 걸 생각해야 한다."

이는 결국 한화의 올 시즌 팀 컬러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 지에 대한 청사진이라고 볼 수 있다. 한화는 최근 수 년간 적극적인 투자로 많은 외부 전력을 수혈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도 FA 정우람과 심수창을 포함해 송신영 이재우 장민석 차일목 등 새 얼굴을 받아들였다. 또 외국인 선수도 에스밀 로저스를 제외하고 2명이나 새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전력은 분명 강화됐지만, 팀의 특성이나 화합력이 약해질 여지가 있다. 비록 지난해 한화의 모습이 '모래알'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시기에 다시한번 팀워크를 먼저 생각할 것을 김 감독이 주문한 것이다.

남이 아닌 '나 자신'과 비교하라

또한 김 감독은 '비교'와 '시기심'의 본질에 대해서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김 감독은 "보통 비교라는 단어는 남을 대상으로 삼아서 쓴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것이다. 다른 팀 선수의 처지와 나의 처지를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진정으로 비교해야 할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다. 나의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을 비교해서 어떻게 변했는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 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생에서 가장 나쁜 게 결국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이다. 자꾸 그런 생각을 가지면 남을 시기하고 자신을 비하하면서 야비해질 수 있다. 자기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비교를 하려면 결국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대상으로 하라. 그러면 지금 왜 안되고 있는지, 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거기서 발전이 생긴다"면서 "하지만 과거에 잘했다는 걸 내세우면 안된다. 그건 자기를 오히려 죽이는 것이다. 미래 지향적으로 생각하라"고 말했다.

이 강연을 처음 듣는 선수도 있고, 자주 들은 선수도 있다. 그러나 자주 들은 선수들일 수록 강연에 빠져들며 세심하게 메모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주장이자 과거 SK 시절부터 김 감독과 인연을 쌓아온 정근우는 "강연을 듣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수시로 생각해보면서 자기에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물론 정근우는 노트에 빼곡하게 강연 내용을 적고 있었다.


고치(일본 고치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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