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넥센 캠프에선 박병호 환송식이 열렸다. 메이저리그 미네소타로 떠나는 박병호를 위해 넥센 동료들이 특별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넥센 선수들은 박병호의 타석 등장곡이었던 빅뱅의 '뱅뱅뱅'을 부르며 "빵야빵야"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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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가 넥센 선수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아쉬운 작별을 했다. 23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미네소타로 떠나는 박병호의 환송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서건창이 미리 준비한 케이크의 크림을 박병호의 얼굴에 묻히려 했지만 박병호가 허리를 뒤로 젖히며 피하고 있다. 후배 선수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으며 떠나게 된 박병호는 오는 25일 미네소타로 이동해 구단 행사에 참석한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1.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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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선수들에게 이별은 낯설지 않다. 지난해 이맘때쯤 메이저리그 피츠버그에 입단한 강정호를 위해서도 환송식을 열어줬다. 당시엔 박병호도 강정호의 건투를 빌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 만남과 헤어짐은 필연이다. 한 팀에서 한 유니폼만 입고 입단식과 은퇴식을 치를 수도 있지만 갈수록 여건이 힘들어지고 있다. 잘하면 잘하는만큼 해외진출, FA이적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도 강정호 박병호는 잘돼 떠나기에 아쉬움이 덜하다. 예전 장원삼을 삼성으로 떠나보낼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그때는 넥센 구단에 자금압박이 심했다.
최근 넥센 스타선수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올해부터 넥센은 고척돔에서 생활한다. 서울시(시설관리공단)와의 계약문제가 힘겨웠는데 최근 가까스로 입주를 위한 내부공사가 시작됐다. 선수들을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장도 새단장을 준비중이다. 지난해말 박병호는 당시 주장 이택근(올해 주장은 서건창)에게 고척돔 웨이트트레이닝장 스피커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초 강정호도 동료들에게 블루투스 스피커를 이별선물로 전한 바 있다. 넥센 선수들에게 웨이트트레이닝장은 특별한 의미다. 넥센의 저력이 웨이트트레이닝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박병호는 고급 스피커를 설치해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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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위즈의 2016년도 선수단 신년 결의식이 지난 13일 경기도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렸다. 유한준(오른쪽)이 이진영(LG에서 2차 드래프트로 kt입단)과 함께 미소짓고 있다. 유한준은 넥센 선수들 사이에서도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통한다. 수원=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6.01.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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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말 유한준은 FA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4년 60억원의 대형계약이었다. 유한준은 주장이었던 이택근을 만난 자리서 자신이 납입했던 상조회비(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경조사에 사용한다, 이적을 하면 돌려주기도 한다)를 돌려받지 않겠다고 했다. 유한준은 "이돈으로 새로 이사가는 고척돔 웨이트트레이닝장에 스피커를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이택근이 "그건 이미 (박)병호가 해주기로 했다"고 했다. 유한준은 "병호도 미국으로 새로 이사해 돈 쓸일이 많을 텐데 이돈으로 그냥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심끝에 이택근은 유한준의 돈에 자신도 일부 사재를 털어 최고급 스피커를 고척돔 웨이트트레이닝장에 설치하기로 했다. 연간 수십억원을 받는 특급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수백만원이 큰돈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넥센은 지난해까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경험했다. 모기업 없는 자생구단의 한계를 신인 발굴, 선수 육성, 외국인 선수를 보는 혜안으로 커버했다. 덧붙여 동료애가 없었다면? 이 모든 것이 부질없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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