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불펜]불펜몸값 100억 시대 눈앞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6-01-21 21:32


21일 충남 서산 한화이글스 2군 훈련장에서 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한화 선수단은 지난 15일 일본 고치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은 서산 2군 훈련장에서 몸을 만들어 전훈에 합류할 예정이다.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우람.
서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6.01.21

불펜 가라면 기분 나빠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FA 마무리 손승락이 60억원을 받는 대박을 터뜨리며 롯데 자이언츠로 갔다. 이에 질세라, 정우람은 84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SK 와이번스에서 한화 이글스로 적을 옮겼다. 항간에는 두 사람 모두 발표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보장받았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이런 액수도 매우 충격적이다. 왜냐, 이들은 불펜 투수이기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 문화가 바뀌고 있다. 불펜 투수 전성 시대다. 사실 프로야구 태동 이후, 불펜 투수들의 상품 가치는 야수, 선발 투수들에 비해 매우 떨어졌다. 단순히 봤을 때, 매일 경기에 나가는 야수들과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들에 비해 '일하는 양' 자체가 적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전문 마무리, 전문 셋업맨 역할이 모호하던 시절과 보직 전문화가 된 초기에 불펜행 지시는 사실상의 귀향행 지시였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선발로 뛰고 싶다"고 말하며 게임의 주인공이 되고 싶다, 컨디션 관리를 하며 내 공을 던지고 싶다 등의 이유를 들었는데 사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선발 투수와 불펜 투수의 몸값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 야구가 소위 말하는 불펜 야구로 바뀌며 불펜 투수들의 신분 상승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념을 조금만 바꿔, 선발 투수가 아무리 기를 쓰고 7~8회를 막아도 나머지 이닝을 막을 투수가 없으면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자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또 던지는 양은 적지만 매일같이 긴장 속에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살얼음 승부 상황 마운드에 서있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단순히 많은 공을 던지는 것보다도 힘들 수 있다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었다.

그렇게 불펜 투수들의 위상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몸값도 뛰어올랐다. '여왕벌'로 불리우며 2000년대 SK 전성기를 이끈 언더핸드 불펜 정대현이 2011 시즌 후 FA 자격을 얻고 롯데와 4년 36억원의 파격적인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지금이야 총액 36억원이 그리 크지 않은 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불펜 투수가 엄청난 돈을 받았다"며 놀랍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이후 꾸준히 불펜 투수들의 몸값이 상승했고 지난해에는 삼성 라이온즈 최고의 믿을맨 안지만이 무려 65억원을 받아내며 정점을 찍는 듯 했다. 하지만 정우람이 보란 듯이 이 기록을 훌쩍 넘어섰다.

역대 FA 최고 계약 사례는 이번 오프시즌 삼성에서 NC 다이노스로 둥지를 옮긴 3루수 박석민의 96억원이다. 그 전에는 작년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해 친정팀 KIA 타이거즈에 안긴 윤석민이다. 윤석민의 경우 지난해 임시 마무리를 맡았지만 사실상 선발 요원으로 분류돼 이런 거액을 받았다. 정우람의 84억원이 이들의 몸값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매우 상징적인 이유다.

이제 96억원까지 찍은 FA 시장. 곧 있으면 100억원 시대가 열릴 전망. 그런데 첫 100억원 돌파 테이프를 불펜 투수가 끊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가 됐다. 최근에는 선발만 외치던 투수들이 자신의 신체 특성, 성향 등까지 고려해 아예 전문 불펜으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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