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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펜 가라면 기분 나빠하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하지만 현대 야구가 소위 말하는 불펜 야구로 바뀌며 불펜 투수들의 신분 상승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개념을 조금만 바꿔, 선발 투수가 아무리 기를 쓰고 7~8회를 막아도 나머지 이닝을 막을 투수가 없으면 이길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지자 불펜의 중요성이 강조된 것이다. 또 던지는 양은 적지만 매일같이 긴장 속에 경기를 준비해야 하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살얼음 승부 상황 마운드에 서있는 압박감을 이겨내는 것이 단순히 많은 공을 던지는 것보다도 힘들 수 있다는 얘기도 설득력을 얻었다.
그렇게 불펜 투수들의 위상이 높아지며 자연스럽게 몸값도 뛰어올랐다. '여왕벌'로 불리우며 2000년대 SK 전성기를 이끈 언더핸드 불펜 정대현이 2011 시즌 후 FA 자격을 얻고 롯데와 4년 36억원의 파격적인 조건에 계약을 맺었다. 지금이야 총액 36억원이 그리 크지 않은 돈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불펜 투수가 엄청난 돈을 받았다"며 놀랍다는 반응들을 보였다.
역대 FA 최고 계약 사례는 이번 오프시즌 삼성에서 NC 다이노스로 둥지를 옮긴 3루수 박석민의 96억원이다. 그 전에는 작년에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해 친정팀 KIA 타이거즈에 안긴 윤석민이다. 윤석민의 경우 지난해 임시 마무리를 맡았지만 사실상 선발 요원으로 분류돼 이런 거액을 받았다. 정우람의 84억원이 이들의 몸값에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매우 상징적인 이유다.
이제 96억원까지 찍은 FA 시장. 곧 있으면 100억원 시대가 열릴 전망. 그런데 첫 100억원 돌파 테이프를 불펜 투수가 끊는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대가 됐다. 최근에는 선발만 외치던 투수들이 자신의 신체 특성, 성향 등까지 고려해 아예 전문 불펜으로 성장하기를 원하는 장면까지 연출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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