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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장원준 진야곱, 포수 양의지 최재훈, 내야수 허경민, 외야수 민병헌 박건우.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유승안 감독(60)이 부임한 후 경찰야구단을 거친 선수들이다. 19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 서울지방경찰청 수련장 내 야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유 감독은 "경찰야구단 출신 선수들이 두산을 우승으로 이끄는 걸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다. 마치 내 아이들이 뛰는 걸 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한화 이글스를 지휘했던 유 감독은 지난 2008년 말 경찰야구단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부임한 후 경찰야구단은 퓨처스리그(2군 리그) 최고의 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57승8무37패를 기록하고 퓨처스리그(2군 리그) 북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위 kt 위즈에 9경기나 앞섰다. 5년 연속 리그 우승이다.
아무리 성적보다 선수 육성이 우선이고, 프로 선수가 중단없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해도 눈에 띄는 성적이다. 선수 대다수가 1.5군이나 2군 선수, 유망주들이다. 경찰야구단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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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감독은 선수가 새로 오면 목표를 써서 내게 한다. 대다수 선수가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고 적어 낸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처음 들어왔을 때 마음, 초심을 지키라고 강조한다. 그냥 군대와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열심히 하는 선수'보다 '잘 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 프로인데 열심히 안 하는 선수가 있나. '열심히 하겠다'는 말 보다 '잘 하겠다'는 말을 듣고 싶다. 초심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면 21개월 후 자신감을 갖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경찰야구단 입단 전에 백업 선수였던 양의지 민병헌 등이 1군 주축선수로 거듭났다. 우규민도 튼튼한 몸을 만들어 나갔다. 특히 포수 출신인 유 감독 밑에서 양의지가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경찰야구단이 야구인생의 전기가 된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야구는 멘탈 경기다. 초등학교 부터 중고등학교 프로까지 연습 내용은 비슷하다. 경찰야구단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 다만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정신력,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한다. 여기서 잘 하면 좋겠지만 몸과 마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양의지와 허경민은 여기 있을 때 정말 열심히 했다."
군대라는 특수성도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한다. 일반 선수와 달리 운동이 끝나면 규율에 따라 단체 생활을 해야 한다. 일반 군부대처럼 야구단 소속의 현직 경찰관이 점호를 체크한다. 두 명의 경관이 야구단 관리관으로 와 있다. 선수 관리가 확실히 이뤄지면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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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감독 취임 초기에 답답했다고 한다. 프로 1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며 운동을 하던 시절이 그리웠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때우고 가자는 생각을 가진 선수가 많았다고 한다.
이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기량이 좋아져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내 역할에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제 선수 대부분이 두 아들 유원상(LG·30), 유민상(두산·27) 보다 어리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로 떨어진 19일 오후 유 감독은 러닝 훈련을 시작한 선수들을 실내로 들여보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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