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 "열심히 하는 선수보다 잘하는 선수가 육성"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1-21 06:41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이 야구단 라커 근처에 걸려있는 선수 명단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1.19/

투수 장원준 진야곱, 포수 양의지 최재훈, 내야수 허경민, 외야수 민병헌 박건우. 지난해 두산 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 멤버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유승안 감독(60)이 부임한 후 경찰야구단을 거친 선수들이다. 19일 경기도 고양시 벽제 서울지방경찰청 수련장 내 야구단 사무실에서 만난 유 감독은 "경찰야구단 출신 선수들이 두산을 우승으로 이끄는 걸 보면서 가슴이 뿌듯했다. 마치 내 아이들이 뛰는 걸 보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경찰야구단 출신 선수들로 웬만한 프로 1군 팀까지 구성할 수 있다. 지난해 두산 우승의 주역들 외에 우규민(LG 트윈스), 손승락(롯데 자이언츠) 임창민(NC 다이노스) 배영섭(삼성 라리온즈) 양 훈 김상수(이상 넥센 히어로즈) 김회성 정현석(이상 한화 이글스) 백용환(KIA 타이거즈) 등이 경찰야구단에서 운동을 했다.

경찰야구단은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인데 KBO(한국야구위원회) 지원으로 운영된다. 매년 KBO리그 구단 선수 20명 정도가 입대해 21개월간 경찰 신분으로 야구를 하면서 병역의무를 수행한다. 지난해 12월 24일 훈련소에 입소한 변진수(두산) 김동준(넥센) 박찬도(삼성) 박준태 박정수(이상 KIA) 등 21명은 2월 초 팀에 합류한다.

한화 이글스를 지휘했던 유 감독은 지난 2008년 말 경찰야구단 지휘봉을 잡았다. 그가 부임한 후 경찰야구단은 퓨처스리그(2군 리그) 최고의 팀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57승8무37패를 기록하고 퓨처스리그(2군 리그) 북부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2위 kt 위즈에 9경기나 앞섰다. 5년 연속 리그 우승이다.

아무리 성적보다 선수 육성이 우선이고, 프로 선수가 중단없이 야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목적이라고 해도 눈에 띄는 성적이다. 선수 대다수가 1.5군이나 2군 선수, 유망주들이다. 경찰야구단이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 같다.


유승안 경찰야구단 감독은 "열심히 하는 선수보다 잘 하는 선수를 원한다"고 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1.19/
한화 시절 우승과 거리가 멀었는데, 경찰야구단에서는 계속해서 우승이다. 덕분에 매년 서울경찰청에서 감사패를 받고 있다. 지도자라면 누구나 성적이 화제에 오르면 눈빛이 달라진다. 그런데 유 감독은 성적 얘기가 나왔는데도 시큰둥했다. 그는 "우승보다 선수가 소속팀으로 돌아가 1군에 정착할 수 있는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유 감독은 선수가 새로 오면 목표를 써서 내게 한다. 대다수 선수가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고 적어 낸다. 유 감독은 "선수들에게 처음 들어왔을 때 마음, 초심을 지키라고 강조한다. 그냥 군대와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열심히 하는 선수'보다 '잘 하는 선수'가 돼야 한다. 프로인데 열심히 안 하는 선수가 있나. '열심히 하겠다'는 말 보다 '잘 하겠다'는 말을 듣고 싶다. 초심을 잊지 않고 열심히 하면 21개월 후 자신감을 갖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경찰야구단 입단 전에 백업 선수였던 양의지 민병헌 등이 1군 주축선수로 거듭났다. 우규민도 튼튼한 몸을 만들어 나갔다. 특히 포수 출신인 유 감독 밑에서 양의지가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다. 경찰야구단이 야구인생의 전기가 된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야구는 멘탈 경기다. 초등학교 부터 중고등학교 프로까지 연습 내용은 비슷하다. 경찰야구단이라고 별다를 게 없다. 다만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정신력, 자신감을 심어주려고 한다. 여기서 잘 하면 좋겠지만 몸과 마음,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양의지와 허경민은 여기 있을 때 정말 열심히 했다."

군대라는 특수성도 경기력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한다. 일반 선수와 달리 운동이 끝나면 규율에 따라 단체 생활을 해야 한다. 일반 군부대처럼 야구단 소속의 현직 경찰관이 점호를 체크한다. 두 명의 경관이 야구단 관리관으로 와 있다. 선수 관리가 확실히 이뤄지면서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다.


유승안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내 역할에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고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1.19/
한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소속팀에 있을 때보다 경찰야구단에서 정신적으로 편하게 운동할 수 있지 않겠나. 또 다른 팀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배우는 것도 많을 것이다. 팀에 복귀한 선수들이 군 문제를 해결해서 그런지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유 감독 취임 초기에 답답했다고 한다. 프로 1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가며 운동을 하던 시절이 그리웠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을 때우고 가자는 생각을 가진 선수가 많았다고 한다.

이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그는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기량이 좋아져 소속팀으로 돌아가게 하는 게 내 역할이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부분을 담당하는 내 역할에 자부심이 생겼다"고 했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이제 선수 대부분이 두 아들 유원상(LG·30), 유민상(두산·27) 보다 어리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로 떨어진 19일 오후 유 감독은 러닝 훈련을 시작한 선수들을 실내로 들여보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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