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프링-나이트-프랑코, 코치로 성공 가능성은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01-18 07:12


넥센 히어로즈가 17일(한국시각)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프링캠프에서 올시즌 첫 훈련을 했다. 손혁 1군 투수코치와 나이트 2군 투수 코디네이터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프라이즈(미국 애리조나주)=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6.01.17/

외국인 선수가 코치가 되어 돌아왔다. 올해 KBO리그에서 눈에 띄는 점 중 하나가 한국야구를 경험한 외국인 선수들의 코치 활용이다. 지난 1982년 프로야구가 출범한 후 수많은 외국인 코치가 거쳐갔으나 KBO리그 선수 출신 외국인 코치는 드물었다. 해태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재일교포 출신 언더핸드스로 투수 주동식이 2000년대 중반 KIA 타이거즈 투수 코치를 맡은 적이 있다.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했던 가도쿠라 겐은 선수 은퇴 후 투수 인스트럭터로 팀에 합류해 2군 투수코치, 1군 불펜코치를 지냈다. 롯데 자이언츠 출신의 투수 라이언 사도스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스카우트 코치로 일한다.

그런데 올해는 낯익은 얼굴들이 대거 합류했다. 롯데가 가장 적극적이다. 삼성 시절에 이승엽 등 국내 타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훌리오 프랑코를 2군 타격코치로 영입하더니, 크리스 옥스프링을 2군 투수코치로 불렀다.

또 뉴욕 양키스 출신의 쉐인 스펜서를 필드 코디네이터(2군 감독)로 데려온 넥센 히어로즈는 브랜든 나이트에게 투수 코디네이터(2군 총괄 투수코치)를 맡겼다. LG 트윈스는 지난해 잠시 적을 뒀던 내야수 잭 한나한을 올해 해외 스카우트 겸 타격 인스트럭터로 활용한다.

롯데와 히어로즈, LG가 KBO리그 경험이 있는 외국인들을 영입한 건 팀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육성 시스템을 강화하고, 외국인 선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프랑코(도미니카공화국)와 옥스프링(호주), 나이트(미국) 모두 1군이 아닌 2군에서 선수를 육성한다. 옥스프링은 2군 투수 파트 중에서도 불펜투수 육성에 전념한다. 불펜이 약한 팀 특성이 반영된 보직이다. 그동안 KBO리그 구단들은 선수 시절 지명도에 따라 현역 선수에서 은퇴한 자원을 지도자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임 코치, 선수 시절 지명도가 떨어지는 이들을 기계적으로 2군이나 육성군에 보냈다.

새 외국인 코치들 모두 KBO리그, 한국정서, 나아가 아시아 정서를 잘 알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프랑코와 옥스프링, 나이트는 KBO리그에 앞서 일본야구를 경험했다. 일본을 거쳐 한국에서 뛰어난 적응 능력을 보여줬다. KBO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야하는 지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LG, 롯데를 거친 옥스프링은 지난해 kt 위즈 주축 투수로 활약했고, 삼성에서 시작한 나이트는 2014년 시즌 초까지 히어로즈에서 던졌다.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던 프랑코는 메이저리그 은퇴 후 일본 독립리그 BC리그에서 선수, 감독을 했다.

오랜 기간 현역 선수로 뛰어난 성적을 낸 만큼 자기 관리가 철저한 프로다. 현역 시절에 팀 동료들의 신망이 두터웠고, 인성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뛰어나 성적과 명성, 높은 지명도에서 나오는 아우라도 선수 육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젊은 선수들의 롤모델이 될만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롯데가 코치로 영입한 옥스프링 허상욱 기자
롯데 구단 관계자는 "다양한 변화구를 갖고 있는 옥스프링은 경기 운영 능력이 뛰어나기도 하지만 인성이 좋은 선수였다. 우리 팀에서 뛸 때부터 젊은 선수들에게 구종을 알려주고 조언하는 모습을 눈여겨 봤다. 지도자 자질이 있는 선수였다"고 했다. 히어로즈는 2군과 육성군 시스템을 재편하면서 나이트를 불렀다. 나이트 또한 에이스로서 확실한 자기 관리로 모범이 됐던 선수다. 1군 코칭스태프는 아니지만 이들 외국인 코치들이 외국인 선수들에게 직간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한의 주업무는 미국에 머물며 영입 대상 선수를 체크하고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타격 인스트럭터로 선수들과 함께 한다. LG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그를 따르는 젊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사도스키도 미국에서 선수를 체크하는 게 주업무지만 한해 두 차례 3주일씩 국내에 체류한다. 이 기간에 외국인 선수들에게 다른 팀 선수 분석 자료를 제공하는 등 도우미로 나선다.


물론, 우려가 되는 부분도 있다. 새 외국인 코치가 능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언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 1군 감독이 주도해 2군에서 선수를 수급해 왔는데, 야구를 바라보는 가치관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같은 파트의 한국인 코치와의 매끄러운 호흡도 과제다. 외국인 코치가 국내 지도자들의 입지를 좁힌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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