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제일주의 포기?]류중일 감독의 첫 시련, 대처 플랜은 작동 중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6-01-11 17:48


최대 위기를 맞은 삼성이다. 류중일 감독의 2016년은 수많은 고민과 결단의 해가 될 것이다. 과연 그의 위기극복 플랜은 어떤 것일까. 확실한 점은 쉽게 류중일 호는 무너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한국시리즈 당시 류 감독의 모습.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5.10.30.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드래곤 볼'이나 DC와 마블 코믹스가 주도하는 '히어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면 당황스럽다.

도저히 인간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마음대로 한다. 상상이라곤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억지스럽다. 하지만, 그들에 열광하는 전 세계의 팬은 도처에 있다. 드래곤 볼은 전 세계적으로 3억5000만부가 팔린 '메가 히트작'이고, '히어로 시리즈'는 만화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도 무차별적으로 등장한다.

그들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는 여러가지다. 그 중 가장 강력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상상력의 극대화라는 인간의 원초적 호기심을 바탕으로 변화, 발전하는 과정에서 '논리적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도 '신화'는 구름에 붕 뜬 존재가 아니다.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다. 수많은 섬세한 발전 요인이 있고, 거기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이런 요인들이 차곡차곡 모이면서 '신화'가 완성된다.

삼성은 이런 과정을 거쳐 최강팀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시리즈 4연패라는 신화를 썼다. 정규리그 5연패를 했다. 이제 내리막의 시작이다. 지난해 두산에게 한국시리즈에서 1승4패로 패했다. 준우승에 머물렀다. 여러 악재도 생겼다. 임창용의 방출 아직 유, 무죄가 결정되지 않은 안지만과 윤성환의 존재 박석민과 나바로의 이탈 제일기획으로 모기업이 이관되면서 생긴 투자의 냉각기류 등. 변화에 가장 민감한 사람은 사령탑인 류중일 감독이다.

그는 올 시즌 시무식 직후 유독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을 많이 쓴다. 수많은 악재에 대한 단순 명쾌한 대응논리다.

뚜껑은 열어봐야 알고, 변수가 많은 야구는 시즌을 시작해 봐야 성적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이 삼성의 위기를 얘기한다. 실제 위기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가장 실전적인 부분.

삼성의 4연패 원동력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그 동력 자체가 위기의 기류 속에서 완전히 꺼졌느냐하는 판단이다. 여기에 류중일 감독의 실제 대응 방식에 대한 관찰도 중요하다.

삼성 4연패의 원동력은 두 가지다. 일단 강력한 필승계투조가 있었다. 오승환을 비롯해, 안지만 차우찬 권 혁 권오준 임창용 심창민 등이 있었다. 2016년 필승계투조의 핵심은 심창민 차우찬이다. 안지만은 아직 기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즉, 중심 자체가 리그 최강 수준은 아니지만,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여기에 삼성 특유의 '팜 시스템'이 결합돼 있다. 삼성은 확실히 다른 팀에 비해 젊은 선수들의 발전속도가 빠르다. 신예답지 않은 노련함이 배여 있다. 박해민 배영섭 구자욱 등이 대표적 선수들이다. 투수진 역시 '확실한 잠재력'을 갖춘 강력한 신예 유망주는 많지 않다. 좋은 신인을 얻지 못한 한국시리즈 4연패의 후유증이다. 류중일 감독은 지난 시즌 내내 "만지면(지도하면) 재미있는 투수(기량이 확 늘 수 있는 잠재력 높은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타 팀에 가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정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때문에 도박 파문과 FA 박석민의 이탈로 인한 팀 전력의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사령탑의 존재감이 중요한 시기다. 류중일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우승한다'는 일부의 비판을 '삼성 시스템에서 최적화된 뛰어난 지도자'라는 평가로 바꾼 감독이다.

삼성은 4연패의 신화를 쓸 동안 대형 외부 FA 영입이 거의 없었다. 게다가 오승환의 이탈과 전체적인 투타의 미세한 노쇠화 현상도 있었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기민한 대처와 유망주를 육성하는 '열린 인내심'이 류 감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그는 실제 코치진과 소통이 가장 원활한 사령탑이다. 대표적인 달콤한 결과물이 박해민이다. 대형 FA 계약을 맺은 선수가 부진하면, 곧바로 농담섞인 쓴 소리를 던질 수 있는 '온화한 카리스마'도 갖추고 있다. 게다가 세밀한 수비 시스템은 여전히 유효하다.

위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응방식이다. '맞춤형 처방'을 적재적소에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류 감독은 이 부분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3루 수비에 능한 발디리스를 외국인 타자로 데려온 점, 외야는 벌써부터 경쟁체제라고 천명한 점, 2루수에 조동찬을 언급한 점 등 발빠르게 전력 누수에 대해 대처하고 있다. 게다가 마무리 후보를 물색하고, 최충연 이케빈 등 신인 선수들의 성장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의 전력이 확실히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불안정한 변수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위기 대응방식은 현 시점에서 매우 만족스럽다. 여기에 4연패를 하면서 쌓아놓은 특유의 시스템이 급박하게 발동되고 있다. 여전히 신화를 만들어 낸 원동력은 사라지지 않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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