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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길지 않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이승엽은 11일 경산볼파크에서 시무식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났다. 이승엽은 "전설이란 말을 야구인생이 끝나고 들으면 좋겠는데 아직 전설이란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설이 되려면 더 많은 것을 이루고 보여드려야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만 둘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는데 얼마나 노력하고 결과를 남겨야 하는가가 중요하다"면서 "남은 2년은 긴 시간이 아니다. 선수생활 마지막을 야구장에서 불태우고 후회없이 떠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당연히 겨우내 준비를 했다. "그동안 운동도 하면서 알차게 보냈다"고 한 이승엽은 "예전엔 힘을 올리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지만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된만큼 지금은 부상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유지하는 쪽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잘된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거울을 보면서 올시즌 자신의 타격폼에 대한 생각을 해왔다는 이승엽은 "시범경기까지 두달 정도 기간이 있는데 개막전까지 완벽한 폼으로 할 수 있도록 철저한 계산과 준비가 필요하다. 준비는 많이 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시즌 삼성의 전력이 약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승엽은 야구임을 강조했다. "지인들도 (우승이) 힘들지 않겠냐고 하시는데 야구는 의외성이 있는 종목이다. 아무리 안좋아도 프로에선 1등만 인정받는 곳이다. 마지막에 1등하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해보다 안좋은 상황인 것은 다 안다. 그래서 좀 더 악착같이 해야한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만들지 모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란 말이 있듯이 이것이 안되면 저것이 된다고 생각해야 한다"라는 이승엽은 "그동안 최고에서 견제를 받았다면 이제는 물고 늘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야구는 끝나봐야 안다. 어려운 시즌이 되겠지만 우리의 능력을 잊지 말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는다면 된다"라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새구장에서 뛸 2년에 대해 기대감이 컸다. "다른 곳으로 지나쳐도 되는데 굳이 새구장을 거쳐서 지나다닌 일이 많았다. 그만큼 새구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95년 입단하면서부터 새구장에 대한 열망이 컸는데 그게 현실이 돼 너무 영광스럽다. 2년 동안 잘뛰어서 팬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퍼포먼스를 보여드려서 모든 분들이 만족할만한 경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했다. 좌우중간 펜스 거리가 짧아 홈런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말에는 "펜스가 가까워도 잘맞아야 홈런이 되는 것이다. 홈런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우선 내 타격을 하는게 중요하다. 야구장이 크든 작든 좋은 스윙을 하면 홈런이 나오는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사실상 은퇴 시점을 못박은 이승엽에겐 남은 한 경기, 한 타석, 공 한개가 소중하다. 남은 288경기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는 이승엽의 노력이 괌 스프링캠프부터 시작된다.
경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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