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96억원의 무게, 창단 4년만에 우승만들까

함태수 기자

기사입력 2016-01-05 07:29


2015 KBO 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8일 서울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3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박석민이 배우 이기우로부터 상을 받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5.12.08/

FA 1년차 징크스. NC 다이노스 박석민(31)은 피해갈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FA 장원준 효과를 톡톡히 봤다. 4년간 84억원의 돈다발을 푼 대가는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장원준은 정규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2승12패 4.08의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불의의 부상으로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걸렀을 뿐, 선발 투수들이 연쇄 부진할 때 유희관과 함께 제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이어진 가을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 7⅔이닝 6피안타 5탈삼진 1실점으로 팀의 5대1 승리를 이끌었다. 직구 최고 시속이 146㎞까지 찍혔고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139㎞나 나왔다. 구단이 왜 장원준에게 연평균 21억원을 투자했는지를 증명한 하루였다.

반면 FA 잭팟이 주홍글씨가 된 선수도 많다. 주변의 시선과 부담감을 이기지 못해 첫 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선수가 수두룩하다. 대표적으로 롯데 자이언츠 강민호, SK 와이번스 최 정이다. 강민호는 2013시즌을 마치고 당시 FA로는 최고인 4년 간 75억원을 받는 조건에 도장을 찍었다. 하지만 2014년 98경기에서 타율 2할2푼9리, 40타점, 16홈런, 득점권 타율 1할6푼9리의 초라한 성적표를 남겼다. 가장 비싼 선수라는 훈장이 어느덧 주홍글씨가 돼 수많은 악플과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최 정도 2014시즌 뒤 당시 FA 야수 최고액인 총액 86억원에 계약했다. 1년 전 정근우를 놓친 구단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예우했다. 그러나 최 정은 지난 시즌 내내 부상과 부진으로 제 역할을 못했다. 81경기에서 타율 2할9푼5리에 17홈런 58타점이었다. 이 때문에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거론 된 SK는 중심타선을 책임질 간판 스타가 침묵하면서 힘겨운 시즌을 이어나가야 했다.

이제 시선은 자연스럽게 박석민에게 향한다. 96억원으로 FA 시장에서 새 역사를 쓴 선수가 제2의 장원준이 될지, 강민호나 최 정이 될지 사뭇 궁금하다. 현재까지는 워낙 액수가 커 타율 3할에 30홈런 100타점은 올려야 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매해 24억원을 받는 선수이기에 리그를 집어 삼킬 만한 성적표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대권에 도전하는 팀을 맨 앞에서 이끌어야 하는 의무도 있다. 구단은 겉으로 "박석민을 영입한 이유는 관중 때문이다. 60만 관중 돌파를 위해선 전국구 스타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지만, 내심 2016년 우승을 노리고 있다. 박석민이 삼성에서처럼 나무랄 데 없는 수비력에 장타 능력을 뽐내며 벤치 분위기를 달궈야 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선 선수 스스로 부담감을 이겨내야 한다. 앞서 강민호, 최 정이 부진했던 이유는 9할이 '멘탈'이다. 타석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조급함 탓에 한 시즌 농사를 망치고 말았다. 박석민도 사람이기 때문에 슬럼프가 일찍 찾아올 수 있다. 그 기간도 생갭다 길어질 수 있다. 하지만 하던대로 한다면 FA 성공 시나리오를 쓸 수 있다. 야구는 상대와 싸우는 종목이지 자신과 싸우는 스포츠가 아니다.

함태수 기자 hamts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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