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위급한 상황이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의 현실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위용이 시즌 초반 나오지 않고 있다. 부상이 너무나 뼈아프다.
KIA는 27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9회 마무리 정해영이 무너지며 3대5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1-2로 밀리던 경기, 무사 만루 위기를 탈출하고 곧바로 나성범의 역전 투런포가 터졌다. 이런 경기는 흐름상 무조건 잡아야 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제구 난조로 흔들리며 재역전을 허용하니, 어떻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하루 전 키움에게 장단 21안타를 허용하며 대패한 뒤, 9회 역전패까지 당하며 위닝 시리즈를 헌납했다.
KIA는 NC 다이노스와의 개막전에서 김도영을 잃었다. 햄스트링 부상이었다. 지난해 MVP 없이 경기를 치러야 하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이었다. 그런데 25일 키움과의 경기에서는 박찬호까지 이탈했다. 도루를 하다 무릎을 다쳤다. 다행히 큰 부상은 피했지만, 1주일 정도 출전하기 힘든 상태라 결국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김도영의 비중을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박찬호의 이탈은 사실 더욱 대체하기가 힘든 것이었다. 방망이는 감 좋은 선수들을 대신 넣으면 된다. 하지만 수비는 그렇지 않다. 박찬호가 빠진 첫 경기인 26일 키움전에서 유격수로 출전한 윤도현이 2회 치명적인 실책을 저질러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집한 게 좋은 예다.
프로의 세계에서 부상은 늘 발생하는 거고, 거기에 어떻게 대처를 잘 하느냐가 강팀으로 인정받느냐 그렇지 않느냐를 가를 수 있다. 하지만 김도영과 박찬호는 장기에서 '차와 포'를 떼고 경기에 임하는 것과 같은 거라 충격이 크다. 전력도 전력이지만, 팀 분위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하위권으로 예상되는 NC, 키움 5연전을 2승3패로 마쳤다. 이 감독 입장에서는 생각하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오히려 이 경기들 뒤에 다가오는 한화 이글스,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 상위권 후보들과의 경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앞에서 팀이 흔들려버리니, 다가오는 일정들이 두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감독은 "NC, 키움, 한화와의 연전을 잘 치러야 삼성과 LG를 상대로도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개막 10경기를 신중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시작하자마자 두 선수가 다쳐버렸다. 아무래도 두 선수가 없으니 공-수 모두에서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우리 전력을 다 사용하지 못하니, 상대와 관계 없이 초반 흐름이 빡빡하게 흘러갈 것 같다. 두 사람이 돌아오는 시점부터, 어떻게 우리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다. 시즌 초반이라 투수들도 100% 컨디션이 아니다. 공-수 모두 힘들다. 대신 부상 선수들이 돌아오고, 투수들 컨디션이 올라오면 치고 올라갈 수 있다.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네일, 양현종이 시범경기 비로 인해 투구수를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한 상황이다. 윤영철도 흔들렸다. 키움전에서 봤듯이 정해영 역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