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능 망쳤다' PIT 배지환 시범경기 최종선발 3타석 무안타, 진짜 메이저리그 투수 공은 못 쳤다

by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역시 진짜 메이저리그 투수한테는 안되는 것인가.'

배지환(25·피츠버그)이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진입을 노리고 나선 최종 시험무대에서 무너졌다.

배지환은 25일 새벽(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의 리 헬스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2025 MLB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전에 9번 중견수 선발 출전했지만,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배지환의 2025 스프링트레이닝 동안 시범경기 20경기에 출전해 타율 0.381(42타수 16안타) 1홈런, 4타점, 13득점, 3도루 OPS 1.017의 최종 성적을 남겼다. 배지환의 커리어 최고 성적이다.

배지환은 지난 2018년부터 8년째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치렀는데, 올해 성적이 가장 좋다. 최다경기, 최다타석, 최다안타, 최다타점, 최다 2루타 등 뛰어난 타격지표를 펼쳐보였다.

그러나 이 성적이 메이저리그 개막로스터 진입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현재 피츠버그의 개막 로스터(26명)는 대부분 채워진 상태다. 배지환이 노리는 자리는 외야 백업 한 자리 뿐이다. 이 자리를 놓고 잭 스윈스키(27)와 경쟁 중인데, 외부 평가에서는 스윈스키가 더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윈스키는 메이저리그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2022년 19개, 2023년 26개)을 때려내며 장타능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반면, 배지환은 메이저리그에서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2023년 111경기에 출전하며 300타석 이상(334타석) 기회를 얻었지만, 타율 0.231(334타수 77안타) 32타점 54득점에 그쳤다. 특히 볼넷 30개를 얻은 반면, 삼진은 92개나 당했다. 지난 해에는 부상등이 겹치며 29경기에서 74타석 밖에 나오지 못했다.

때문에 피츠버그 벤치는 빅리그에서 좀 더 유의미한 기록을 낸 스윈스키에게 기회를 줄 계획이었다.

하지만 배지환이 올해 시범경기에서 계속 4할대 맹타를 휘두르며 자력으로 뜨거운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피츠버그 데릭 쉘튼 감독도 이런 배지환에게 끝까지 경쟁해 볼 기회를 줬다. 시범경기 막바지에 접어들어서는 스윈스키와 배지환을 한 경기씩 번갈아 선발로 기용하며 공평하게 경쟁할 기회를 줬다. 선발이 아닌 선수는 경기 후반 대타로 투입하는 식이다.

22일 보스턴전에는 스윈스키가 8번 중견수로 나왔고, 23일 볼티모어전에는 배지환이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이어 24일 토론토전에는 스윈스키가 5번 중견수로 선발출격했다. 이날 미네소타전에는 배지환이 선발로 나설 차례였다.

배지환은 9번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0-4로 뒤지던 3회초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미네소타 우완선발발선 베일리 오버였다. 오버는 지난 시즌 풀타임 선발을 맡아 12승9패에 평균자책점 3.98을 찍은 2선발이다. 이번 시범경기 기간에도 4경기에 등판해 2승 무패, 평균자책점 1.59의 막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강속구 투수는 아니지만, 제구력이 좋다. '진짜배기 메이저리그 투수'다.

오버와의 첫 승부는 나쁘지 않았다. 초구와 2구째 포심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이 바깥쪽 높은 코스로 들어오자 지켜보며 볼 2개를 얻어냈다. 2구째 81.6마일(시속 약 131㎞)짜리 체인지업은 한번 밀어쳐 볼만 했지만, 배지환은 참았다. 볼이 됐으니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오버는 3구째 패스트볼(시속 89마일, 약 143㎞)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 꽂았다. 배지환이 지체없이 배트를 휘둘렀지만, 파울이 됐다. 4구째 체인지업은 존 아래로 떨어지며 볼이 됐다. 5구째 역시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볼. 배지환은 미네소타의 1선발급 2선발 오버와의 승부에서 볼넷을 얻어냈다. 의미있는 기록이다.

주자로서의 모습도 괜찮았다. 볼넷으로 1루에 걸어나간 뒤 후속 타자와의 승부 때 오버가 폭투를 두 번이나 했다. 배지환은 그때마다 한 베이스씩 점령해 자신의 발로 1사 3루 득점 찬스를 제공했다. 결국 2사 3루에서 2번 브라이언 레이놀즈의 우전 적시타가 나오며 배지환이 팀의 첫 득점을 달성했다.

하지만 배지환은 두 번째 타석과 세 번째 타석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5회 초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세 번째 투수 루이스 발랜드를 만나 스탠딩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걸치고 들어온 체인지업(90.8마일)과 너클커브(86.1마일)에 속절없이 당했다.

7회초 2사 1루 때 나온 세 번째 타석에서도 범타에 그쳤다. 미네소타 핵심 불펜요원으로 지난해 9승1패, 5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3.28을 찍은 콜 샌즈를 상대로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를 공략했지만, 평범한 2루수 앞 땅볼에 그쳤다.

배지환은 8회말 수비이닝 때 새미 시아니와 교체됐다. 스윈스키는 출전하지 않았다. 4할까지 치솟았던 배지환의 타율도 다시 3할대가 됐다. 메이저리그 콜업을 노리는 마이너리그 투수들을 상대로는 매서운 타격감을 뽐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붙박이 투수들의 변화구와 강속구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약점을 최종 시험무대에서도 드러내고 말았다.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배지환이 과연 피츠버그 코칭스태프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