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팀에서 가장 빛나는 선수인데, 모든 비난을 혼자 받고 있다."
얼핏 들으면 토트넘 홋스퍼의 '캡틴' 손흥민(33)을 묘사하는 말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말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장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처지를 동정하는 말이다. 추락하는 맨유를 긴 시간 거의 홀로 지탱하고 있지만, 팬들로부터 갖은 비난을 받고 있는 페르난데스를 향해 전 첼시 레전드 출신 조 콜이 '맨유를 떠나라'고 직언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은 20일(이하 한국시각) '조 콜이 맨유 주장 페르난데스를 향해 우승을 위해서라면 팀을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콜은 '패디 파워'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만약 페르난데스의 입장이라면 어떻게든 맨유를 떠날 방법을 찾으려 할 것 같다. 페르난데스는 맨유에서 등대처럼 가장 빛을 발하고 있지만, 모든 비난을 받고 있다"면서 "어쩌면 페르난데스는 매일 집에서 '내가 이렇게 팀을 위해 노력하는데 왜 비난을 받을까'하고 고민할 것"이라며 노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동정했다.
페르난데스는 지난 2020년 포르투갈 스포르팅에서 맨유로 이적했다. 이적하기 전부터 맨유의 열렬한 팬임을 숨기지 않았고, 팀에 합류한 이후에는 놀라운 경기력과 뜨거운 충성심을 앞세워 곧바로 팀의 핵심 선수가 됐다. 이적 직후 카라바오컵과 FA컵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결국 페르난데스는 리더십을 인정받아 팀의 주장을 맡고 있다. 현재 여섯 번째 시즌을 치르면서 통산 277경기 95골 81도움을 기록 중이다. 맨유의 플레이메이커이자 주장으로서 변함없는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맨유는 페르난데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이번 시즌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현재 리그 13위다. 이대로 시즌을 마치면 맨유는 가장 낮은 순위로 시즌을 마감하게 된다.
마치 손흥민과 토트넘의 현실을 보는 듯 하다.
이런 페르난데스를 향해 콜은 "페르난데스는 정말로 클럽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먼 훗날 맨유가 다시 정상에 올랐을 때 이번 암흑기에서 유일한 희망으로 빛을 발한 선수가 페르난데스였다고 깨닫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르난데스 비판에 앞장서 온 것은 공교롭게도 전 맨유 주장을 역임한 로이 킨이었다. 킨은 "페르난데스는 뛰어난 선수지만, 그것만으는 부족하다. 예전 선수들은 팀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이 있었지만, 페르난데스에게는 그런 능력이 부족하다. 젊은 선수들이 믿고 따라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거침없이 비난했다.
콜의 조언대로 페르난데스에게 남은 선택지는 둘 중 하나다. 계속 욕을 먹으며 맨유에 남아 암흑기를 견디는 것 아니면 자신의 미래를 위해 팀을 떠나는 것이다. 선택은 페르난데스의 몫이다. 이건 손흥민에게도 어쩌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