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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만' 레오 방출 나비효과?…후회막심 OK, 전년도 준우승→1년만에 꼴찌 추락 '굴욕' [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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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OK저축은행이 끝내 올시즌 최하위 확정이란 현실에 직면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의 모험은 기념비적인 대실패로 끝났다.

OK저축은행은 11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V리그 KB손해보험전에서 세트스코어 1대3으로 패했다.

이날 패배로 시즌 7승27패, 승점 27점을 기록하며 꼴찌가 확정됐다. 남은 2경기에서 승점 6점을 따내고, 6위 한국전력(12승22패·승점 33점)이 전패하더라도 다승에서 뒤져 역전이 불가능하다.

아포짓으로 돌아온 신호진(18득점), 신예 아웃사이드히터 김건우(17득점)가 분투했지만, 67득점을 합작한 KB손해보험의 비예나-나경복-야쿱 삼각편대를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질적인 '기량 미달' 판단 속 잠깐씩 기용된 외국인 선수 크리스에 대한 아쉬움만 더욱 진하게 남았다.

'V리그의 왕' 레오와의 재계약 포기로 시작해 그 빈자리만 절실하게 느끼다 끝난 시즌이었다. 외인 뽑기마저 실패를 거듭했기에 그림자가 더 짙었다.

오기노 감독과 레오는 2023~2024시즌 의견 충돌을 거듭했다. 오기노 감독은 서브 범실을 최대한 줄인 디그&블록 시스템, 다양한 볼 분배와 공격 옵션을 활용한 역동적인 배구를 추구했다. 반면 레오는 "난 V리그를 잘 알고 있다. 내게 맞춰주면 30득점이든 40득점이든 해낼 수 있다. 그게 내가 가장 잘하는 배구고, 팀 성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속내를 수차례 여과 없이 밝혔다.

결국 시즌 도중 팀 운영 기조를 레오에게 최적화된 배구로 바꿨고, 그 결과 아쉽게 우승 목전에 멈췄지만 챔프전 진출이란 성과를 이뤄냈다.

하지만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른 두 사람의 결별은 예정된 일이었다. 오기노 감독은 프런트의 반대를 무릅쓰고 재계약 포기를 선언했고, 레오는 3년간의 OK저축은행 생활을 청산하고 다시 V리그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신청했다.

명암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현대캐피탈에 새 둥지를 튼 레오는 허수봉 최민호 전광인 신펑 등과 함께 '행복배구'를 만끽하며 챔프전 직행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허수봉과 함께 시즌 MVP 후보다.

반면, 레오 잃은 OK저축은행은 허망하게 침몰했다.

시즌 전 트레이드로 미들블로커 차영석을 영입하려 했지만, 카드였던 곽명우의 개인사로 무산되면서 또 한번 스텝이 꼬였다.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희생하며 영입한 노장 진성태 영입도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하필 그 지명권이 2%의 희박한 확률을 뚫고 전체 1번픽으로 뽑혔다. 한선수-유광우의 노쇠화를 걱정하던 대한항공에게 최고 유망주 세터 김관우를 선물한 꼴이니 더욱 배가 아파졌다.

레오를 앞세워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랐던 지난 시즌의 위풍당당함은 개막 첫 라운드만에 무너졌다. 1라운드를 1승5패로 시작했고, 3~4라운드에 걸쳐 9연패 늪에 빠지는 등 고전을 거듭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도 불운이 거듭됐다. 부진했던 루코니를 크리스로 교체하고, 부상으로 시즌아웃된 아시아쿼터 장빙롱 대신 사령탑의 요청에 따라 하마다 쇼타를 영입하는 등 구단은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국내 선수들은 성장했다.

데뷔 3년차 신호진이 팀의 대들보로 거듭났고, 2년차 김건우의 성장세도 눈부셨다. 미들블로커 박창성도 확실한 존재감으로 중앙 한자리를 꿰찼다.

팀 디그 1위, 리시브 4위, 수비 2위에 최소 범실까지, 오기노 감독의 조련은 OK저축은행의 수비를 한차원 끌어올렸다. 하지만 외국인 선수의 부진 속 공격 전 부문에서 6~7위에 그쳤고, 2017~2018시즌 이후 7년만의 최하위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블로킹마저 세트당 평균 2.285개로 리그 꼴찌였다.

올시즌은 두자릿수 승수마저 실패다.

우리카드 알리, KB손해보험 야쿱, 삼성화재 파즐리, 현대캐피탈 신펑 등 아시아쿼터 공격수가 대세로 자리잡은 흐름 속 검증된 세터 이민규 대신 굳이 쇼타를 영입한 오기노 감독의 선택도 의문이었다. 쇼타의 안정감과 별개로 공격 옵션의 부족은 쇼타 영입 후 3승11패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결국 OK저축은행은 4라운드 전패의 수모를 당하는 등 단일 라운드 최다 승수가 2승에 불과한 암담한 한 해를 보냈다. 시즌중 몇차례 현장을 찾은 최윤 구단주는 좀처럼 웃지 못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패배 직후 특별한 코멘트 없이 "모든 것은 내 책임"이라는 자책만 남겼다.

OK저축은행은 오는 15일 삼성화재와 마지막 홈경기를 치른다. 공교롭게도 최종전은 20일 현대캐피탈전과의 천안 원정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