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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R 전승 노린다" 꼴찌팀+24세 세터의 패기만만한 선언, 당돌함 아닌 간절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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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정말 수원에서 오랜만에 이긴 거 같다. (2019년 이후 처음이란 말에)프로 데뷔하기 전에 이기고 처음인줄은 몰랐다."

GS칼텍스 김지원(24)의 눈이 동그래졌다. '수원 15연패를 끊었다'는 말에 6년의 세월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2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V리그 6라운드 현대건설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이로써 GS칼텍스는 수원 원정 15연패라는 악몽의 사슬을 끊어냈다. 이날 승리는 2019년 11월 28일(세트스코어 3대2승) 이후 1920일만이 수원 승리였다.

전반기에만 14연패를 하며 일찌감치 봄배구 도전이 좌절된 상황. 젊고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라 걷잡을 수 없었던 14연패지만, 그래서 연패가 끝난 뒤에도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이영택 GS칼텍스 감독은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불어넣었고, 그 결과 4~6라운드 8승6패의 준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날 승리로 승점 30점에 도달, 6위 페퍼저축은행(승점 31점)에게도 1점 차이로 따라붙었다.

올시즌 실바는 총득점 877점으로 빅토리아(IBK기업은행, 802득점)를 제치고 선두를 질주중이다. 선수 본인은 최고의 활약을 펼쳤지만, 2년 연속 봄배구는 커녕 최하위를 맴도는 팀 상황에서 그나마 의미를 두는 포인트다.

이영택 감독은 "시즌을 마치기에 앞서 선수들과 약속한 목표가 몇가지 있다. 무엇보다 탈꼴찌다. 꼴찌보다는 하나라도 순위를 올려서 마감하는게 어린 선수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두자릿수 승리도 거두고 싶고, 무엇보다 너무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는 실바에게 6라운드 MVP를 주고 싶다. 실바는 4~5라운드에도 잘했지만, 결국 팀성적(라운드별 3승3패) 때문에 못받은 것 같다. 6라운드에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인터뷰에 임한 김지원의 마음도 같았다. 시즌 종료까지 4경기를 남겨둔 시점. 김지원은 "개인적인 목표가 있고, 팀적인 목표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라운드 전승을 해보고 싶다. 실바에게 라운드 MVP를 주고 싶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작년보다는 공격 점유율도 늘었고,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세터로서)실바를 더 찾게 된다. 미안하기도 한데, 또 올려주는대로 다 때려주고, 50득점도 해주지 않았나. 항상 고맙다. 내년에도 함께 하고싶다."

김지원은 주전 세터로 한 시즌을 보냈다. 발목에 통증을 느낀 동안은 돌아온 안혜진이 주전 세터를 맡아줬고, 안혜진이 통증으로 빠지자 김지원이 다시 그 자리를 채웠다.

이영택 감독은 "김지원은 안정감이 좋고, 특히 오세연과의 호흡이 정말 좋다. 아웃사이드히터(유서연 권민지 이주아) 쪽에 주는 토스도 편한 부분이 있다. 안혜진과 김지원이 서로를 채워주는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평했다.

"(안혜진)언니가 있고 없고 차이가 정말 크다. 아플 때 팀원들한테 너무 미안하고, 빨리 복귀해야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든다. 이번엔 언니 하는 거 보면서 배우고, 또 좀더 편한 마음으로 재활할 수 있었다."

현대건설전 3세트에는 토종 선수끼리 맞대결을 펼치는 흥미로운 상황이 있었다. 현대건설은 최고참 황연주(3득점), GS칼텍스는 막내 이주아(6득점)이 팀 공격을 이끌었다.

김지원은 "실바가 빠지면서 불안하긴 했다. 그래도 평소에도 이주아를 아포짓으로 넣고 연습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호흡이 잘 맞았다. 또 이주아 공격이 애매한 곳에 몇번 떨어진 덕분에 상대가 말린 것 같다"며 웃었다.

사령탑의 말처럼 '절친' 오세연과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아시아쿼터 뚜이와의 호흡도 물이 올랐다. 중앙공격 옵션이 다양해지면서 실바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뚜이가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안 맞았다. 서로 성격이 활발한 편이 아니라서 말도 잘 안했다. 그러다 뚜이랑 (오)세연이가 친해지면서 나와도 가까워졌다. 세트 후반이 되면 (상대팀이)다 실바만 본다. 그걸 역이용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오늘 뚜이랑 잘 맞아서(뚜이 9득점) 좋았다."

후반기가 너무 잘되다보니 부진했던 전반기가 더 아쉬운게 사람 마음이다. 김지원은 "시즌 초반에 비해 내가 정말 달라졌다. 시즌초부터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면서도 "봄배구 탈락했다고 끝난 건 아니지 않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흐름을 다음 시즌에도 유지하고 싶다"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개인적인 목표'는 뭘까. 김지원은 "시즌전에 세연이랑 한 내기"라고 했다. 올시즌 블로킹 3위에 올라있는 오세연은 현재 94개를 기록중이다.

"난 서브에이스 25개, 세연이는 블로킹 100개를 하기로 했다 지금 서브에이스 21개인데, 4개 더 하고 싶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