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불빛으로, 침묵으로…슬픔을 나눕니다'…관광업계, '국가 애도 기간' 동참

by

연말 특수는 없었다. 매년 연말·연초 가장 시끌벅적한 게 관광업계지만, 이번엔 달랐다. 테마파크, 호텔, 면세점 등 관광업계 대부분 한마음으로 최근 항공기 사고에 따른 국가 애도 기간 추모의 시간을 함께 했다. 코로나19를 지내며 기업 존폐를 놓고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관광업계다. 이들이 함께한 위로의 시간에는 진심이 담겼다.

▶ 조명 낮춘 테마파크, 작아진 아이들 웃음소리

202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롯데월드. 아이와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일 년 중 몇 안 되는 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입구부터 테마파크 내부까지 한산했다. 하루 내내 입장객 수는 단체관광객이 없는 평일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상 물정 모르게 컸으면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마저 사라졌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린다 싶어 둘러보면 외국인 관광객이다. 그나마 외국인 입장객도 줄어 테마파크의 즐거운 분위기를 느끼긴 힘들었다. 입장객 수가 적어 놀이기구 탑승도 수월했다.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평소 1~2시간을 훌쩍 넘기던 놀이기구도 20~30분 남짓이면 탑승이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1월 4일까지 롯데월드 어드벤처 및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의 모든 퍼레이드를 비롯한 스테이지 및 길거리 공연, 불꽃놀이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사전 공지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롯데월드 어드벤처에서 진행 예정이었던 카운트다운 행사 'Happy New Year Electric Party (해피 뉴 이어 일렉트릭 파티)'도 취소했고, 2024 연말 카운트다운권을 구매한 이들에게 전액 환불 조치를 진행키로 했다.

기업 논리만 내세운다면 어려운 결정이다. 사전 준비를 위한 비용적인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입장객 감소는 기본, 대규모 관리 인력 충원과 이들을 위한 특식(식음료) 주문 등 추가 부대 비용을 더하면 손실은 더욱 커진다. 취소하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문을 받아 움직이는 업체에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 중소형업체라면 뼈아프다. 롯데월드는 카운트다운 행사 취소에도 불구, 이같은 점을 고려해 행사 관련 사전 준비 발주 및 계약은 그대로 유지했다. 비용 부담이 있더라도 지금의 위기 상황 속 업체의 부담을 키워서는 안된다는 그룹 차원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파크 내부에서도 추모의 마음을 나름대로 곳곳에 담았다. 화려한 내부 조명의 조도와 음악 소리를 낮췄고, 매 시간 국가 애도 기간에 따른 퍼레이드가 취소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곳곳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간판도 설치했다. 무엇보다 저녁 시간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추모합니다'리는 문구는 롯데월드 매직아일랜드의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월드타워는 건물 외벽 문구 외에도 1월 4일까지 상부 랜턴부에 백색의 애도 조명을 밝히고 있다. 점등 시간은 매일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희생자들의 넋을 추모하고자 정부가 정한 국가 애도 기간 애도 조명을 점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도 국가 애도 기간 동안 추모의 시간에 동참했다. 1월 4일까지 당초 진행 예정이었던 공연을 모두 취소했다. 크리스마스 퍼레이드와 문라이트퍼레이드, 매직인더스카이, 무민불꽃놀이 공연 등이다. 베리 메리 산타빌리지, 문라이트 포토파티, 런런런 스노우프렌즈는 연기자 포토타임으로 변경해 진행키로 했다.

호텔, 면세점 등도 연말 주요 행사를 취소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12월 31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서 개최 예정이던 '2025 카운트다운 쇼 라이트 나우(LIGHT NOW)' 축제를 취소했고, 랜드마크로 떠오른 LED 조명도 밝히지 않았다.



▶ 지방 주요 행사 대부분 취소…지역 경제 위기감 확대

해넘이, 해맞이를 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에 나섰려 했던 지자체의 행사도 줄줄이 취소됐다. 서울시에서 진행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 행사'는 공연 등을 취소한 채 평소보다 엄숙하게 진행됐다. 특히 행사 중간 참사 희생자를 위한 애도와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국내 대표 해맞이 관광지인 울주군은 해맞이객을 위한 셔틀버스 운영 중단했고, 드론 조명 쇼와 불꽃 쇼 등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강릉시도 정동진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관광객을 위해 진행하려던 불꽃놀이 등 행사를 취소했다. 포항시와 포항문화재단은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호미곶면 해맞이공원 일대에서 '제27회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을 개최하기로 했지만 행사 대신 항공기 참사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다만 새해 일출을 보러 오는 관광객 편의를 위해 한파를 피할 수 있는 대형 천막과 에어돔은 설치했다. 수원시는 지난해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던 행사를 취소했다. 취소된 주요 행사는 수원시립예술단 송년 음악회(수원 SK 아트리움), 제야 음악회(행궁광장 특설무대), 제야 타종(여민각), 해맞이 행사(팔달산 서장대) 등이다. 이밖에 대부분 국내 대부분 지자체는 송년·신년 행사를 취소하고, 합동분향소를 마련해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관광은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현상 등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이벤트 취소 등은 지역 경제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 서울과 부산을 제외한 주요 지방 중소 관광지의 경우 계절성에 영향을 받고, 특정 기간 관광객이 몰리는 특성상 해당 기간 한 해의 수익을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를 겪은 덕분에 관광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에 대한 체험 위기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지만, 이들 역시 별다른 불만 없이 국가 애도 기간에 동참하며 추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구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낸 이들의 진심 어린 위로다. 국가 애도 기간 이후에는 지역 관광 활성화에 대한 관심과 정부 차원의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 확대가 필요해 보인다.

관광업계 한 관계자는 "비상계엄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줄었고, 주요 관광지 일부의 경우 두 자리수 가까운 방문객 감소가 이뤄진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가 애도 기간이 이후부터의 위기가 더욱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빠르게 안정화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정치 불안에 따른 위기감은 여전하다"며 "일반적으로 예약이 많은 업종 특성상 현재보다는 2~3개월 뒤 충격 여파가 더욱 크게 발생하는 경향을 보였던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 및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