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지난달 KIA 타이거즈가 내부 FA 중 최대어인 장현식을 놓쳤을때, 우려하는 시선이 분명히 존재했다.
시즌 종료 후 KIA 소속 선수 가운데 FA를 선언한 선수는 총 3명. 장현식과 임기영, 서건창이었다. 이중 협상에서 가장 우선 순위는 장현식. 트레이드 영입 이후 KIA에서 꾸준히 필승조 역할을 맡아왔던 선수이고, 올해 KIA가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데 있어 가장 기여도가 높은 불펜 투수였다.
KIA도 당연히 필요성을 인지해왔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장현식을 놓치고 말았다. 장현식은 4년 총액 52억원 전액 보장 조건에 LG 트윈스로 이적했다. 사실 불펜 FA 투수에게 옵션 없이 전액 보장을 해주는 것은 상당히 쇼킹한 조건이다. 하지만 그만큼 불펜 보강, 대체 마무리 영입이 절실했던 LG가 화끈한 조건으로 장현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계약금이 무려 16억원이고, 나머지 연봉 36억원을 4년에 나눠 받는다. KIA도 장현식을 잡으려고는 했지만, 그정도 금액까지 베팅하지는 못했다.
우려가 컸다. 장현식은 전상현, 정해영 등 현재 KIA 불펜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투수다. 비록 KIA가 올해 우승에 성공했지만, 우승 다음해 성적이 중요하다는 사실 역시 알고 있다. KIA는 모기업이 바뀐 후 거둔 앞선 두번의 우승(2009년, 2017년)에서 이듬해 혹독한 우승 후유증을 겪었던 바 있다. 우승 이후 직각 추락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KIA는 이번 FA 시장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이른바 대어급으로 불렸던 선수들과도 적극적인 협상 테이블을 차리지 않았고, 내부 FA 3인방 중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던 장현식을 놓쳤다. KIA 구단 역시 "사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선수는 장현식"이라며 아쉬워했다.
올해 우승을 한데다 탄탄한 모기업을 갖춘 KIA가 돈이 없어서 선수를 못잡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정가'에 대한 확고한 원칙을 지켰다. 심재학 단장도 "우리가 올해 FA 영입에 있어서는 '적정가'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좋은 선수가 많으면 좋고,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면 좋겠지만 선수 몸값에도 적정가라는게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무리해서까지 잡기에는 리스크가 있다고 봤다. 특히 올해 시장에서는 과연 우리가 이정도 금액을 주고 데리고 올만한 선수가 있느냐를 많이 고민했었는데 그러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오버페이는 없다'는 원칙을 지킨 셈이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대형 트레이드로 승부수를 띄웠다. 키움 히어로즈의 마무리 투수이자 세이브와 출신인 조상우를 데리고 오면서, 1,4라운드 신인 지명권과 현금 10억원을 내줬다. 올해 전반기 내내 '트레이드 매물'로 높은 관심을 받았던 조상우는 결국 시즌이 끝나고나서야 KIA 품에 안겼다. KIA는 트레이드 대가로 선수를 내주지 않고, 신인 지명권 2장과 10억원을 내주면서 '윈나우' 기조를 유지하는데 성공했다. 조상우 입장에서도 1년 후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충분하고, KIA 역시 그 부분을 노려 '윈윈'을 목표로 세웠다.
아직 서건창이 미계약자로 남아있지만, 내부 FA 임기영과 3년 최대 1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또 외국인 타자를 소크라테스 브리토에서 장타력을 갖춘 빅리거 출신 패트릭 위즈덤으로 교체하면서 사실상 2025시즌 선수단 구상을 끝낸 상태다. FA 시장 개장 이후 소극적이던 KIA가 트레이드로 반전을 일궜다. 돈은 다르게 쓰면서 최상위권 성적은 유지하겠다는 확실한 메시지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