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전기 픽업트럭의 선택지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여전히 1억원 내외 고가라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남지만 포드 F-150 라이트닝, 쉐보레 실버라도 EV, GMC 시에라 EV, 그리고 테슬라 사이버트럭 등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중 리비안 픽업트럭 R1T는 이러한 경쟁 속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휘하며 틈새 시장의 기대주로 이목을 끌고 있다. 리비안 R1T를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인사이드EV가 리뷰했다.
이번 시승은 리비안 R1T와 함께 400마일(약 643km)에 달하는 장거리 시승이었다. 텍사스의 산안토니오에서 시작해 서부 텍사스 사막까지 이어지는 이 여정은 급속 충전소가 드문 지역을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전적이었다.
시승한 리비안 R1T는 블루 컬러의 듀얼 모터 모델이다. 149kWh 대용량의 ‘맥스 팩’ 배터리를 장착했다. 이러한 배터리와 공기역학적 설계를 바탕으로 EPA 기준 약 420마일(약 676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퍼포먼스 업그레이드와 내장 인테리어 등을 포함한 이 모델의 가격은 약 9만6000달러(약 1억4055만원)로 저렴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차량이 제공하는 기능과 품질을 고려할 때 가치는 충분하다고 느껴진다.특히 리비안은 꾸준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성능과 사용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왔다.
이전에 경험했던 리비안 차량들보다 이번 R1T는 더 진보한 모습을 보여준다. 포드 F-150 라이트닝보다 혁신적이고, 테슬라 사이버트럭보다 실용적이다. GM의 전기 픽업트럭보다 배터리 효율성이 높다는 점은 R1T를 돋보이게 한다.
리비안 R1T 기어터널
R1T를 운전하며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차량 자체가 매우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내부 공간은 넓고 쾌적하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는 사용하기 쉽다. 길이가 R1S보다 30cm 이상 길지만 가벼운 조향감과 정밀한 핸들링 덕분에 주차나 좁은 공간에서의 이동도 크게 어렵지 않다.
특히 눈에 띄는 요소는 기어 터널이다. 차량 양측 외부에 있는 패널을 열면 나타나는 65인치(약 165cm) 길이의 이 터널은 중형 여행가방 두 개와 다양한 장비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 활용성을 제공한다. 픽업 트럭임에도 여행 짐 수납에 부족함이 없다는 점은 실용성에서 큰 점수를 얻는다.
리비안 R1T
또한 리비안의 차량소프트웨어는 테슬라에 비견될 정도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 무선 키 기능, 충전소 탐색 등은 편리함을 더하며 다양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제공한다.
R1T는 큰 차체와 벽돌과 같은 디자인으로 인해 에너지 효율이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 주행 시 kWh당 약 2.7마일(약 4.3km)의 효율을 기록했는데 이는 가벼운 세단형 전기차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장거리 주행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한 모든 조작을 터치스크린으로 처리하는 설계는 직관성과 편리함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에어컨 조작을 위해 물리 버튼 대신 화면을 터치해야 하는 방식은 운전 중 조작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
리비안 R1T
DC 급속 충전 속도에서도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350kW급 충전소에서 30%부터 충전을 시작했으나 최대 충전 속도는 190kW에 그쳤다. 이는 R1T가 명시한 최대 220kW 충전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R1T는 전기 픽업 트럭 시장에서 독창성과 실용성을 모두 겸비한 모델로 자리 잡았다. 장거리 여행의 효율성은 다소 아쉬웠지만 매력적인 디자인, 뛰어난 공간 활용성, OTA를 통해 개선되는 소프트웨어는 R1T를 특별하게 만든다.
김태원 에디터 tw.kim@cargu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