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할 수 있다 KB!"
현장을 가득 채운 의정부 배구팬들의 뜨거운 함성이 선수들의 마음에 닿은 걸까.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2연승이다. KB손해보험이 마침내 봄배구권에 올라섰다.
KB손해보험은 26일 의정부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전에서 세트스코어 3대1(25-23, 25-20, 12-25, 25-14)로 이겼다.
지난 한국전력전에 이어 경민대체육관에서 열린 2번째 경기다. 당초 프로배구 경기를 위해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의정부 홈팬들에게 가까운 경민대를 택했다. KB손해보험 스태프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평범한 대학교 강당이 그럴듯한 프로 경기장으로 변모했다. 오히려 관중들의 환호가 선수들에게 보다 가깝게 전달되고, 경기 집중력 면에서 의정부체육관보다 낫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날 승리로 KB손해보험은 8승9패 승점 24점을 기록, 최근 3연승을 질주하며 삼성화재(승점 23점) 우리카드(승점 21점)를 누르고 단숨에 리그 3위로 뛰어올랐다. 개막 직전 사령탑이 건강 문제로 사임하고, 개막 5연패의 암울한 현실을 경험했던 KB손해보험으로선 상전벽해의 상승세다.
비예나가 25득점으로 팀 공격을 이끌었고, 나경복 황경민(이상 10득점)이 힘을 보탰다. 차영석은 8득점 5블록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뒷받침했다.
반면 우리카드는 앞서 OK저축은행-현대캐피탈전에 이어 3연패를 기록하며 5위까지 처졌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의 미간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브라질-프랑스 출신 명장 파에스 감독을 영입하며 의욕적으로 새 시즌을 준비했지만, 주장 겸 외국인 선수 아히의 부상 이탈로 잃은 분위기가 너무 컸다. 대체 외인 니콜리치도 아직까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경기전 만난 마틴 블랑코 KB손해보험 감독대행은 "좋은 분위기를 최대한 이어가고 싶다. 서브가 좋아지면서 블로킹도 살아났다. 전술적인 움직임도 좋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플레이오프에 대한 질문에는 "너무 멀리 보기보단 일단 눈앞의 단기적인 목표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경기에서 허벅지 통증을 호소한 나경복에 대해서는 "괜찮다. 하지만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체력적 부담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마우리시오 파에스 우리카드 감독도 "요즘 KB손해보험 미들블로커진이 좋다. 황택의와의 호흡도 좋고, 비예나가 꾸준히 잘하고 있어 기복없이 강한 팀이 됐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어 "블로킹은 서브에서 시작되는 콤비네이션이다. 결국 우리 선수들이 더 공격적인 자세로 서브를 넣어야한다"고 강조했다.
KB손해보험이 접전 끝에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양팀 공히 외국인 선수 비예나와 니콜리치가 팀 공격을 주도했다. KB가 앞서가면 우리카드가 뒤집고, 다시 KB가 앞서가는 승부의 반복이었다.
세트 막판 18-20에서 서브로 변수가 갈렸다. 우리카드 한태준의 서브 범실이 나왔고, KB손해보험 황택의는 서브 에이스를 기록하며 20-20 동점, 흐름이 바뀌었다. 그 뒤로도 일진일퇴가 이어졌지만, KB손해보험은 22-23에서 비예나의 연속 득점에 이어 황경민이 우리카드 니콜리치의 공격을 가로막으며 첫 세트를 따냈다.
2세트 역시 KB손해보험이 가져갔다. 12-12에서 상대의 연속 범실, 비예나의 득점이 터진데다 황경민이 다시 니콜리치를 가로막으며 16-12로 앞서나갔다. 그 리드를 세트 끝까지 지키며 승리.
3세트는 우리카드의 반격이었다. KB손해보험은 알리와 박준혁을 앞세운 우리카드의 공세에 1-6, 10-20으로 크게 뒤처졌고, 일찌감치 4세트를 준비했다.
결국 승부는 4세트에서 끝났다. KB손해보험은 세트 초반 황택의-나경복의 연속 블로킹으로 5-1 리드를 잡았고, 스테이플즈까지 서브에이스로 힘을 보태며 16-9까지 앞섰다.
우리카드의 맹추격에 13-16으로 쫓겼지만, 나경복의 서브에이스로 다시 흐름을 바꿨다. 18-14에서 이준영의 속공과 서브에이스가 잇따라 터지며 분위기를 완전히 장악했고, 차영석이 블로킹 3개를 추가하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의정부=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