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100억원 얘기가 나오려면 포수로 얼마나 뛰어야 할까.
2025 시즌을 앞두고, FA 시장이 사실상 문을 닫았다. 일부 미계약 선수들이 있지만, 다른 팀으로 옮길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의 계약은 사실상 모두 종료됐다.
벌써부터 내년 예비 FA들에 대한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대어급'이 없다던 올해 FA 시장이었는데, 예상을 뛰어넘는 '오버페이' 행진에 내년 능력치가 더 좋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들의 몸값은 얼마나 치솟을지 걱정 반, 관심 반인 상황.
그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 중 하나가 2025 시즌 후 FA가 되는 KT 위즈 강백호다.
20홈런 이상, 100타점 가까이 할 수 있는 강타자. KIA 타이거즈 우승 유격수 박찬호와 최대어 자리를 다툴 수 있는 선수로 꼽힌다. 성적 뿐 아니라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래서 벌써 '100억원' 얘기가 흘러 나온다. 전례를 보면 아주 허황된 얘기는 아닐 것이다.
다만 강백호가 100억원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시장에서 그를 포수로 평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강백호는 강한 타격능력을 갖췄지만, 냉정히 말하면 '반쪽 선수'다. 수비가 너무 약하다. 외야수로는 한 자리를 풀로 맡기기 힘들고, 그래서 1루로 보냈지만 1루 수비도 불안했다.
돌려써야 하는 자리인 지명타자로 고정돼 뛰려면 타격이 압도적이어야 한다. 외국인 선수 수준으로 30홈런, 100타점은 무조건 넘겨야 하는데 커리어에 그런 시즌은 없었다. 장단점이 명확하다. 걸리면 넘어갈 만큼 힘이 좋지만, 2022년 시즌 이후 정교함은 살짝 떨어진다.
그런 강백호에게 엄청난 변수가 찾아왔으니 바로 ABS였다. 타격 쪽 문제가 아니었다. 포수의 프레이밍 등 잔 기술 중요성이 떨어지며, 이강철 감독이 그를 포수로 기용해본 것이다. 고교 시절까지 포수였으니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선택이었다.
시켜보니 곧잘 했다. 특히 투수 출신답게 어깨가 강해 도루 저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 포인트였다. 상대가 포수 강백호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였다. 여기에 볼배합도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존 포수들의 리드, 그 통상적 틀을 깨버리는 역발상이 통했다. 그렇게 30경기, 169이닝을 포수로 뛰었다.
하지만 냉정히 주전 안방마님으로 출전 경기 수를 늘리는 건 쉽지 않다. 주전 장성우가 쉬어야 할 때 경기 중후반 작전을 위한 교체로 포수 자리가 빌 때 공백을 메우는 역할로는 훌륭하지만 시즌 전체를 끌고가려면 프로 포수로서 경험이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실제, 기본기 부족으로 실수하는 경우도 있었다. 당장 중심 타선에서 힘을 써야 할 선수가 스프링캠프에서 블로킹, 포구 등 기본기 훈련에 시간을 쏟기도 어렵다. 지금 당장 눈에 띄는 포수로서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체력 소모가 많은 포수 이닝을 늘릴수록 아무래도 타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수가 귀한 시대.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를 찾기도 힘들고, 그런 선수를 'A급'으로 키워내는 건 더 힘들다. 그러니 포수가 시장에 나오면 몸값이 치솟는다. 2011년부터 무려 14년 간 양의지(두산) 강민호(삼성) 천하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 현재 KBO리그의 포수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가운데 강백호가 주전 포수급으로 활용가치가 있다면 100억원이 뛰어넘는 대형 FA 계약을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계가 있는 '보조 포수'에 그친다면 천문학적 몸값을 기대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