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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사연 없는 무덤 없듯, '오징어 게임'에 사연 없는 참가자는 없다. 만약 인물 한 명 한 명의 사연을 다 설명하고 넘어간다면 그만큼 초반 이야기 속도감은 더뎌진다. 물론 선택의 문제다. '오징어게임2'는 초반의 속도감보다 인물을 택했다. 아마도 제작진의 자신감일 것이다. 마침내 무인도에서 '본게임'이 시작되자 그 자신감의 근원을 알게 된다.
넷플릭스의 가장 성공한 시리즈 '오징어 게임2'(황동혁 극본, 연출)가 26일 공개됐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 강남 메가박스 코엑스에선 1회부터 7회까지 전편이 공개됐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10분까지 장장 8시간에 걸쳐 취재진에 대한 '감금'이 행해졌다.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 시즌1보다 훨씬 커진 세계관과 서사가 시청자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캐스팅 단계부터 화려했다. 다른 작품에서는 다 원톱 주연으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대거 등장한다. 메인 매치업은 이정재와 이병헌이라 치더라도, 임시완, 강하늘, 박규영, 이진욱, 박성훈이 합류하면서 이들 각자의 사연에 대한 궁금증도 컸다. 시즌1에서도 그랬다. 정호연 김주령 같은 조단역 배우들이 주인공에 버금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과연 시즌2에선 어벤져스급 출연진 각각의 사연과 서사를 다 소개하면서 동시에 메인 서사를 속도감 있게 몰아붙일 수 있겠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기우는 아니었다. 역시나 개별 캐릭터의 사연이 촘촘하게 그려지면서 전체적인 전개는 뻗어나가지 못하는 느낌을 준다. 1회에서는 시즌1에서도 딱지맨으로 등장했던 공유에게 서사를 부여했고, 2회에서는 이진욱과 박규영 등이 이 게임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는지 세세하게 사연을 소개한다. 필요한 이야기지만, '길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주인공인 성기훈(이정재)과 황준호(위하준)가 만나는 과정에서부터 이들이 게임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손을 잡는 과정까지도 만연체로 이어진다. 게임을 시작하고 나서 플래시백(과거 회상 장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기도.
본게임은 장장 1시간 46분의 긴 사연들을 감상하고 난 뒤에야 비로소 만나게 된다. 3회가 되어서야 성기훈이 게임장 안에서 깨어나게 되면서 시청자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진짜 게임'이 시작된다. 이미 전 시즌의 우승자였던 성기훈이 예상한대로 첫 게임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가 시작되는 듯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예상을 빗나가는 게임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완전히 빼앗는다. 시즌1에서 해외 시청자들의 취향을 완벽히 저격했던 심장을 조여오는 긴장감은 이번에도 계속될 예정. '엔딩 맛집'인 만큼 매회 엔딩점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면서 캄캄한 영화관 속 감금의 시간을 견디게 만들었다.
시즌2에서는 새로운 규칙이 추가되면서 갈등 요소가 하나 더 늘었다. 게임을 중단할 수 있는 찬반 투표가 등장해 찬성 파와 반대 파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그려진다. 시즌1에서도 게임 속 계급사회가 뚜렷하게 존재했듯 시즌2에서도 이 같은 갈등 상황이 흥미를 배가한다. 다만, 그 계급 사회의 중심이 있는 인물이 바로 문제의 주인공 타노스(탑). 빅뱅 출신의 탑이 연기한 타노스는 힙합 서바이벌 준우승자에 마약 문제까지 일으킨 전적이 있는 인물로서, 그야말로 '약 빤 연기'를 보여줘야 하는 역할이지만, 일부러 과장하는 몸짓에 답답한 발성으로 인해 약을 덜 빨아버린, 안타까운 연기력을 보여줘 극의 민폐 캐릭터가 된다. 다만 이 고통은 길지 않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 혼돈 속에서 '단언컨대' 가장 빛나는 것은 이병헌의 연기다. 이병헌이 게임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게임의 공기가 바뀐다. 직접 게임에 참가해 성기훈의 옆으로 파고드는 침투력에 박수를 칠 정도. 이 사람의 말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시청자들까지 속게 만드는 진정성 있는 연기가 훗날의 반전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병헌에게는 박수가 절로 나온다. 심지어 시즌2에서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큰 사건, 성기훈과 참가자들의 반란이 그려진다. 이병헌은 이 상황을 이용해 참가자에서 다시 프런트맨으로 돌아가게 되는데, 확실한 대립 구도로 돌아서는 성기훈과 프런트맨의 모습이 엔딩을 장식하면서 시즌3에서는 더 확장된 이야기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연을 가진 인물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미 밝혀진 박성훈이 연기하는 현주라는 인물의 트랜스젠더 서사라든가 만삭의 몸으로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준희(조유리), 그리고 그의 전 남자친구이자 투자 유튜버 명기(임시완)의 서사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이 할애된다.
그렇다면 황준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할 것. 이번에는 게임장 밖의 상황까지도 디테일하게 그려진다. 게임장을 찾아가는 황준호와 '팀 성기훈' 멤버들의 여정이 아주 길게 그려지면서 이야기의 확장을 꿈꾼다. 여기에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즌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즌3에 대한 기대감까지 자연스럽게 키운다. 시즌2의 가장 마지막, 7의 엔딩 역시 시즌3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갖췄기에 전세계 시청자들의 기다림이 또 다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