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2024년 K리그를 병들게했던 '잔디 문제'가 202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K리그 2024' 무대는 잔디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민국을 강타한 역대급 더위 및 장마 탓에 잔디 생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일부 구장을 제외한 대다수의 구장이 열악한 환경 속 경기를 치렀다.
결국 국제정 망신을 당했다. 지난 9월, '대한민국 캡틴' 손흥민이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팔레스타인과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차전 뒤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다.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다.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 원정 경기 그라운드 컨디션이 더 좋다는 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만 원정의 잔디 상태가 더 양호해 논란이 불거졌다.
끝이 아니다. 뒤이어 아시아축구연맹(AFC)은 광주FC 등의 2024~2025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홈 경기를 승인하지 않았다. 제3 구장으로 옮겨 경기를 치러야 했다. 특히 광주는 광주월드컵경기장이 아닌 무려 300여㎞ 떨어진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경기했다. 원정과 같은 홈 경기였다. 각 팀들은 뒤늦은 정성 속 가까스로 경기장을 지켰다.
더 큰 문제는 올해의 논란이 다음 시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2025시즌은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등의 일정 탓에 예년보다 빠른 2월 중순 개막 예정이다. K리그2(2부)는 이보다 1주일 늦은 2월 셋째 주 개막을 계획하고 있다.
홈 경기 일정을 잡는 것부터 문제다. 현재 수원 삼성, 전남드래곤즈, 충남아산, 충북청주 등 네 구단이 잔디 보수를 진행 중이다. 수원 삼성은 지난 7월부터 수원월드컵경기장을 떠나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렀다. 충남아산도 일찌감치 홈 경기 일정을 소화했다. 승강 플레이오프(PO)는 제3 구장을 이용해 치렀다. 스포츠조선의 취재 결과 수원 삼성과 충남은 3월 초, 전남은 5월 중순까지 홈 경기가 불가능한 상태다. 충북청주는 정확한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리그를 주관하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각 구단은 일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축구연맹은 결국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제5차 이사회를 열어 '잔디 상태 심각한 불량' 시 프로축구연맹이 경기장 변경 명령을 가능하도록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정상적인 경기를 치를 수 없을 정도로 그라운드 상태가 심각하게 불량할 경우 홈과 원정 경기장을 바꾸거나, 홈 팀에 제3의 경기장을 찾을 의무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신설했다. 경기 수준을 높이고 부상을 방지하는 것과 함께 경기장 관리주체에 책임성과 경각심을 부여하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