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위기에 몰린 다나카 마사히로(36)의 손을 잡아주고, 크리스마스 선물까지 안겼다. 다나카가 25일 요미우리 자이언츠 입단 기자회견에서 내년 시즌 부활을 다짐했다. 그는 "요미우리가 입단 제의를 해 주셔서 감사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라고 했다. 이어 "나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결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라쿠텐 이글스에서 뛰쳐나온 다나카는 새 팀을 찾지 못했다. 주니치 드래곤즈와 야쿠르트 스왈로즈가 관심을 나타냈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두 팀 모두 다나카의 내년 시즌을 비관적으로 보고 돌아섰다. 미아 신세가 될 위기에서 요미우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다.
연봉이 눈에 띈다.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액 1억6000만엔(약 14억8000만원). 올해 라쿠텐에서 수령한 연봉 2억6000만엔(약 24억1000만원)에서 1억엔이 깎였다. 예상보다 삭감 액수가 적다. 아무리 다나카가 미일 통산 '200승'을 노리는 레전드라고 해도, 올 시즌 성적을 감안하면 큰 돈이다. 그는 누적 공헌도에 대한 메리트를 요구할 수 없는 이적 선수다.
다나카는 지난해 가을 오른쪽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해 개막 엔트리 진입을 노렸다. 이 과정에서 무리를 해 시즌 종료 직전까지 1군 경기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 9월 말 오릭스 버팔로즈를 상대로 시즌 첫 등판. 기대가 컸던 것은 아니었으나 참담한 결과를 받아 들었다. 5이닝 4실점하고 교체됐다. 1패를 기록하고 시즌을 마감했다. 2007년 프로 선수가 된 후 승리 없이 시즌을 마친 게 18년 만에 처음이다.
라쿠텐은 2년 연속 B클래스(6개팀 중 4~6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41세에 사령탑에 오른 이마에 도시아키 감독은 데뷔 시즌 종료 직후 경질됐다.
야구가 직업인 선수에게 연봉은 존재의 이유, 가치 평가의 결과물이다. 아무리 다른 이유를 갖다 대도 결국 돈으로 귀결된다. 라쿠텐의 레전드 다나카가 친정팀과 결별하게 된 것도 연봉에서 비롯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라쿠텐이 다나카에게 제시한 연봉이 5000만엔(약 4억6000만원)이다. 올해보다 2억엔 넘게 삭감한 금액이다. 일본프로야구에선 금액대별로 기준 이상으로 연봉을 깎을 땐 선수 동의가 필요하다. 다나카는 40%가 넘는 삭감을 거부했다. 구단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다나카는 2013년 24승무패, 괴물 같은 활약으로 라쿠텐을 재팬시리즈 첫 우승으로 이끌었다. 요미우리와 재팬시리즈 3경기에서 나가 놀라운 역투를 했다. 6차전에 160구 완투를 하고, 7차전에 구원 등판해 우승을 확정했다. 오랫동안 팀을 상징하는 선수로서 연봉 5000만엔의 의미를 분명하게 인지했을 것이다.
일본프로야구를 호령했던 다나카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7시즌을 던졌다. 메이저리그에서 78승(46패)을 올리고 2021년 라쿠텐으로 복귀했다. 구단은 돌아온 에이스를 최고로 예우했다. 다나카는 2021∼2022년, 2년 연속 연봉 9억엔(약 83억5000만원)을 받았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연봉 선수였다.
부진이 쌓이고 연봉 삭감이 이어졌다. 2023년 4억7500만엔(약 44억원)으로 떨어졌다. 2024년 2억6000만엔으로 내려앉았다. 4년간 20승33패. 2021년 4승, 2022년 9승, 2023년 7승에 그쳤다. 2022~2023년, 2년 연속 최다패를 했다. 미일 통산 '200승'까지 3승을 남겨놓고, 올 시즌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다나카에 앞서 노모 히데오, 구로다 히로키, 다르빗슈 유가 미일 통산 '200승'을 넘었다.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 초중반으로 떨어졌다. 경험과 관록으로 버티려고 했으나 한계를 드러냈다. 다나카는 2021~2023년, 3년간 홈런 48개를 맞았다. 지난해 피안타율이 무려 2할8푼9리나 됐다.
영입을 주도한 아베 신노스케 감독은 "두 자릿수 승을 기대한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로 이적한 스가노 도모유키(35)의 빈자리를 메워달라고 했다. 스가노는 올 시즌 '15승'을 올리고 다승왕이 된 에이스이다. 다나카에게 승수보다 투수들의 리더 역할을 기대한다. 아베 감독은 "젊은 투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했다.
일본야구 일각에선, 요미우리가 일본프로야구를 대표하는 구단으로서 역할을 했다고 칭찬한다. 일본야구 전체에 공헌도가 큰 다나카가 소속팀을 못 찾아 은퇴하게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야구인이 적지 않았다. 현재 경기력과 상관없이 예우를 해줘야 한다는 시각이다. 요미우리는 일본 최초의 프로구단이자 최다 우승팀이다.
창단 90주년을 맞은 2024년, 요미우리는 4년 만에 센트럴리그 정상에 섰다. 요코하마 베이스타즈의 돌풍에 막혀 아쉽게 재팬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겨울 요미우리는 우승을 위해 전력강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급 마무리 투수 라이델 마르티네즈(28)와 일본대표팀 포수 가이 다쿠야(32)를 영입했다. 마르티네즈와 4년-48억엔, 가이와 4년-20억엔에 계약했다. 강력한 우승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금액이다.
요미우리는 2012년 이후 재팬시리즈 우승이 없다. 이후 세 차례 재팬시리즈에 올랐으나 세 번 모두 마지막 승부에서 무너졌다.
다나카는 에이스의 유니폼 등번호 '18번'을 내려놓고 '11번'을 달고 던진다. 그가 라쿠텐과 인터리그(교류전) 경기에 나선다면, 일본프로야구가 들썩일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