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어느 때보다 요란했던 '감독 사가'(Saga·사건, 이야기)가 24일 사실상 종료됐다. 깜짝 잔류, 깜짝 선임, 내부 승격 등 다양한 스토리로 K리그 경기가 멈춘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궜다. 1부와 2부를 합해 25개 구단 중 28%에 해당하는 7개팀이 감독을 교체했다.
특히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사흘간 무려 4개 구단이 '감독 오피셜'을 띄워 잠잠한 스토브리그를 시끌벅적하게 만들었다. 먼저 2024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로 2부로 강등된 인천은 22일 지난 시즌 'K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윤정환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스포츠조선 12월21일 단독보도> 인천 구단주인 유정복 시장은 "1년 내 1부 복귀, 2년 내 상위스플릿 진입, 3년 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하는 '1-2-3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윤 감독은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선택이며, 리더십과 경험을 통해 인천 축구의 재도약을 이끌어낼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2024시즌 K리그1에서 준우승을 이끈 윤 감독도 기꺼이 2부에서의 새로운 도전을 받아들였다. 뒤이어 23일엔 김은중 감독이 수원FC와 2026년까지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선수 구성, 계약 연장 문제 등으로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지만, 빠르게 수뇌부와 갈등을 봉합했다. 수원FC는 전술적 리더십과 꾸준한 선수단 관리로 팀의 성과를 뒷받침하며 구단 역사에 한 획을 그으며 구단 최고 성적인 리그 5위를 차지한 김 감독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정효와 전북'은 단연 최고의 관심사였다. 다양한 축구 커뮤니티가 거의 일주일간 온통 '이정효'로 도배될 정도였다. 이정효 감독이 서울에 있는 현대 본사에서 목격됐고, 이미 계약을 완료해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며, 이정효 감독이 광주의 일부 선수와 동행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는 루머가 난무했다. 팩트는 단 하나, 이정효 감독이 후보 중 한 명이라는 점이었다. 2024시즌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가까스로 잔류한 전북은 김두현 감독과 작별한 뒤, 이정효 감독 등 국내외 지도자 3명을 후보에 올려두고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 전북의 최종 선택은 이정효 감독이 아닌 우루과이 출신 거스 포옛이었다. 이름값보다는 '구단 비전과 철학에 대한 높은 공감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준으로 전북을 다시 아시아 최정상에 올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포옛 사단'을 통째로 전주에 이식했다. 이 감독은 의리를 택했다. 다음 시즌 팀이 재정 문제로 더 어려운 도전이 될 것이 불보듯 뻔하지만, 광주에 남아 2025시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힘을 쏟기로 했다.
이밖에 아시아 무대에 진출하는 강원은 '준비된 지도자' 정경호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내부승격'했다. 전술 아이디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정 감독은 23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파인 다이닝이 아닌 일반식당"이라며 "일반식당이지만 긴 줄이 서 있는 맛집으로 만들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시즌 충남아산의 K리그2 준우승을 이끈 '가물치' 김현석 감독은 같은 2부 전남으로 적을 옮겼다. 충남아산은 김 감독의 공백을 배성재 수석코치로 채웠다. 충북청주도 공석인 감독 자리에 수석코치인 권오규를 앉혔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 주역인 차두리 전 오산고 감독은 신생구단 화성FC<스포츠조선 11월21일 단독보도>, 이을용 전 용인축구센터 총감독은 경남을 맡아 K리그2에서 지략대결을 펼친다. 울산(김판곤) 김천(정정용) 서울(김기동) 포항(박태하) 제주(김학범) 대전(황선홍) 대구(박창현) 안양(유병훈) 서울이랜드(김도균) 부산(조성환) 수원(변성환) 김포(고정운) 부천(이영민) 천안(김태완) 안산(이관우) 성남(전경준)은 기존 감독 체제로 2025시즌을 준비할 예정이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