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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혁, 토트넘에 온 걸 환영해" 벤치 1열에서 생생히 지켜본 리버풀전 대참사+엔지볼의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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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지난 23일 토트넘과 리버풀전이 열린 토트넘홋스퍼스타디움의 토트넘 벤치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토트넘 입단을 앞둔 2006년생 특급 기대주 양민혁이었다.

양민혁은 1월1일 토트넘 공식 합류를 앞두고 이날 열린 2024~2025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를 '직관'했다.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영국 런던으로 출국해 20일 맨유와의 EFL컵 16강 홈 경기를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토트넘 훈련센터에서 몸만들기에 돌입한 양민혁은 리버풀전은 선수들의 숨소리까지 들리는 '벤치 1열'에서 관람했다.

양민혁이 숨죽이며 지켜봤을 이날 토트넘의 경기 결과는 처참했다. 토트넘은 전반 3골, 후반 3골을 헌납하며 3대6 참패를 당했다. 최근 리그 4경기에서 3패를 당한 토트넘은 승점 23으로 11위에 머물렀다. 팬들이 흔히 말하는 '더보기 리그'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이했다.

토트넘 주장 손흥민은 선발출전해 후반 36분 티모 베르너와 교체될 때까지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맨유전에서 그림같은 '코너킥 골'을 넣은 손흥민의 연속골 기록은 2경기에서 끊겼다.

양민혁이 지켜본 건 엔지볼의 빛과 그림자였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이 고집하는 '하이라인' 공격 전술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토트넘은 12월 이후 EPL 20개팀을 통틀어 가장 많은 실점(5경기 12골)을 기록했다. 경기당 2.4실점에 해당한다. 이 기간 동안 풀럼과 1대1로 비기고, 본머스(0대1 패), 첼시(3대4 패), 리버풀(3대6 패)에 패했다. 오직 사우샘프턴을 상대로 무실점 승리(5대0)를 거뒀다. 17경기에서 승점 23에 그치는 최악의 성적으로 크리스마스를 11위에서 맞이했다.

토트넘은 빅찬스 허용(25개), 슈팅 허용(85개), 유효슈팅 허용(37개)이 모두 최다였고, 이에 따른 기대 실점(13.5골)도 20위였다. 수비가 사실상의 자동문 상태였으며, 상대에게 많은 공간, 슈팅을 할 수 있는 편안한 환경을 제공했다는 의미다.

현지 매체는 원인을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식 공격 축구에서 찾는다. 지난해 여름 셀틱에서 토트넘으로 건너온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최종 수비라인을 하프라인 부근까지 높이 올려 상대 진영에서 최대한 오래 머무르며 득점을 대량 생산하길 원한다. 이런 전략이 잘 먹힌 경기가 5대0 승리한 사우샘프턴이다.

반면 과감한 공격 전술은 동전의 양면처럼 치명적인 약점도 지녔다. 역습에 능한 팀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주전 포백이 모두 갖춰졌을 경우엔 수비 개인 능력으로 버티지만, '센터백 듀오' 크리스티안 로메로, 미키 판 더 펜과 주전 수문장 굴리엘로 비카리오가 줄줄이 부상당한 현시점, 백업 자원들은 첼시, 리버풀급 강호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뚫리고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팀이 우승권보다 강등권에 더 가까워진 현실에도 플랜A를 고집하고 있다. 리버풀전에 참패를 한 뒤 관련 질문에 "그런 질문엔 답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18개월 동안 이 자리에서 같은 질문에 계속 답했다. 정말이지 인내심이 필요했다. 사람들이 내 접근방식을 바꾸길 원하면, 바뀌지 않을 거다. 우리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팀이 성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

그는 "그게 전부다. 나는 그저 토트넘을 우리가 원하는 팀으로 만들기 위해 집중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베팅업체 '윌리엄 힐'이 23일 책정한 경질 레이스에서 훌렌 로페테기(6/4) 웨스트햄 감독에 이어 3/1로 2위를 질주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순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어쩌면 내년 1월1일 토트넘 유니폼을 공식적으로 입는 양민혁은 새로운 감독과 새로운 도전을 함께할 가능성도 있다. 팀이 급격하게 변화를 맞이하는 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손흥민은 양민혁이 토트넘 입단을 확정한 지난 7월 한 인터뷰에서 "내가 아버지처럼 도울 순 없어도 경기장 안팎에서 양민혁을 돕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제 18살인 양민혁에게 큰 부담을 주고싶지 않다.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고 말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