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닷컴 정유나 기자] '실버벨이 울리면'에서 '데이팅앱'부터 시작해 '원나잇'까지 함께하며 화끈 솔직한 로맨스 커플로 심쿵을 선사한 송옥숙&박상원이 37년 전 두 사람이 함께했던 인연을 밝히며 연말 인사를 전했다.
올 연말 마음이 따뜻해지는 황혼 청춘 로맨스 STUDIO X+U의 드라마 '실버벨이 울리면'(극본 홍윤정/감독 최병길)이 런칭 주간 유플레이 신규 가입 기여도 1위를 차지하며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실버벨이 울리면'에서 박금연(송옥숙 분)과 성낙원(박상원 분)은 세상의 시선에 겁을 내기보다는 스스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보는 이들의 설렘을 유발하는 60대 로맨스를 선보였다. 송옥숙은 "사랑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며 '황혼의 사랑'을 애정의 눈으로 봐주시길 당부했다. 박상원도 "성숙한 시간이 덧칠되어 풋사랑보다도 더 진실된 감정일 수 있다"며 농익은 어른맛 로맨스를 자부했다. 다음은 '어른맛 커플' 송옥숙과 박상원의 일문일답이다.
Q1. '실버벨이 울리면'에 출연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대본을 처음 보셨을 때의 소감도 궁금합니다.
송옥숙(이하 송): 시니어 로맨스라는 장르 자체의 낯섦이 있기는 했습니다. 기존에 해왔던 캐릭터들이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들을 주로 맡아 멜로라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았을뿐더러 지금 도전하기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도 여성적인 모습들이 있고 축적된 내면의 여성성이 여자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도 행운이라 여겼습니다. 더 나이 들어 사라지기 전에 작품 속에 녹여보고 싶은 도전하는 마음도 있었고요. 그런 마음으로 출연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박상원(이하 박): 처음엔 주요 대상이 젊은 층인 요즘 콘텐츠들과 달리, 오랜만에 중장년층을 위한 신선한 소재에 끌렸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본을 살펴보니 연령대에 상관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사랑 이야기로 느껴졌습니다.
Q2. 본인이 맡은 캐릭터를 직접 설명 한번 부탁드립니다. 또 캐릭터의 특징,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연기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려요.
송: 금연은 대한민국 한복 명장이라는 캐릭터입니다. 사랑 없는 결혼으로 남편과 살다가 일찍 사별하게 돼요. 그 이후에 아들을 키우면서 한복 명장이 될 때까지 열심히 살아온 인물입니다. 캐릭터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한 부분만 있어서 되는 건 아니라서 어느 하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캐릭터가 나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하려고 했습니다.
박: 낙원은 중장년 전문직의 일상에 감춰진 낭만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낙원이 오랜 시간 잊어왔던 모처럼 만난 자유로운 일탈을 가식 없이 마음껏 즐기고, 주어진 관계와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려고 노력했습니다.
Q3. 본인과 캐릭터의 비슷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송: 오로지 한길만 열심히 달려가고 달려왔다는 점이 비슷한 듯합니다. 작품 속에서도 드러나지만 금연은 무척 적극적이고 솔직한 캐릭터이고 저 역시 적극적이고 솔직하고 때로는 직설적이기도 한 그런 부분들이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박: 자유로운 일탈의 낙원과 상원은 다름이 없습니다. 둘 다 '로맨티스트'고, '낭만주의자'라고 할 수 있죠. 단지 주저하던 낙원은 제가 매일 싸우며 넘어서는 관념의 틀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겠죠. 연기자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저의 일상은 이런 수많은 관념의 틀을 넘어서야 하는 작업의 연속성 상에 있습니다.
Q4.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다면 하나 말씀 부탁드립니다.
송: 박상원 씨의 첫 남자주인공 데뷔작품에서 상대 여주인공이 저였어요. 다만 그 뒤로 작품을 통해서는 만난 적이 없었는데, 저희 둘 다 대학에서 20년 넘게 아이들을 가르쳐왔던 터라 대화의 공통 분모도 많았습니다. 작품과 인물을 분석하고 대하는 방식이나 서로 의견을 주고받고 깊이 있게 논의하는 일련의 과정들도 너무 즐거웠습니다.
기억에 남는 촬영장 에피소드는 일탈에 가까운 하루를 보내고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성낙원을 예상치 않았던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될 때였어요. 제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상황에 와인 잔을 들어 와인을 마시는데 잔이 비어 있더라고요. NG일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 상황이 있을 법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끊지 않고 연기를 계속했는데, 그때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 웃음이 터졌습니다. 방송 보니까 그 장면이 쓰였더라고요. 배우에게는 뜻하지 않게 나오는 실수나, 실수를 커버하려는 애드리브를 할 때 도리어 명대사, 명장면이 되기도 하는데 저로서는 그 상황이 당황스러웠지만 재미있었습니다.
박: 제 주인공 데뷔작인 MBC베스트셀러극장 '강'(1987)이란 작품에서 송옥숙 배우님이 제 상대역이었습니다. 그 이후 37년 동안 작품을 통해서는 못 만나다가 이번 작품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래된 친구를 만난 듯 익숙했고 또 한편으로는 37년 세월의 간극만큼 새로웠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촬영이 주말 인사동이었습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길거리에서 촬영이라 힘들고 고되고 서로 불편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길거리의 시민분들 마저 애정 어린 눈길로 응원해주시는 모습을 보며 기쁘고 생동감 넘치게 작업했던 기억이 참 새로웠습니다.
Q5. '실버벨이 울리면'은 시니어의 다양한 사랑을 그린 작품인데, 본인이 생각하는 '시니어의 사랑'을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신가요?
송: 시니어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보통은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사랑을 주로 생각하게 되고 도리어 '남녀의 사랑이 시니어에서도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가지는 선입견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시작할 때 시니어의 사랑이라고 규정하지 말고 우리가 보여주려는 것은 사랑이란 어느 나이대든 어떤 상황이든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기 때문에 아름답게 그려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사랑 그 자체로 아름다워 보일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마음으로 촬영했고 촬영하는 동안 제작진분들이 우리를 보며 사랑스럽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박: 물론 사랑을 포함한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한다는 것이 살아온 세월만큼 두렵고 어려운 장벽이 많겠지만,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줄 그 새로운 것들이 원동력이 되어 그 삶의 깊이만큼 깊이감 있는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살아온 성숙한 시간이 덧칠되어 풋사랑보다도 더 진실된 감정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6. 파격 키스신을 선보이셨는데요, 부담스럽진 않으셨나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셨는지 촬영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송: 키스신이 부담스럽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 같아요. 물리적인 부담도 있었지만, 심적으로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어떤 감정으로 키스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의 사랑이 추해 보이지 않아야 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박상원 씨에게 고마운 부분이 많은데 이 신을 위한 목표와 생각이 같았고 그래서 촬영 준비를 하는 동안 시선의 마주침이나 손동작, 움직임 등 세세한 부분까지 충분히 리허설하면서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었고 어색함도 줄어들었습니다. 덕분에 본 촬영을 할 때는 리허설하듯 부담 없이 찍을 수 있었습니다. 불편할 수 있을만한 상황을 박상원 씨의 배려와 섬세함으로 저 역시 몰입해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 찍고 나서는 남편과 이 장면을 보게 되는 상황이 그려지기도 하고, 남편의 반응이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박: 오랜 친구와의 낯선 만남이었기에 꽤 부담되었죠. 하지만 송배우님도 저도 그동안 배우로 쌓아온 시간이 있어서 다행히 큰 무리(?)없이 촬영할 수 있었습니다. 키스신이라기 보단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만나는 하나의 중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7. '실버벨이 울리면'은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말씀해 주시면서 마지막으로 시청자들께 인사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송: '실버'라는 것이 흰머리 은발 머리를 상징하며 나이 든 세대를 말하는데, 저도 살다 보니까 제가 생각하지 못한 이 나이에 도달했어요. 누구든지 인생을 살다 보면 청년에서 중장년으로, 노년으로 나이 들어갈 텐데 노년의 삶이 두렵거나, 뒤로 후퇴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더 축적되고 더 압축되어 깊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젊은 사람들만의 특권이나 전유물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도 이런 사랑을 '꿈꿀 수 있겠다' 혹은 '꿈꾸면서 나이 들어가도 괜찮겠다'하는 작품으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배우 송옥숙이 여전히 '이런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배우다', '폭이 넓은 배우다'라고 기억해 주시고 사랑스럽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박: 연말에 흔치 않은 중장년들에게도 스며들 법한 따뜻한 크리스마스 에피소드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어린 친구들도 살아가면서 이맘때면 다시 꺼내 보며 또 달리 느끼며 미소 지을 수 있는 긴 호흡의 작품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실버벨이 울리면'과 함께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뉴이어!!!
jyn20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