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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1W-1S 영웅투' 뷸러, 친정팀 다저스와 결별. 보스턴과 1년-2105만달러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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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난 월드시리즈에서 선발과 마무리로 등장해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6이닝 무실점)의 강렬한 활약을 펼치며 LA다저스에 우승을 선물한 우완투수 워커 뷸러(30)가 보스턴 레드삭스로 떠난다. 다저스가 결국 그의 '내구성'에 대한 불신을 지우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MLB닷컴은 23일(한국시각) '월드시리즈의 영웅 뷸러가 보스턴과 1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야후스포츠의 러셀 도시가 최초 보도한 이 계약은 구단의 공식 확인은 받지 못했다. 그러나 한 소식통이 MLB닷컴의 마크 파인샌드 기자에게 사실을 전했다. 현재 신체검사가 진행 중이다'라고 보도했다.

뷸러는 2024월드시리즈에서 LA다저스를 우승으로 이끈 일등 공신 중 하나다. 정규리그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영웅투'를 선보였다. 뷸러는 정규리그에서는 고관절 부상의 여파로 겨우 16경기에서 75⅓이닝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성적도 1승6패, 평균자책점 5.38로 초라했다.

그러나 월드시리즈에서는 전성기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냈다.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치른 월드시리즈 3차전에 선발 중책을 맡아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되더니 4차전 휴식 후 5차전에 마무리 투수로 변신했다. 7-6으로 앞선 9회에 등장해 1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내며 월드시리즈 우승 피날레 피처의 영광을 품에 안았다. 뷸러가 포스트시즌에서 불펜 투수로 등장한 것은 개인 통산 19경기 만에 처음이다.

이런 영광의 장면을 만들었지만, 뷸러와 다저스의 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스토브리그에서 이적설이 솔솔 흘러나왔다. 다년계약을 원하는 뷸러와 그의 건강을 신뢰하지 못하는 다저스의 눈높이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기 때문.

월드시리즈에서 갑자기 잘 던졌지만, 사실 뷸러는 시한폭탄 같은 투수라고 볼 수 있다. 2015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24순위로 다저스에 지명된 뷸러는 2017년 빅리그 콜업에 성공했다. 이 당시 다저스 소속이던 류현진과 함께 2018, 2019시즌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이뤘다. 2018년에는 '올해의 신인' 3위를 기록했고, 2019년과 2021년에는 올스타로 선발되기도 했다.

2021시즌이 커리어 하이였다. 33경기에서 207⅔이닝을 소화한 뷸러는 16승4패, 평균자책점 2.47에 탈삼진 212개를 곁들이며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4위에 올랐다. 하향세에 접어든 클레이튼 커쇼의 뒤를 이을 차세대 다저스 에이스로 거론됐다.

하지만 2022년 6월에 팔꿈치가 고장났다. 구위가 다소 떨어지긴 했어도 5월까지 6승1패로 비교적 선전하던 뷸러는 6월 들어 2연속 5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6월 10일 샌프란시스코전 패배 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뷸러는 6월 중순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9월에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였지만, 8월 23일 생애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말았다.

2023시즌을 통째로 쉰 뷸러는 2024시즌에 돌아왔다. 5월 6일 홈구장에서 열린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무려 697일 만에 선발 복귀전을 치렀다. 하지만 부상 이전의 구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부상 재발을 우려해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었다. 6이닝이 최대치였다. 결국 16경기에서 1승6패 평균자책점 5.38을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기 구위가 나아졌다고 평가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뷸러를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선발로 일찌감치 예고하며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합류시켰다.

뷸러는 포스트시즌에서 다시금 자신의 이름 값을 증명해냈다. 특히 월드시리즈에서 2경기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0(6이닝 2피안타 무실점)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당당히 우승의 주역이 됐다.

하지만 월드시리즈 우승의 감격이 가라앉자 냉정한 현실이 눈 앞에 다가왔다. 뷸러는 친정팀 다저스에 오래 남길 원했다. 그러나 다저스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뒤 구위와 내구성이 모두 떨어진 30세 투수와 장기계약을 원하지 않았다. 2105만달러의 퀄리파잉 오퍼조차 제안하지 않았다. 사실상 손절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그래도 시장의 평가는 좀 달랐다. 구위가 떨어졌긴 해도 충분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보여준 구원투수로서의 변신 가능성도 매력적인 부분의 하나로 평가됐다.

선발 로테이션이 부족한 뉴욕 메츠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카고 컵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등이 관심을 보인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뷸러를 데려간 곳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은 뷸러에게 1년 단기계약을 제시했다. 대신 다저스가 거절한 퀄리파잉 오퍼 금액에 해당하는 2105만달러를 주는 조건이다.

보스턴은 뷸러 외에도 이미 올해 6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좌완투수 패트릭 산도발과 2년 1825만달러에 계약한 바 있다. 복권을 긁는 것처럼 수술로 인해 물음표가 달린 선발 요원들을 수집하고 있다. 비교적 적은 금액을 투자해 큰 성공을 기대하는 방식이다. 때문에 뷸러가 내년 시즌 보스턴 선발로테이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추후 다년 계약도 이끌어낼 수 있을 전망이다.

과연 뷸러는 월드시리즈의 '영웅투'를 보스턴에서 재현해낼 수 있을까.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