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손흥민을 돈벌이 대상으로 삼겠다'
토트넘 홋스퍼의 이기적인 속셈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권위 있는 현지 매체가 손흥민(32)과의 재계약 요청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토트넘의 향후 행보를 전망했다. 토트넘의 그간 행보를 따져보면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전망이다. 재계약 보다는 이적료를 받고 팔아치우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국 매체 토트넘홋스퍼 뉴스는 22일(한국시각) 타임즈의 보도를 인용해 '토트넘 구단이 손흥민과 재계약이 원활치 않을 경우 이적료를 받고 팔아치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토트넘이 손흥민의 재계약 요청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서 점점 FA가 되는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손흥민은 유럽 시장에서 매력적인 제안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익성 있는 거래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트넘의 검은 속내가 여실히 드러나는 전망이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2025년 6월에 계약이 만료된다. 현 상태라면 내년 1월 1일부터 보스만 룰에 따라 다른 팀과 FA 이적에 관해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이 경우 토트넘은 이적료를 받지 못한다.
그러나 손흥민의 기존 계약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계약 1년 연장 옵션을 구단이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들어가 있다. 토트넘이 이 권한을 행사하는 데 제약 조건은 없다. 별도의 절차도 필요하지 않다. 통보만 하면 된다. 이러면 손흥민은 2026년 6월까지 토트넘에 묶인 몸이 된다.
이익을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다니엘 레비 회장이 이 옵션을 그냥 방치할 리 없다. 손흥민의 재계약 요청에 답하지 않는 건 사실상 옵션 사용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지난 9월 카라바흐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 컵 대결을 앞두고 재계약에 관한 질문에 "아직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다"고 말했다.
간접적인 불만의 표시다. 원래 팀의 핵심 선수가 이런 식의 발언을 하면 구단은 이후 협상을 진전시키게 마련이다. 손흥민과 동갑내기이자 2021~2022시즌 EPL 공동득점왕을 차지한 모하메드 살라의 케이스를 보면 알 수 있다.
살라는 지난 달 말 사우샘프턴 전을 마친 뒤 "12월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클럽에서 남아달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면서 "지난 수 년간 리버풀에 몸담아 왔다. 이런 클럽은 어디에도 없다"며 리버풀 구단에 대한 서운함과 변함없는 애정을 솔직히 밝혔다.
이후 리버풀은 살라 측과 은밀히 재계약 협상을 진행했고, 2년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는 물론,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이 사실을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트넘은 손흥민과의 계약에 관해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1년 연장옵션 사용에 관해서도 구단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 사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갈라타사라이, 바이에른 뮌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 여러 구단과 이적설이 났지만, 토트넘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런 침묵의 이유가 타임즈의 보도로 인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토트넘은 굳이 입장을 밝힐 이유가 없다. 그냥 옵션만 사용하면 별다른 출혈 없이 손흥민을 1년 더 쓸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이 옵션을 사용하면 이적료를 발생시킬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즉, 토트넘은 다음 시즌 내내 손흥민과 길고 지루한 재계약 협상을 펼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갈 공산이 크다. 그러다 손흥민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즉각적으로 이적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손흥민의 현재 위상과 토트넘이 그간 해리 케인, 위고 요리스 등 오랫동안 팀을 위해 헌신해 온 레전드에게 한 대우를 감안하면 충분히 짐작가는 대목이다.
결국 현 시점에서 손흥민이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1월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이 아닌 우승이 가능한 빅클럽으로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하는 것 밖에는 탈출할 방법이 없다. 1년 더 남아있다고 해서 토트넘이 재계약을 보장한다는 담보가 없기 때문이다. 차라리 조금 더 가치가 높이 평가받는 현 시점이야말로 손흥민이 토트넘을 떠날 절호의 찬스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