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롯데 자이언츠의 캡틴은 내년에도 '최고참' 전준우일까.
프로야구의 주장은 단순한 노장이나 고참이 아니다. 팀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과 마당발 성격, 주장 자리에 걸맞는 실력을 겸비해야한다.
일반적인 기준에서 '주장'의 자격은 어떤 걸까. 선수단이 주장을 뽑는 팀이 있고, 사령탑이 지명하는 팀이 있다. 팀마다 주장으로 원하는 기준도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우선 투수보다는 야수 쪽에 무게가 쏠린다. 프로야구팀의 주장은 라커룸의 1인자다. 사령탑에게 전하기 힘든 선수들의 내밀한 속내를 살피고, '머리 큰' 스타급 선수들부터 어린 신인급 선수들까지 자연스럽게 아우르는 역할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팀내 발이 넓고, 혼자 침잠하기보단 타고난 성격상 두루두루 관계가 좋은 선수가 필요하다.
경기에 집중하는 사령탑과 달리 더그아웃에서 분위기도 만들어야한다. 불펜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투수들이 주장을 잘 맡지 않는 이유다. 간혹 투수가 주장을 맡는다면 팀내 압도적인 입지를 가진 고참이자 슈퍼스타, 그리고 선발투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이 등판하지 않는 날은 더그아웃에서 머물며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 2020년 KIA 양현종, 내년 SSG 김광현이 대표적이다.
주장이 야수일 경우에도 당연히 그 위치에 걸맞는 실력이 요구된다. 적어도 1군 주전 한자리는 보장된 선수인 경우가 많다. 결국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아무리 라커룸 리더의 존재감과 솔선수범하는 언행을 지닌 선수라 한들, 2군을 오르내리는 선수는 직책에 어울리는 무게감이 발휘되기 어렵다.
포지션이 포수가 아니라면 더 좋다. 양의지나 강민호, 내년 KT 장성우처럼 포수가 주장을 맡는 경우가 간혹 않지만, 포수는 해야할 역할이 많은데다 투수와 소통하는 시간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 이상의 나이도 중요하다. 키움 시절 김혜성처럼 어린 나이에 주장을 맡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른을 넘긴 중고참 선수가 주장을 맡는 게 일반적이다. 투수조 조장의 경우도 마찬가지. 최고참이나 그에 준하는 선수는 보통 한걸음 물러나기 마련이다. 팀에 따라 프랜차이즈 스타, 원클럽맨, 그 팀에 소속된 기간 등을 따지기도 한다.
정리하자면 서른을 넘긴, 포수가 아닌 간판스타급 야수가 가장 적절하다. 올해의 경우 삼성 구자욱이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주장이었던 셈. 다만 구자욱은 "원래 내 성격은 주장과 맞지 않는다. 나는 올시즌 내내 더그아웃에서 '연기'를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연령대가 좀더 높을 수 있지만, FA 이적 직후의 LG 김현수, 한화 채은성이 주장의 좋은 예다. KIA 나성범의 경우 나이가 적지 않지만, 팀내에 최고참 최형우가 있어 비슷한 입장.
유한준-박경수에 이어 내년 장성우가 완장을 물려받는 KT처럼 최고참이 주장을 맡는 팀도 물론 있다. SSG도 최고참 추신수가 주장을 맡았고, 내년엔 간판스타이자 선발투수인 김광현이 이어받는다. NC는 올해까지 최고참 손아섭이 맡았지만, 내년에는 박민우가 맡을 예정다. LG 역시 내년엔 박해민이 완장을 찬다.
롯데는 어떨까. 부산 야구팬들에겐 '탱크' 박정태, '조캡' 조성환의 존재감이 크다.
2017년 KBO리그에 복귀한 이대호가 2년간 주장을 역임했고, 2019년에는 손아섭이 주장을 맡았다가, 부진으로 인한 마음고생 때문에 민병헌에게 넘겼다. 민병헌은 2020년에도 주장직을 수행했지만, 역시 지병으로 곤란을 겪었다.
2021년부터 2년간은 이대호의 뒤를 잇는 느낌으로 전준우가 역임했고, 2023년에는 안치홍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안치홍이 떠나고, 올해 두번째 FA로 잔류한 전준우가 다시 완장을 잡았다. 김태형 롯데 감독의 선택 역시 안정감이 남다른 전준우였다.
내년에도 캡틴 갈매기는 전준우가 유력하다는 게 롯데 내부의 분위기다. 최근 5년간 4번의 주장이란 무게감은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나이나 경력, 연봉 등으로 보면 유강남이 딱 맞는 핏이지만, FA 이적 후 성적이 아쉬운 데다 부상으로 시즌아웃됐다가 돌아오는 시즌이라 부담감이 너무 크다. 정훈이나 노진혁도 주장 자리에 맞는 선수들은 아니다. 윤동희 고승민 나승엽 황성빈 등 올시즌 급성장한 야수들은 아직 어린 편이다.
일각에선 손호영의 이름도 거론되지만, 올시즌이 데뷔 이래 첫 풀타임 시즌, 처음으로 주전으로 올라선 시즌인 만큼 내년 시즌 주장을 맡기가 만만찮다.
결국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중책을 전준우가 다시 한번 맡을 가능성이 높다. 투수조 조장 역시 4년 54억원에 FA 잔류한 김원중이 유력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