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자만심에 빠져 리오넬 메시 사례를 밟고 있다."
'골든보이' 이강인(23·파리생제르맹)을 향한 프랑스 현지 매체들의 시선에 점점 악감정이 실리고 있다. 다소 부진한 경기에서 나오는 비판은 납득할 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기에서도 혹평이 쏟아진다. 그런데 이러한 악의적인 평가가 이강인의 거만한 태도 때문에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에 친화적이지 않은 이강인 특유의 스타일이 반감을 산 것으로 보인다.
이강인은 23일 새벽(한국시각)에 열린 RC랑스와의 2024~2025시즌 쿠프 드 프랑스(프랑스 FA컵) 64강전에 우측 윙어로 선발 출전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 21분 교체되기 전까지 총 66분간 뛰었다. 전반 7분과 17분에 두 번의 유효슈팅을 기록했다. 제법 강한 슈팅이었지만, 상대 골키퍼 헤르브 코피가 잘 막았다.
선발로 나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고 해서 단순히 '못했다'고 할 순 없다. 게다가 이 경기에서 PSG는 1-1 무승부 이후 승부차기 끝에 4-3으로 이겼다. 이강인 뿐만 아니라 전체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은 경기였다.
때문에 이강인의 경기 내용이나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를 객관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플레이 기록을 살펴보는 게 객관적이다. 유럽 축구통계매체 소파스코어는 이날 이강인의 플레이를 이렇게 분석했다.
'패스 성공률 98%(볼터치 61회), 롱패스 성공률 100%, 키패스 1회, 그라운드 경합승리 4회' 이를 기준으로 6.9점의 평점을 부여했다. 선발 11명 중에서 공동 7위다. 선발 멤버 평균점수(7.14) 이하이긴 하지만, 이강인 보다 낮은 평점을 받은 선수도 3명이나 된다. 미드필더 네베스와 루이즈, 수비수 파초가 6.5~6.7점을 받았다.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다'정도의 평가를 내릴 정도는 된다. 하지만 프랑스 매체들은 가혹하리만치 낮게 평가했다. 풋 메르카토는 5점을 줬다. "전반에는 매우 활발했지만, 후반에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고 코멘트했다.
파리생제르맹 소식을 주로 전하는 VIPSG는 대놓고 악의를 표현했다. 경기 내용에 근거한 비판이 아니다. 이 매체는 '이강인이 PSG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본인이 스타라고 생각하고 있다. PSG의 아시아마케팅 핵심이라 자만심에 빠져있는 것 같다'면서 '이강인이 마우로 이카르디, 레안드로 파레데스, 리오넬 메시의 전철을 밟고 있ㄷ.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감성적이고 추정적인 표현으로 가득찬 문장들이다. 심지어 PSG에서 스타의식에 사로잡혀 메시 등 거만하기로 소문났던 선수들처럼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는 딱히 없다.
오히려 통계업체의 평가가 객관적이다.
소파스코어는 지난 20일 공식 SNS를 통해 리그1 올해의 팀을 발표했다. 각 포지션별로 뽑아 4-1-2-3 포메이션을 구성했는데, 이강인이 알렉산드르 골로빈(AS모나코), 비티냐(PSG)와 함께 미드필더에 이름을 올렸다. PSG 선발 고정멤버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평점이 높았다. 기술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많이 한 덕분이다.
다른 통계업체 후스코어드닷컴도 이강인을 2024년 11월 리그1 베스트11에 포함시켰다. 4-4-2 포메이션에서 우측 윙어로 이강인을 선정했다. 평점은 7.6으로 베스트 11 멤버 중 공동 5위다.
이렇게 평가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프랑스 언론이 이강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는 증거다. 이강인은 리그를 치를 때 미디어와 접촉을 잘 안하는 편이다. 스페인 발렌시아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나이였고, 외국어에 익숙치 않다보니 생긴 습관이라는 게 축구계의 평가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스타의 거만함'으로 치부할 순 없다. 그냥 이강인의 스타일이다.
그러나 프랑스 미디어는 이런 이강인의 모습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객관적인 평가보다는 자꾸 악의적이고 감정적인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록 이강인에게는 좋지 않다. 압도적인 실력으로 현지 매체들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거나 스타일을 바꾸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을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