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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선수가 방출돼서 한국 왔다니…"ML 돌풍" 美 평가, KBO 역수출 신화 제대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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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왜 실패해서 한국에 왔는지 여전히 미스터리다. 지난해 KBO리그 NC 다이노스의 에이스로 맹활약한 에릭 페디(3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2024년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선수로 평가받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지난 21일(한국시간) '2024년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8인'을 선정하면서 페디를 명단에 올렸다. 미국으로 금의환향한 지 1년 만이다.

페디는 올 시즌을 앞두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약 217억원)에 계약하며 빅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페디는 올해 전반기에 7승3패, 111⅓이닝, 99탈삼진,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했다. 다만 화이트삭스는 올해 무려 121패(41승)를 떠안은 최악의 팀이었고, 결국 페디는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되면서 살길을 찾았다. 페디는 올 시즌 31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9패, 177⅓이닝, 154탈삼진,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하면서 한국에서 확실히 반등해서 돌아온 것을 증명했다.

MLB.com은 '페디는 2014년 드래프트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에 1라운드에 지명됐다. 당시 워싱턴은 미래에 스티븐 스트라스버그(36)가 될 선수를 손에 쥐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의 에이스였던 투수로 빅리그 13시즌 통산 113승62패, 1470이닝, 1723탈삼진, 평균자책점 3.24를 기록했다.

MLB.com은 이어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페디는 워싱턴에서 통산 평균자책점 5.41을 기록해 더는 빅리그에서 함께할 수 없었다. 그래서 2023년 KBO로 떠나는 승부를 걸었다. 2024년 미국으로 돌아온 페디는 전혀 다른 투수였다. 화이트삭스에서 평균자책점 3.11을 기록했고, 세인트루이스로 트레이드 이적한 뒤에는 10차례 견고한 선발 등판을 해냈다. 이제 페디는 세인트루이스 선발 로테이션의 핵심이고, 소니 그레이(35)를 제외하면 팀에서 가장 안정적인 선발투수이기도 하다. 물론 올해 세인트루이스에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페디의 입지가 달려 있기도 한데, 그는 예비 FA 신분이라 트레이드 마감 시한에 앞서 또 한번 이적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페디의 최근 2년 행보를 보면 NC가 어떻게 이런 선수를 KBO리그에 데려왔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워싱턴 유망주로 촉망받던 페디가 2022년 시즌을 마치고 방출되는 아픔을 겪지 않았더라면 KBO 특급 에이스 페디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임선남 NC 단장은 페디와 계약 당시를 떠올리며 "과거에는 아시아리그를 본인들이 마지막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빈둥빈둥 시간을 보내는 선수도 있었고, 돈이나 많이 받고 가자는 인식이 있었다. 우리가 페디를 처음 접촉했을 때 '내가 아직 그럴 나이가 아닌데 왜 나한테 한국행을 권하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고 되돌아봤다.

결과적으로 페디가 한국에 온 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지난 시즌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해 KBO리그를 완벽히 장악했다.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오르면서 KBO 역대 4번째이자 외국인으로는 첫 번째 투수 트리플크라운의 영광을 안았다. KBO 외국인 투수 역사상 최고의 성적을 남겼고, 자연히 MVP도 그의 몫이었다.

KBO리그에서 에이스로 꾸준히 풀타임을 선발 로테이션을 돈 경험, 그리고 꽤 까다로운 한국 타자들을 상대하면서 업그레이드한 구종 등이 페디가 미국에서 역수출 신화를 쓴 비결로 꼽히고 있다.

과거 KBO 역수출 신화 대표 사례였던 메릴 켈리(36,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보다 페디의 성장이 파급력은 더 커 보인다. 켈리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뛰기 전까지는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였다. 한국에서 커리어를 발판 삼아 2019년부터 애리조나와 계약해 2선발까지 자리를 잡으며 눈길을 끈 케이스다.

페디의 성공은 최근 2년 사이 메이저리그 경력을 어느 정도 지닌 외국인 선수들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내년 시즌에는 SSG 랜더스 투수 미치 화이트(30), LG 트윈스 투수 요니 치리노스(31), 두산 베어스 투수 콜 어빈(30), NC 다이노스 투수 로건 앨런(27) 등 어리고 메이저리그에서 제법 많은 경력을 쌓은 선수들이 한국에서 빅리그 복귀를 목표로 활약할 예정이다. 페디는 현재 한국과 미국 모두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다.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