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 다이닝 아닌 줄서는 맛집될 것, 제2의 양민혁 만들겠다."
정경호 신임 강원FC 감독의 당찬 각오였다. 정 감독이 23일 강릉 오렌지하우스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강원 사령탑으로 첫 발을 뗐다. 정 감독은 "소중한 기회를 잡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시행착오도 겪었다. 노하우를 잘 녹여 내 좋은 팀으로 만들 생각"이라고 입을 열었다.
정 감독은 준비된 사령탑이다. K리그에서는 일찌감치 '전략가'로 평가받았다. 2012년 대전에서 은퇴한 정 감독은 울산대 코치, 성남 코치, 김천 코치 등을 거쳐 지난해 6월 강원 수석코치로 활약했다. 윤 감독을 보좌해 잔류를 이끈 정 감독은 올해 준우승 돌풍의 숨은 주역으로 활약했다. 강원의 변화를 이끈 공격적인 스타일로의 전환과 황문기 이기혁 이유현 등의 포지션 변경 모두 정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1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코치로 생활하며 내공을 다진 정 감독은 마침내 강원 지휘봉을 잡으며, 자신의 축구를 펼칠 기회를 얻었다. 특히 삼척 출신의 정 감독은 '고향팀' 강원에서 선수, 코치에 이어 감독으로 팀을 이끌게 됐다.
정 감독은 오랜 시간 준비한만큼, 당당한 모습이었다. 그는 "강원에서 감독을 하게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사람 일이라는게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수석코치 생활을 오래 했다. 감독 대행도 했다. 지난 10년간 많은 것을 느꼈다. 강원이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지만 부담감은 없다. 무너지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선수들과 즐겁게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강원은 양민혁, 황문기가 팀을 떠나며 전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정 감독은 김병지 대표와 전력강화부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동시에 새로운 스타 발굴에 대한 의지도 보였다. 정 감독은 "우리는 파인 다이닝이 아니다. 일반식당이지만 줄 서 있는 맛집이 되고 싶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좋은 선수를 데려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나도 제2의 양민혁, 황문기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 감독은 '유연함'을 강조했다. 그는 "유상철 감독님을 시작으로 김학범, 김태완, 김남일, 윤정환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며 "시행착오를 통해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그게 쌓여 철학이 됐다고 생각한다. 철학은 바뀔 수도 있다. 유연하게 바뀔 수 있다는 게 내 철학이다. 구조적으로 이기는 축구, 상대를 어렵게 만드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지난 시즌 재미를 본 포지션 변경 역시 "지켜 보면서 상황에 맞게, 선수들의 장점을 살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 동계 전훈에서 확인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수석코치로 일할 땐 숲속 안의 나뭇가지를 디테일하게 보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제는 밖에서 숲의 모양을 크게 봐야한다. 더 아름다운 숲을 가꾸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정 감독은 "K리그1에서는 누구나 우승 경쟁을 할 수 있고 누구나 강등 후보가 될 수 있다. 혼돈의 시기다. 우리가 올해 준우승을 했다 해서 2025년에 우승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만의 색깔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거기에 집중하면 성적은 당연히 따라온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