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포스팅이 종료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2주도 채 남지 않았다. 김혜성은 좋은 조건으로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를 밟을 수 있을까.
현재로선 안심하기는 이르다. 김혜성을 바라보는 빅리그의 첫번째 시선은 '김하성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김하성의 주 포지션은 유격수였다. 넘치는 탄력과 푸트워크, 강견까지 갖춰 꼭 유격수가 아니더라도 2루수, 3루수로 활용할 수 있다고 평가받았다. KBO리그에서 30홈런을 때린 장타력과 더불어 김하성의 강렬한 세일즈 포인트였다.
당시 김하성은 1월의 첫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약 400억원), 4+1년 최대 3900만 달러(약 565억원)에 입단 합의를 마쳤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올겨울, FA로 나와 새 소속팀을 찾고 있다. 뜻하지 않은 어깨 수술로 단년 혹은 옵트아웃 삽입 계약을 통해 사실상의 FA 재수를 노리는 상황이다.
반면 김혜성은 올시즌 데뷔 첫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지만, 강정호나 김하성, 이정후와 달리 한방을 갖췄다는 느낌은 주지 못했다. 대신 압도적인 스피드를 지녔다. 최근 4년간 도루 135개, 마지막 시즌에도 30도루를 달성했다.
사실 FA 시장 초반에만 해도 김하성보다 오히려 김혜성을 높게 평가하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차차 흐름이 바뀌고 있다. 김혜성이 지난 5일 공식적으로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나선 뒤론, 결과적으로 경쟁자가 된 김하성에 비해 협상 순위에서 살짝 밀리는 모양새다.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이미 다년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검증된 김하성 대비 아직은 검증이 되지 않은 상황. 컨택이나 주력에 대한 평가는 좋지만, 파워나 어깨는 아주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
특히 유격수로의 활용이 어렵다는 지적이 뼈아프다. 김하성이 유격수는 물론 3루수나 2루수를 찾는 팀의 대안으로도 언급되는 반면, 김혜성은 오로지 2루수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최유력 팀으로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거듭 지목받는 상황. 일각에서는 사실상 단독 입찰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등 현지 매체들은 시애틀이 여전히 김혜성에 관심은 갖고 있지만, 빅리그 무대 적응 등 당장은 활용하기 어려운 선수로 보고 있다. 올시즌 시애틀에서 뛰었지만, 타격 부진을 겪자 팀 옵션 실행을 거부하고 떠나보낸 호르헤 폴랑코와 적절한 가격에 다시 계약하는 것을 고민중이라고 했다.
2019년 올스타였던 폴랑코는 2021년에도 33홈런을 치며 반등했지만, 무릎 부상 여파를 겪으며 올해 타율 2할1푼3리 16홈런 4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51로 부진했다. SI는 "시애틀을 김혜성과 연결짓는 사람이 많지만, 김혜성 영입은 아직 논하기 이르다. 유망주 콜 영에 앞서 폴랑코가 적절한 옵션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혜성의 포스팅 계약 마감일은 오는 3일 오후 5시(미국 동부시간 기준)다. 과연 김혜성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