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어느 팀을 만나든 화제가 된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 중인 사사키 로키(23)가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면담을 잡았다고 한다. 뉴욕 양키스,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에 이어 만남이 확인된 네 번째 팀이다. 여전히 LA 다저스 혹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이적이 유력해 보이는데 보폭을 넓혀간다.
다저스와 샌디에이고엔 사사키가 2023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일본대표팀에서 함께 했던 선배들이 주축 전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타니 쇼헤이(30)와 야마모토 요시노(26)가 다저스, 다르빗슈 유(38)와 마쓰이 유키(29)가 샌디에이고에 있다. 이들의 존재감이 적응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컵스엔 이마나가 쇼타(31)와 스즈키 세이야(30)가 뛰고 있다.
앞서 사사키의 에이전트인 조엘 울프는 "20개가 넘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관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거의 모든 구단이 23세 사사키의 강력한 '오른팔'을 탐낸다. 영입 가능성은 별개다. 지난겨울 야마모토 요시노부 열풍이 불었는데 올해는 사사키가 주인공이다.
사사키가 지바 롯데 마린즈에서 5시즌 동안 한 번도 규정이닝을 채우지 못했는데도 별 문제가 안 된다. 일부에서 "사사키는 야마모토(요시노부)가 아니다"라고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문하는데 일단 찔러본다. 일단 국제 아마추어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라 몸값이 매우 저렴하다.
지난 21일엔 양키스와 메츠, 두 구단이 같은 날 사사키 측과 마주했다. 사사키와 면담 일정에서 빠진 경우가 뉴스가 된다.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그랬다.
화이트삭스라서 눈에 띈다. 올 시즌 41승121패, 승률 2할5푼3리를 기록했다. 바닥을 통과해 지하까지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패 신기록을 썼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악의 팀으로 오랫동안 회자될 부진이다.
사사키 측이 화이트삭스와 면담한 이유가 있다. 일본 언론은 이구치 다다히토(50)가 만남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구치는 스즈키 세이야가 꼽은 역대 일본프로야구 최고 2루수다. 화이트삭스와 인연이 깊다. 다이에 호크스에서 2005년 화이트삭스로 이적해 세 시즌 가까이 뛰었다.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자마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에 주전 2루수로 135경기에 출전했다. 타율 2할7푼8리, 15홈런, 71타점을 기록하는 맹활약으로 88년 만의 우승에 공헌했다.
메이저리그에서 4년을 보낸 이구치는 지바 롯데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그는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선수 은퇴하면서 롯데 1군 감독이 됐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일본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프로팀 사령탑에 올랐다.
그는 지바 롯데 감독으로 2020년 사사키의 신인 1순위 지명에 관여했다. 이구치는 2022년까지 5년간 팀을 지휘하고 물러났다. 3년간 사시키와 함께 했다.
옛 스승 이구치가 다리를 놓았다고 해도 사사키가 화이트삭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랫동안 열망했던, 어렵게 얻어낸 메이저리그 도전인데, 역대 최약체 팀에서 출발하고 싶은 마음은 없을 것이다.
일본 언론은 샌디에이고도 이구치에게 연결고리 역할을 의뢰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이구치는 2008년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뛰었다. 사사키의 거취가 결정되는 1월 중순까지 계속해서 뉴스가 쏟아질 것 같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